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치즈케이크 그리고 복국

by 무량화

식성으로 봐서는 도대체 미국 살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하루라도 김치 없이는 못 사는 데다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오른 식탁이라야 내겐 성찬식이 되고 만찬장이 된다. 햄버거나 빵으론 한 끼 때우지 못한다. 그건 수저로 떠먹는 밥이 아니다. 맥도널드나 던킨 도너츠는 물론 호기니 샌드위치조차 한입도 싫다. 게다가 미국 빵이라는 게 무작스레 달기만 해서 그보다는 오히려 삼립호빵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훨~낫다. 그래도 필라델피아 치즈케이크만은 좋아한다. 별로 달지도 않거니와 영양면에서도 부드러운 치즈가 한몫하겠으나 흠이라면 좀 비싼 편이다.

옆집이 피자가게이나 늘 본숭만숭이다. 광동사람이 운영하는 중국식당은 냄새만 날아와도 속이 더부룩하다. 레스토랑에 가봐야 스테이크를 즐기나 피자 쪽을 먹나, 그러니 양식은 나와 인연이 멀다. 일식집은 터무니없이 비싸기만 하다. 정작 먹고 싶은 복국도 없다. 뉴욕이라면 몰라도 여기서 딱 한가지 구경 못하는 것이 복국. 그래서인지 더더욱 간절하다. 감기기운이라도 도는 날 복지리 한 그릇 먹으면 딱 떨어지지 싶으나 도통 찾을 수 없는 복국. 대타로 월남식당에 가서 시원한 해물국수를 주문한다. 물론 실란트로라나 뭐라나 하는 향이 강한 풀은 사양이다.


한국 식품점에 가면 한국산 먹거리는 거의 다 망라돼 있다. 하다못해 뻥튀기부터 붕어빵까지. 군밤이며 군고구마도 판다. 김치는 담아놓은 것 사 먹는다. 유명 상표를 믿고 시간 없으니 그냥 사 먹는 것이다. 아무튼 김치도 포기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에 동치미까지 있다. 들들한 감미가 싫어 단 한번만에 동치미는 아웃, 총각김치와 갓김치와 파김치를 주로 사 온다. 과일은 참 여러 종류로 많고 많다. 무슨 맛인지, 어찌 먹는 건지 모르는 생소한 것들도 숱하다.

그중 잘 아는 딸기는 너무 싱겁고 토마토는 예전 맛이 간데없다. 사과는 단단하고 서양배는 밍밍한 맛이 별로다. 참외도 있으나 질기고 밤은 도토리알 정도 크기다. 대신 넛 종류는 참으로 많다. 특히 잣은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싸기로는 대추, 참깨도 마찬가지. 멜론, 캔들롭, 허니듀도 수박 대신 즐기는 과일. 봄철 살구와 체리 그 외에 오렌지와 망고를 편애한다. 블루베리나 바나나는 건강에 유익하대서 그냥 먹어주고. 그 좋다는 아보카도는 먹으려도 두드러기 때문에 안된다.


그 외 가을엔 한인 농장에서 시래기를 사다가 펜스에 걸어 말린다. 호박김치를 담그려고 청둥호박도 두어 덩이 들어다 놓는다. 가을철 별식 펌킨파이도 자주 사 온다. 과원에서 직접 갈아 만든 애플사이다라 불리는 사과주스는 계절식으로 빠뜨리지 않고 산다. 랩스터도 가을철엔 통통 살이 오지니 맛 괜찮고 천일염 훌훌 쳐 그릴에 굽는 대하는 입맛에 맞다. 태평양에서 잡힌 생선은 횟감으로 부적당하나 대서양 한류에서 잡은 블랙피시랑 씨베스는 회로 먹을만하다. 부산에서는 먹지 않던 회인데 여기서는 체력보강을 위해서라도 먹어둔다. 약이라 생각하고 먹기 시작한 음식이 또 있다. 선짓국이며 돼지국밥, 추어탕이다. 아참, 여긴 쌀값이 참 싸다. 들기도 힘든 20킬로 한 포대에 18불 정도이니까.


복국 대신 대구탕이나 만들어 먹으며 직접 담은 매실주로 기분을 내보는 1인. 이상하게 요셉은 과일주를 전혀 안 마신다. 그렇다고 따끈한 대구탕 떠먹으며 캔맥주는 구색 어울리지 않고. 아무튼 두주불사 하던 왕년의 술꾼임에도 소주는 안 마시고 오로지 맥주만 마신다. 원래부터 소주파는 못 되는데 사실 여기서 파는 소주는 미국주법에 따라 한국보다 도수가 훨씬 낫다, 그래서 술맛은 약하나 값은 오지게 비싸다. 해서 보드카로 오디주 매실주를 담는다. 지난번 한국에 돌아가려고 작정했을 때 한국 가면 다른 건 생각 안 나도 치즈케이크는 먹고 싶어 질 것 같았다. 여기서 복국을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한잔하고 횡설수설.... 2004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