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남원 큰엉해안 경승지 오솔길로 여명을 맞으러 나왔다.
1.5m에 이르는 산책로인 큰엉해안 경승지는 올레길 5코스에 위치해 있다.
마침 숙소인 금호리조트 뒤편이라 아침 운동 삼아 나오면 휘감기는 바닷바람 쾌적하기 그지없다.
큰엉 전망대에 서면 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져 저도 모르게 심호흡부터 하게 된다.
폐부를 관통하는 해풍에 쌓인 오탁 자연스레 씻겨 내린다.
큰엉 바윗전에 기대서서 장엄 일출 마주할 수도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 일찍부터 낚싯대 드리운 이들도 있다.
곧 일출 시각인데 수면 위로 바투게 구름장 겹겹 깔려, 산고 꽤나 치르고야 어렵사리 모습 드러낼 태양.
아무래도 해맞이는 동으로 동으로 걸어 나가며 타이밍을 맞춰야 할 거 같다.
바람막이 겸 기대섰던 '큰엉'이라 새겨진 큰 바위를 떠난다.
엉? 근데 엉이 뭐야? 바닷가 절벽에 난 동굴이나 바위 그늘이 많은 언덕배기를 제주도 방언으로 엉이라 부른다.
큰엉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규모가 큰 절벽이 있는 언덕을 의미한다니 이름대로 경치 뛰어난 명승지 틀림없겠다.
바다 쪽에서 공중촬영을 하면 그 장대하고도 기기묘묘한 면모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터.
용암 솟구쳤다 흘러내리면서 여러 묘기를 부리는 중에 높은 낭떠러지도 만들고 깊고 옅은 동굴 처처에 만들어 놨다.
큰엉해안 경승지에서는 해벽에 엄청 큰 인디언 추장 얼굴 실루엣이며 유두암 수줍게 드러난다.
지구는 둥글다는 게 확연히 실감되는 먼 수평선은 일직선이 아니라 완만하게 휘었다.
수평선에 뜬 갈치잡이 배와 등대만이 아니라도 볼거리 지천인 경승지라 전망대 윗길로 올라간다.
절벽 위 오솔길은 산책로로 가꾸어져 있어 파도 소리 새소리 더불어 거닐다 보면 시심 일깨워지고 힐링 절로 된다.
쉼 없이 해암에 부딪는 해조음은 율조 여일하나 뭇새 지저귀는 소리는 제각각이다.
때 타지 않은 큰엉해안에는 시커먼 마그마 덩어리와 기암절벽 볼만한 외에 오솔길 숲 역시 운치 있다.
산책로 중간쯤부터 양켠 나무가 만나 터널 이뤄 이어지는데 거기엔 하트 모양도 기다린다.
또렷이 떠있는 한반도 지형도 만나게 된다.
바로 산책로를 둘러싼 나뭇가지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형상들이다.
특히 한반도 지형 중간이 절묘하게 하늘과 바다로 나누어져 마치 분단의 현실을 보는 듯 희한하다고.
날씨 청명한 날이면 구분 또렷해진다는데 아침저녁 해무가 낀 터라 그 현상을 담지는 못했다.
바닷가 절벽 위 숲 산책로는 그래서 한반도 길이라고도 불린다.
터널을 이루며 뻗어나간 그 오솔길은 파도 소리 데불고 한참을 이어진다.
우연히 숙소가 금호리조트인데, 앞마당같이 너른 품섶에 큰엉 해안 경승지를 안고 있는 셈이었다.
바람에 떠밀려 되돌아오는 길, 거친 해풍에 억새가 하얗게 나부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5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