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길 데가 없다.
과문의 소치이긴 하나 여태껏 보아 온 그 어느 산보다 장쾌미 위엄미 호방미 장엄미 섬세미 웅장미 숭고미까지 갖춘 화산(華山).
이름대로 골골이 웅장하면서 화려하게 빛나는 산이다.
산봉우리마다 숭고하면서 장쾌하게 빛나는 산이다.
첩첩 쌓인 골마다 섬세하면서 신비로이 빛나는 산이다.
화산의 '화(華)'는 '빛날 화' 혹은 '중화(中華)의 화'를 의미한다는데, 눈부시게 빛난다는 뜻이자 중화민족의 근원지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단다.
내 아이디는 무량화다.
결혼해서 시댁 따라 절에 다닐 적이다.
통도사 방장스님이신 월하대종사께서 불명을 '끝없이 빛나라'며 무량화로 지어주셨다.
끝없이 잡문 나부랭이를 쓰며 이 나이에 이르렀으나 크게 빛난 적은 없었지만 무탈하게 잘 살아왔다.
그 점 월하스님께서 내리신 불명 덕에다 마리아란 세례명이 지켜준 덕택으로 알아 감사히 여긴다.
이번에 간 중국 화산은 전형적인 악산(岳山)이다.
오로지 화강암으로 형성된 화산(華山)이라 큰 바위가 거대한 봉우리를 만들어 산 전체가 매우 장엄하다.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화산은 조양봉(동봉, 2,090m), 낙안봉(남봉, 2160m), 연화봉(서봉, 2,080m), 운대봉(북봉, 1,614m), 옥녀봉(2,042m)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오악(태산, 화산, 숭산, 형산, 흥산) 중에서도 산세가 가장 험하기로 유명하며 오악 중 가장 높은 2,155m의 험준한 바위산인 화산이다.
이날 우리가 올라갈 서봉의 주봉은 연화봉이다.
고지라 험한 산길과 가파른 돌계단길 그리고 절벽 위에 철난간이 걸려 있는 아슬아슬한 곳을 걷게 된다.
숭산에서 놀라운 산악미를 접한 우리는 패키지여행 스케줄에 없던 화산을 다녀오기로 여행 계획을 바꿨다.
당연히 2백 불 정도의 비용이 추가됐다.
화산으로 향하는 날, 고맙게도 화창하게 날씨가 개였다.
다행이었다.
화산은 시안(西安)과 정저우(鄭州)의 중간인 시안 동쪽 약 120km 거리에 있는 화양시(華陽市)에 자리했다.
시내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셔틀버스 탑승구로 가서 여권 검사와 검표를 마친 후 대기하던 차를 타고 40분 가까이 산속으로 연신 빨려 들어갔다.
굽이굽이 완만하게 돌아 오르는 산길 양편,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산 위용은 표현할 단어가 궁하기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명하던 하늘인데 심산에 들수록 점점 구름인지 안개인지가 산자락을 감싸며 휘돌았다.
기온도 현저히 낮아져 썰렁하니 한기가 느껴졌다.
고산의 기후는 매우 변덕스러워 화산은 雲華山, 霧華山, 雨華山, 雪華山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케이블카를 타도 이러다가는 숭산에서처럼 시야가 트이지 않을 것 같았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물밀듯이 밀려오는 인파에 끼어서 삭도 타는 곳이라니 냉큼 줄을 섰다.
기다리는 줄이 하도 길어 노점상에서 산 찐 옥수수를 하나씩 뜯으며 우리 차례를 기다렸다.
백인과 한인 관광객이며 중국 전역 각 곳, 내몽고에서 온 노인팀들도 빵을 먹으며 긴 줄에 서있었다.
중국 관광 명소마다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하나 있었는데 촘촘히 배치시킨 쓰레기통들이었다.
그 덕에 아주 많은 군중이 모여들어도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거리가 유지됐다.
여권 검사와 검표 후 안으로 들어가니 어라? 이게 뭐지?
눈앞에 난생첨 보는 놀이기구가 줄줄이 대기 상태다.
카트처럼 생긴, 장난감 닮은 2인승 차에 타도록 안내원이 자세를 잡아주고 안전벨트를 고정시킨다.
친구와 카트에 오르자마자 청룡열차 맹키로 쌩하니 무척 빠르게 궤도 위를 달린다.
한참을 치달리기도 하고 급경사진 곳을 오르내리며 산속 깊숙이 고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우리.
얼떨떨했던 처음과는 달리 신바람 났던 이 모노레일은 설명할 재간이 없으니 동영상 참조하시길.
그다음에 이른 곳, 카트에서 내려지자 닿은 곳이 케이블카 탑승지였다.
