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두봉 가는 길목

by 무량화

먼 빛으로도 바닷가에 봉긋 솟은 오름이 퍽 정겨워 보였다.

오름 이름을 물으니 도두봉이라고 하였다.

제주시 앞머리라 섬머리오름 또는 돋아났다는 뜻의 도들오름으로도 불린다고 했다.

야트막하여 부담스럽지 않은 오름이라 그 봉우리를 마주 보며 똑바로 걸었다.

앞만 보고 일로 직진한 건 아니고 가는 길에 옥수수밭도 기웃댔고 마을 벽화도 구경했다.


테우를 타고 그물 거두는 어부와 물질하는 해녀며 포구 풍경 벽화가 나름 아기자기했다.


볼레낭에 울긋불긋 오색 천이 매달린 붉은왕돌할망당이라는 해신당도 잠깐 들렀다.

거칠고 험한 물길 넘나드는 바닷사람들이라 촛불 밝히고 지성으로 비손 하는 당집이다.

현재는 문을 닫은 듯 보이는 한국 전통문화 체험관이라는 김치 스쿨도 일별 했다.

용천수가 나오는 곳인지 원담인지 아리송한 조진여물도 일단 사진에 담았다.

돌아갈 길은 멀고 해는 기웃한데 여기저기 볼거리가 쏠쏠해 발길 자꾸만 더뎌졌다.

해변 마을을 스쳐 한국 사찰다운 장안사 층계에도 올랐다가 나무그네도 흔들어봤다.


마을 이름은 이호동이나 바로 도두동 이웃 동네였다.

무지개 해안 도로변은 펜션과 카페촌이지만 분위기 다른 <섬머리 사람들은> 시구 고즈넉이 새겼다.

"섬머리 사람들은/ 비록 비행기 소리엔 귀 틀어막지만/

얼음보다 차가운 오래물이 있어 이곳에 산다/

긴 밤 자고 나면 도들봉에서/ 다시 솟는 해/

그 해 바라며 살았다....."

아마도 이 마을에 있다는 '오래물'은 무척 달고 시원한 감로수인가 보다.

시간 여의하면 오래물 자리도 물어물어 찾아가 보련만.



도두봉 오르는 입구도, 둘레길도 여럿인 것 같았다.

어느 쪽 경사로나 데크로 되어 있어서 오르내리기 편했다.

잡목 숲을 지나 중간 전망대에 서자 마을 전경과 도두항이 보이고 앞바다가 훤하게 열렸다.

방파제 안에는 어촌 마을로는 특이하게 제법 규모 갖춘 요트 계류장이 있었다.

십여 분 만에 꼭대기에 올랐다.

일몰 풍경을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젊은이들 실루엣이 고왔다.

해송 숲 제법 어우러진 산자락과 달리 메마른 정상은 폐교 운동장처럼 황량했다.


잔디 헐벗은 황토 위에 봉수대 터만 표지석으로 남아있었다.

낮에는 연기, 밤에는 횃불로 유사시 위급상황을 알리는 교신 수단인 봉수대.

동·서로 이웃해 있는 사라연대와 수산연대와 연계됐다는데 어찌해 복원을 시키지 못했는지.

널펀펀한 산정에서는 제주공항 활주로와 관제탑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도두봉 입구 안내문에 쓰여있는, 드론 금지구역인 이유가 그 까닭인 듯.

해 기웃한 서북쪽으로는 일망무제로 펼쳐진 바다, 동남향엔 우뚝 솟은 한라산이 스모그로 윤곽 희미했다.

낮으막한 오름이나 사방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는 금은화 달콤한 꽃 향이 스며있었다.

요즘 산과 들녘에는 어디나 덤불 이룬 금은화 향기롭고 바다에는 노을빛에 반짝대는 윤슬 금가루 뿌린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