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초, 낯선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주지역본부라고 했다.
제1차 정책지원단 회의에 서귀포 대표로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정치 쪽이 아닌 정책 문제라면 건의하거나 시정을 요할 사항이 제법 눈에 띄기에 쾌히 응했다.
평소 할 말이 많았던 차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니 옳다구나 싶었던 것.
블로깅을 통해서도 노령화에 관한 주제를 가끔 다루었기에 어려울 게 없었다.
한국으로의 리턴 역시 회귀본능보다는 미국에 비해 '평생현역활동'이 가능하기에 주저 없이 돌아왔다.
심신 건강이 허락하는 한은, 쓸모 있는 존재로 사회 참여 통로를 열어두고 활동을 통해 세상과의 관계를 이어 나가길 바라는 1인이므로.
9월 18일 목요일 아침, 회의 시간에 늦지 않도록 일찌감치 한라산을 넘어 제주시에 닿았다.
미리 검색을 해뒀지만 생소한 장소라 너무 서둘다 보니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찻집에 느긋하게 앉아 노령화사회에 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단계적으로 노인 일자리 종류와 문제점들을 메모해 가는 한편 기존의 지식들에는 살을 붙여나갔다.
그 덕에 새로운 정보도 여럿 숙지하게 됐다.
한국 노인층의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부끄러운 사실은 진작부터 들어왔던 터다.
그런데 OECD 회원국 가운데 65세 이상 고용률이 34.9%로 가장 높은 수준임은 처음 알았다.
서구사회와 달리 연금제가 국민 전체에 고르게 뿌리내리지 않아 편안히 노년을 즐기기 어려운 때문이다.
게다가 노인들이 인구의 20%를 넘으며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라니 이래저래 문제다.
그뿐 아니다.
벌써 베이비 부머(1955~1974년 생) 세대의 은퇴 인구가 밀물처럼 밀려들기 시작한다니 아연해졌다.
71년생 아들이 곧이어 똑같은 노인 인구층에 편입된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기가 찼다.
하긴 나이듦, 노년기에 접어든다는 건 만민평등의 원칙이 아닌가.
학력 수준이 높고 전문성을 갖춘 베이비 부머 세대의 노후는 앞전 세대보다야 당연히 여러모로 두터운 안전장치를 마련해 가며 살겠지만.
새삼스레 사회복지에 대해 쳇지피티에게 문의해 봤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이며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노인복지의 경우 먼저 참작할 점은, 보호받아야 할 노인이 아니라 활용되기를 기다리는 인적자원이 노인이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의존적인 사람이란 관점에서 벗어나 의욕과 능력이 있는 존재로 보는 의식개혁도 따라야 할 터다.
동시에 노인층을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재정의, 노인에게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지게 하는 명분을 확보하는 정책 개발도 필수겠다.
물론 7, 80대 노령층은 5, 60대와는 엄밀히 구분이 되는데 그 첫째가 우리는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해 옳게 준비가 안 된 채 맞이한 노후라는 점이다.
연금제도가 있는 공직에 있었던 위치가 아니라면
생애주기가 늘어난 만치 동시에 경제적 난제에 곧바로 노출된다.
그에 따라 자존감이 낮아지며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우울감에 빠지면서 급격히 인지능력이 저하된다.
이에 노인 빈곤을 완화시켜 주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노인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에는 공공근로 단순 일자리 외에도 일정 수준의 자격과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일자리를 비롯, 정보기술 활용능력을 갖춘 경우에도 쓰일 곳이 많다.
시니어드론서포터의 활약상은 익히 알려져 있으며 그외 지역문화 구술 채록하기, 멸종위기 식물 보호관찰, 오폐수 감시 역할, 공항 서포터스등 다양하다.
내 경우 다문화가정 한글교사, 곶자왈 생태환경 매니저로 일주에 5일간 세 시간씩 보람지게 일해왔다.
일을 통해 자기 만족감과 성취감이 향상됨은 물론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이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는 삶도 뿌듯했으며 시간을 지켜야 하는 약간의 긴장감도 삶의 활력소가 됐다.
이처럼 은퇴 이후 긴 노년기를 권태로이 보내야 하는 노인층의 의식이 점차 바뀌어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일자리를 앞장서 찾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건강한 노인들은 사회적 외부활동을 하면서 생산적인 노후생활을 이어나가길 원한다.
비교적 부지런한 제주민들은 노년에도 능동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편이라 자녀에 의존하지 않고 바깥일을 통해 몫을 다해온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아래 글에서 지적한 바대로 이는 곧바로 건강 챙김은 물론 건강보험과 연결되는데...
누구나 나이가 들게 되고 불원간 노인이 된다.
더구나 백세시대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25년 들어 2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여럿 있다.