여기가 무려 해발 1,100미터 고지란다.
팔공산 높이에서 탄 케이블카라니...ㅉ
화산의 면적은 아직도 정식으로 알려지지 않았듯이 얼마나 깊고도 장대한 화산의 품인지.
숭산 케이블카와 달리 화산은 프랑스에서 시공 발주한 프랑스제 삭도라고 한다.
어쨌든 중국산이 아니라는 점이 미더워 안심하고 탄 케이블카는 더구나 신품이라 아주 깨끗했다.
케이블카가 와이어를 타고 거의 수직으로 치솟아 속도감 있게 슝~슝~~!!
덜커덩 댈 때마다 긴장으로 어깨가 오므려지는 한편 짜릿함에 오소소 소름마저 돋았다.
일정 간격을 유지한 다른 케이블카가 연달아 오르내리고 잡목 숲 대신 수직 암벽이 바짝 다가선다.
알프스 오르듯 산뜻한 기분으로 서봉 향하는 도중, 고도 높아질수록 안개로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종잡을 수 없이 천변만화하는 산, 하도 급변하는 날씨라 잠시후 기약조차 못 하겠다.
점점 뿌옇게 가려지는 전망, 종착지에 닿았을 때는 모두들 구름 탄 신선이 되었다.
무진기행이 이러할까, 숲은 윤곽뿐이고 바로 앞 도교 사원만이 붉은색 선연했다.
특히 화산은 중국 도교 성지로서 산 정상마다 새집처럼 얹힌 사원들과 수십 개의 수행굴이 있다고.
도교(道敎)는 노자의 사상철학인 도가와 달리 중국의 토속신앙을 통합하여 종교로 발전시킨 민족종교다.
신자수는 2억 명 정도라니 흥성한 편이다.
케이블카 타고도 한참을 오른 이 골짜기 깊고 멧봉우리 높은 여기에 어찌 자재를 올려와 건물을 다 지었을까.
더구나 더 먼 옛적 일이라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 사원만이 아니다.
뒷산 바위절벽에도 여기보다 더 규모 거창한 사원이 도사리고 앉았다.
연화봉 끄트머리, 이를테면 정상 자리다.
거기까지 가려면 가파른 언덕 올라 천길 낭떠러지 위에 난 조붓한 암반 길을 건너야 한다.
무협지에 나오듯 축지법을 쓰고 단숨에 공중부양을 하는 전설 속의 도사들이나 가능한 일 같다.
조마조마한 벼랑 길을 스틱에 의지해 걷는데 난간의 쇠고리를 잡고도 오금이 저리고 발끝이 옭말린다.
그럼에도 길 비좁도록 계속 몰려드는 인파가 장난 아니다.
이제 경제발전으로 살만해진 중국인민들도 관광붐이 봇물 터지듯 해, 살아생전 보고잡던 명소 찾는 듯.
무쇠 난간에 빼곡하게 매단 붉은 소원지를 보나따나 얼마나 많은 인민들이 다녀갔는지 가늠이 됐다.
혹시나 안개 걷힐까 주춤대며 서성거렸으나 스멀스멀 연달아 밀고 올라오는 뿌연 안개.
조망권 틔였을 때는 남쪽으로 이어진 진령산맥 줄기가 내려다 보이고 북쪽으로는 황하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데 점점 더 너르게 퍼지는 안개에 손을 들고 연화봉과 작별했다.
산이 평원에 우뚝 솟아있어 더더욱 장쾌하게 보이는 화산.
안개로 화산의 전모를 옳게 못 봐서인가.
산을 내려와서도 아쉬움에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화산은 시안으로 달리는 차속까지도 한참을 따라왔다.
화산 규모가 얼마나 너른지, 한눈에 잡히지 않는 방대한 산세에 경탄하며 합장배례 바치고 또 바쳤다.
감사하기 그지없는 하루를 허락해 주신 하늘에도 합장배례.
삼라만상 천지신명 조상님 부모님께도 거듭 고개 숙여졌다.
건강 지켜주신 덕분에 제가 화산을 다녀갑니다.
두루 고맙습니다.
마음자리가 이리 푼푼해지고 매순간 감사드릴 수 있음은 현재의 내 삶에서 느끼는 충만감 덕이다.
홀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잡다한 감정소모가 없어 평화롭기 그지없는 나날이다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 따라서 내 삶은 내가 디자인하고 관리한다.
얏호~하루 24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다.
맘껏 향유하는 이 자유, 그 얼마나 소중한가.
어떤 간섭이나 제약 없이 시월 어느 날 가고 싶던 곳 자유로이 떠날 수 있는 축복이 생각사록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