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물오름, 저만치 거리 두고 결가부좌한 보살님 같으시네.
의연스러운 절물오름 우러르니 참선삼매 깊이 드셨고.
딱따구리 탁. 탁. 탁! 죽비소리 아니 들려도 하계 덩달아 묵언정진 중이네.
연못 주위는 더없이 적요.
이 세상 풍경이 아닌듯한 나른한 고요.
얼마 만이냐, 반가워 손 흔들어주고 싶네.
지그시 응시해 보니 고요, 고마 낯설어질 뻔했더라네.
잔잔한 고요가 깔려있는 연못 수면 위는 정중동.
민트 블루 색만큼이나 투명한 실잠자리 나래 고요히 날아 세상번뇌 잊겠네.
수면 위 산책하는 소금쟁이 게아재비 물땅땅이, 깃털보다 몸피 가비얍더라네.
볕바라기 하며 바위에 올라앉아 또 하나 석상이 된 거북이 시나브로 오수에 잠겼네.
물가 따라 맴도는 올챙이 나풀대는 꼬리 짓은 꼬맹이라 귀엽기나 하지.
자발머리 없기로는 먹이 던지면 우르르 몰려다니는 굵다란 잉어 떼.
그래도 은별 반짝대듯 한 빛살 윤슬로 끌고 다니니 그도 밉상은 아니네.
옷섶 사려 여민 백수련은 어찌 그리 기품 단아한지?
연못 안 푸른 섬에 무리 진 노랑붓꽃 사뭇 청신하고.
먼 숲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에 뻐꾹새 간간 장단 맞춰주네.
상냥스러운 섬휘파람새 노래는 적요로움 휘젓기는커녕 그 또한 고요한 청량감으로 다가오고.
이렇듯 고요에 기대앉아 하염없이 물 바라보노라니 참말로 좋네.
평온 깃든 연못가의 오후 시간이야말로 귀한 선물이지 뭔가.
제주시 봉개동 중산간 마을에 자리한 절물오름.
절물자연휴양림이 있고 절물 약수터로 널리 알려진 절물오름은 해발 697m의 기생화산으로 봉우리가 둘이라 전망대도 두 곳이라네.
큰 봉우리를 큰대나오름, 작은 봉우리를 족은대나오름, 원형의 깊은 분화구 주변은 잡목과 활엽수 침엽수 울창하다네.
쭉쭉 뻗은 삼나무가 울울창창 하늘을 가리고 미칠하게 잘 생긴 곰솔 숲도 볼만하지.
각종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 따라 걸으면 한여름이라도 그늘 서늘하고 노루가 풀을 뜯는 평화로운 곳.
큰대나오름 기슭 생이소리길 쪽에는 사철 시원하게 펑펑 솟는 절물 약수터, 길 건너편에 약수암이라는 절도 있다더군.
저 아래 숱한 여러 오름들 막힘없이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오름의 하나가 절물오름.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제주 바다 아스라니 푸르고 빙 둘러선 오름들이 빚어내는 능선 풍경 멋진 곳.
구름 커틴 드리우지 않을 땐 한라산도 마주 보인다네.
오월 신록숲도 눈부시지만 좀 있으면 은종 닮은 종낭(때죽나무) 꽃 새하얗게 피어나 온 숲에 향훈 꿈결같이 스며들지.
그때 놓치지 말고 이 숲을 한번 찾으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