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샘 조심 중

2015

by 무량화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산해진미뿐 아니라 임금님 수라상일지라도요.

음식이 자기 기호에 맞지 않으면 별 볼일 없는 그림의 떡이겠지요.

은근 식성이 까탈스럽고 후진 탓에 가리는 음식이 많은 데다 낯선 음식에 도전하기가 영 어렵고, 또 비리거나 기름진 걸 매우 꺼리는데요.

생선회를 잘 안 먹는 편인데 아들이 앞접시에 담아주며 자꾸 권하는 바람에 한입 맛본 마구로 오도로 스시도 노 땡큐하고는 얼른 반주로 입가심했네요.

제아무리 최고 셰프가 대령시킨 값비싼 별식 요리라도 입맛에 안 맞으면 개발에 편자 격이지요.

토종 식성인 제 경우 절간에 가서 살아도 될 정도로, 깔끔한 산채나 맑고 개운한 탕을 좋아하지요.




한국에서 언니가 미국 나들이 오면서 아우가 본디 즐기는 것만 챙겨 왔더라고요.

심청가 판소리에서 '산호 주렴 걷어차고 우르르르~~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눈을 떠 딸을 보며 이게 꿈이냐 생시냐! 환생한 청이를 만나듯' 그처럼 반겼네요.

마치 친정엄마가 예전처럼 우리 주방에 들리신 것만 같았답니다.

바로 언니 손맛이 엄마 예전 솜씨 그대로였으니까요.

언니가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식품들은 다 제 식성에 따른 맞춤 밑반찬들.

뭘 준비할까 묻길래 미리 주문해 둔 것도 있지요.

이곳 한국 마켓에도 없는 게 없이 다 있지만 그래도 신토불이, 현지 직송이라는 게 있잖아요.

언니와 통화하는 걸 들은 교우 자매님은 "아서~여기도 오이 쌨는데 그 무거운 걸 왜 들고 오시게 하나?" 라며 말리시더라고요.

당신이 맛있게 담아줄 테니 오이 한 접이고 열 접이고 사 오라시면서요.

그렇지만 같은 오이라도 한국 오이 하고는 땅 다르고 물이 달라, 향과 식감 차이 현저히 나는 걸요.

게다가 수십 년 전의 잊혀지지 않는 특별한 미각 기억이 있어서이지요.

기차까지 타고 엄마가 가져온 오이지를 먹고서야, 딸아이 가졌을 때 심하던 입덧이 겨우 가신 때문인지
오이지만은 충청도에서, 이제는 한국에서 날아와야 제맛이 나는 거 같거든요.

아무튼 그래서인지 딸내미도 젊은애답지 않게 오이지를 무진 좋아하데요. ^^




오일장 난전 펴듯 색색이 펼쳐놓은 아래 사진 보이시죠?

알맞게 삭힌 오이지, 마늘지, 고추지, 마늘쫑만 있으면 여름철 찬밥에 물 말아서도 한 그릇 뚝딱.

상추나 다른 채소가 없어도 불고기에 더러 마늘 곁들이면 무진 땡기는 거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왜 그리 식단이 짠 거 투성이냐고요?

심심하게 담아서 보기보단 먹을만하답니다.

본래 짜게 먹는 편도 아니고 염장한 젓갈 같은 건 비위에 맞지 않아 못 먹으니 요 정도 간기는 괜찮아요.

요새 젊은 층이야 이런 류의 음식은 아예 거들떠도 안 보나, 올드 타이머들은 아련한 향수가 깃든 음식이라서 불현듯 한 번씩 생각나기도 하잖던가요.

어디까지나 촌스러운 제 수준 얘기인지 모르나, 가끔 한국 먹방프로 보노라면 침샘이 폭발하기도 하거든요.

미국 오기 직전에 바로 짜 가지고 왔다는 향기로운 들기름, 구수한 들깨가루는 미역국 아귀찜에도 넣게 될 거고요.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군요.

넉히 한 해는 두고 먹을 죽방멸치며 돌김이며 뱅어포에. 산지에서 직접 사다 빻아온 고춧가루 등속을 마주하니 추수 마친 다음 쌀가마 갈무리 해둔 농부 못잖게 흐뭇한 기분이 듭니당.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