경제 성장률 둔화와 불평등 팽배 및 사회적 비용 증가에 따른 젊은 층의 과한 부담이 불 보듯 뻔해졌다.
오래 쓴 기계가 탈 나듯 나이 들수록 사대육신 오장육부 어디에선가 힘들다는 경보음이 들려온다.
노인이 될수록 아픈 곳 많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무엇보다 노년기 행복지표 으뜸은 건강이다.
이에 알맞은 시간 동안 햇빛을 쐬며 활기차게 야외활동을 하므로 건강을 챙길 수 있으니 아주 효과적이고 이상적인 축복을 누릴 수 있다.
말하자면 그 가치를 셈하기 어려울 만큼의 대단한 수혜를 자동으로 받는 것이다.
일부러 운동을 하러 피트니스클럽에 다닐 필요도 없으며 식품이 아니라도 햇빛을 통해 비타민 D를 충분히 얻을 수 있으니까.
사회복지제도가 일찍이 정립된 서구권 국가들의 연령별 행복도는 ‘U’ 자 형이라고 한다.
어릴 때 높았다가 중년에 낮아지고, 노년에 다시 높아지는 패턴을 보인다.
반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나이가 들면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데.
따라서 노인세대의 행복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들 가운데 노인 자살률이 평균보다 3배 이상이나 높다고 하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노년이 되면서 사회적 역할상실에 따른 소외감, 질병, 빈곤 등 생에 대한 회의감이 생길 소지는 허다하다.
게다가 삶에 대한 열정 대신 무력감에다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의 끈을 잃어버린 채 무기력하게 살다 보면 절로 위축되고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노인 일자리 정책은 이러한 시니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노인 일자리는 약소하나마 일정소득 보장을 위해서도 주요하지만, 보다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와 사회적 관계 증진, 나아가 시니어들의 건강증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겠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온 주역인 시니어들의 지속적인 외적활동 참여와 사회적 관계망 확장과 폭넓은 건강증진을 위해서 노인일자리 사업은 좀 더 확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노인일자리 사업이 사회경제측면에서도 다양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서도 주목할 부분은 활동 참여자의 의료비 지출은 동일 조건의 비참여자에 비해 현저히 적게 들어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참여자의 우울 수준은 감소하고 삶의 만족도는 올라가는 등 무형의 대단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도 확연히 드러났다.
그로서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절감효과 역시 간과해선 안될 점이다.
무엇보다 노인문제는 이제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부모님의 일이며 미래의 내게 닥칠 일”이라는 것도 잊어선 아니 되겠다.
또 한 가지, 노인 일자리는 젊은이들의 일자리와 절대로 겹치지 않는다.
어느 젊은이를 그 낮은 비용으로 세 시간이나 부릴 수 있겠는가.
결코 젊은이들의 자리를 갉아먹는 게 아니며, 해외 이주 노동자조차 전혀 흥미를 끌 수 없는 일자리에 한 한다.
노년층이 봉사활동 차원에서 소일하는 일거리로 보면 맞을 정도의 수준이다.
2007년 일본은 이미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고령 인구 비율은 29.3%라 한다.
그런만치 사회보장제도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한 다각도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한국도 초고령사회가 됐다.
급변하는 현대사회 노인들의 욕구에 부응, 그에 따라 노인일자리 정책이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날로 확장추세에 있다.
시니어들이 건강 증진, 자기만족, 성취감 향상과 더불어 지역사회 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므로 노년기 삶의 질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명확관화해졌다.
따라서 시니어들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 제공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사회활동 참여, 건강증진, 소득 보전 등으로 제반 노인문제 예방과 사회적 비용 절감 노력에 국가가 앞장서서 적극 부응해 나가야 할 터이다.
나아가 이제는 단순활동을 넘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써 사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사료된다.
실제로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이 높아져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노인복지 차원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을 다양하게 개발, 활성화시켜 양적으로 확대시켜 왔다.
노인 일자리가 단순히 생계보조수단에 그치지 않고 사회 참여 기회, 관계 형성의 통로로 확장돼 나가는 긍정적 측면이 있음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1월 19일 2차 간담회가 열렸다. 회의 참석자는 제주시 2명, 서귀포시 2명 중 1명 참석, 사회복지 공동체 2명,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주지역 본부장과 대리 2명이 참석한 소규모 간담회이지만 매우 열띤 분위기였다.
그 자리에서 자유롭게 충분히 개인 의견을 피력하였고 건의 사항을 다수 전달할 수 있어서 내심 흡족했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노인일자리법, 2024년 11월 1일 시행)이 지난해 시월 말 제정되면서 노인일자리사업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한국시니어클럽협회에서도 향후 노인일자리사업 20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였다.
명년에도 활동영역을 좀 더 확장하되 단순히 일자리 개수만 늘리기보다 질적 향상에 초점을 둔 양질의 더 많은 노인일자리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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