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과 바다가 조화 이룬 상화원, 그러나

by 무량화

충청도 당진에서 서산을 거쳐 보령으로 내려갔다.

운전을 하는 친구는 서천에 있는 근사한 숲으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최재천 교수가 초대 원장을 맡았던 생태숲은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으로 가보고 싶던 곳이다.

서천 생태숲은 아는 데 어떤 숲? 되묻자 상화원이라 했다.

한국식 전통정원으로 꾸민 '조화를 숭상한다’라는 이름의 상화원(尙和園)을 그렇게 가게 됐다.

섬과 바다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자연 그대로의 비밀 섬이라는데 막상 가보니 산과 바다만이 아니라 솔숲과 고택이 고즈넉이 조화이룬 곳이었다.

다만 섬을 한 바퀴 도는 나무 회랑은 선기능만을 홍보해 대지만 차라리 그냥 조붓한 흙길 그대로 보존됐으면 훨씬 자연친화적이었겠다는 아쉬움이 컸다.

무엇보다 나무데크길을 만들지 않았다면 바위 멋진 해변을 산책하며 바다를 직접 즐길 수 있었으련만 내방객과 원천차단시킨 불친절이 자못 야속스러웠다.

솔직히 상화원은 자연 그대로를 오롯이 개방했다기보다 서해 전망만을 상품화한 채라 바다는 프레임에 갇힌 '그림의 떡'일 따름이었다.

눈이나 비가 오는 궂은날이라도 걷기 무방하게 지붕을 얹었으나 곳곳에 계단과 연결돼 어차피 무장애길은 아니므로 유모차나 휠체어 출입은 불가능했고.



서해는 대체로 순한 바다다.

유순한 산세와 바다를 닮아서인지 말투조차 느릿하게, 아녀유~ 그쥬~처럼 충청도 인심은 모나지 않다.

잔물결조차 일지 않는 평화로운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 한 녘의 죽도, 건너편 수평선에 크고 작은 섬들이 얌전히 엎드려 있었다.

연휴 때라서 인지 좁은 섬이 인파로 꽤나 혼잡스러웠다.

입장료 만만치 않은 데도 인근 남포방조제에서부터 정체 심하던 차량이 연신 비좁은 통로로 밀려들어와 시끌 법석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홍보문구대로의 호젓한 힐링장소로영 글렀으나 모처럼 청명한 일기 덕에 섬을 한 바퀴 산책하며 빙 둘러보았다.

죽도라지만 대나무는 안 보이고 훤칠하니 잘 생긴 송림 우거져 풍치 좋은 아담한 섬이었다.

특히 소나무와 잘 어울리는 고택을 언덕 처처에 배치시킨 안목은 높이 살만 했다.

원래 죽도 섬마을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던 계단식 밭에 고택촌을 조성했기에 해송 숲도 훼손시키지 않았다고.

사실 낡고 오래된 목조 고택을 뜯어와 복원시킨다는 건, 경비도 배로 들뿐 아니라 예삿일이 아닌 줄 알기에 그 정성 가상하긴 했다.

병산서원 내 누각, 낙안 읍성 동헌, 관아 건물, 전라도 고창에서 온 일반 가옥 등 기와지붕 날아갈 듯 고색이 창연하였다.

폐가로 자칫 사라질 운명이었던 고택들이 새로 명을 이어가게 됐으니 무정물인 집일지라도 고마움 크리라.

빌라, 토담집, 전통혼례식장, 갤러리, 하늘정원, Open-air hotel 등이 있다는데 두루 들러볼 필요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정월 대보름날 죽도 수호신인 팽나무 앞에서 풍어제를 지낸다는 삼백살 먹은 신목도 걍 패스~


해미읍성 객사
고창 구암리에서 온 문간채/청양 대봉리 ㄱ자 가옥
낙안읍성 동헌
홍성 장곡면에 온 가옥/고창 구암리 가옥 안채
만대루/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 병산서원 내 이층 누각


상화원 이름은 하긴 오래전에 들어봤다.

수행비서였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확정받아 복역한 전 충남 도지사 안희정.

차기 민주당 대선주자 물망에 올랐던 그는 당연히 급전직하, 나락으로 추락했다.

충남지사였던 때 벌어진 안희정의 강제추행 사건, 강간(強奸)인지 화간(和奸)인지 아리송한 여자와 엮이며 법정에서 회자되었던 상화원이다.

각자 주장대로 위력에 의한 간음인가, 합의에 의한 관계인 가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은밀한 사안이다.

다만 안희정 아내가 또박또박 증언대에서 밝힌 바대로, 야밤에 상화원 숙소의 부부 침실을 살폈다는 그녀.

중국 대사 부부를 상화원에서 접대했던 날 밤에 벌어진 일을 아내는 수치스럽지만 소상히 증언했다.

방송에서 상대 여성이 미투 증언을 한 이후 법정 공방을 벌이던 당시, 아내는 두 사람이 텔레그램에서 나눈 문자도 공개했는데 분위기 상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더라는 옛말대로 그녀는 그녀 나름 피해자라 주장하며 기나긴 법정싸움을 벌였고 승소했다.

속사정 추측 불가인 정치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 성 문제들은 일단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워낙 농간과 술수에 능하고 거짓과 왜곡이 횡행하는 아사리판인 한국 정치판이니까.

미투 의혹에 휩싸였다가 자살로 마감된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직에서 물러난 오거돈 부산시장 외에도 민주당 의원 몇몇이 성범죄에 연루되며 도덕성 논란이 커졌듯이.

사실 현재라고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거나 정화되고 개선돼 나아진 게 있나, 더하면 더했지?

잡스런 생각이 계속 스멀거려 안 그래도 사업 마인드 남다른 관광지인데 인상 더욱 희한하게 굳어져버렸다.

고마운 마음 약소한 점심으로 때운 것도 앞장 서준 친구에겐 영 미안한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