山의 푸른 파도인 그대는
山을 넘을 듯하면서
어디에 닿으려고 출렁거리는 것인가
그대의 꿈을 물고 힘껏 날아올라
정상에 오르고자 함인가
이청리 시 일부
구월이다.
폭염 위세 대단하던 서슬도 처서 지나며 눅어졌다.
가급적 바깥활동을 자제했던 터라 매달 오르던 일출봉 등정도 유월부터 여태껏 걸렀다.
조석으로 제법 소슬해진 바람결 부추김에 동쪽으로 향했다.
성산일출봉 오르는 길.
들머리 지나 계단에 이르자 달콤한 향훈이 스며든다.
알 듯 모를 듯 그러나 친근한 내음이다.
어렵잖게 향기의 발원지를 찾는다.
한껏 무성한 칡덩굴에 피어난 자주보랏빛 칡꽃에서다.
해당화나 찔레꽃이나 인동초 꽃향기처럼 오래전부터 오감으로 익힌 내음.
그처럼 스스럼없이 자연스레 익숙해진 칡꽃 향기다.
요즘이 때마침 절정의 개화기인 듯 여기저기 숲덤불에서 고개 갸웃 내어미는 칡꽃.
이건 아예 향수통에 빠진 느낌이다.
낱낱의 세포마다에 탱탱하게 채워진 그윽하면서도 감미로운 향.
성산일출봉 오르는 내내 온 데서 번지는 칡꽃 향에 나 그만 스르르 침몰해 버린다.
꽃향의 세례를 받으며 걷는 산행은 숫제 황홀지경.
그 향기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성산일출봉 정상이다.
나비처럼 이리도 가벼이 일출봉 정상에 올라보기도 처음이다.
영영 눈감아야 영혼 따로 나비 혹은 새되어 훨훨 날아간다는데.....
꿈이라도 꾸는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기에 꼬집어 보니 생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