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돌멩이 하나 얹었으랴

by 무량화


무심코 한 동작은 아니리라.

장난 삼아 물수제비 뜨려 던지는 돌이라면 모를까 일부러 돌멩이 골라 든 손이다.


첫새벽에 길어온 정화수 한 그릇 장독대에 떠놓듯이.


그 앞에 서서 지극정성 비손하는 할망의 모습 같다,

저 돌탑들은.

지성으로 빌면 하늘도 감동하고 제신도 감동시킨다지 않던가.


비록 염화시중의 미소를 띠지도, 매끈한 어깨선이나 자태 날렵한 여신 아닐지라도.


높이 우러를 신상이나 불상만이 장엄하고 거룩한 게 아닐지니.


설령, 서툴게 쌓인 돌탑인들 어떠하리.

탑은 모두 신성한 예배의 대상물 되는 것을.

하여 탑 앞에선 누구라도 경건해져 어느 결에 슬몃 옷깃 가다듬게 되지 않던가.


곶자왈 숲길 오가는 이, 화산석 한 점 주워 덧쌓는다

그는 바윗전에 돌 하나 올려놓으며 무슨 기원 바쳤을까?

누군가는 심중에 분명 어느 누군가를 떠올렸으리라.

마음에 귀한 꽃송이 한 둘 간직하지 않은 이 없을 테니까.

돌 크기나 모양이야 개의치 않아도 되며 하나를 쌓아 올려도 돌탑이 되는, 이는 어쩌면 무의식의 상징적 언어가 아닐지.

은연중 표출된 소망에 대한, 꿈에 대한.

그도 아니라면 하늘 향한 영원성과 초월성의 상징으로.


돌은 몇 개만 쌓아도 탑이 된다.



아무리 돌밭 곶자왈일지라도 발치에 걸리는 게 돌팍은 아니다.

펄펄 끓는 강물 되어 흘러내리던 용암 식으며 서로 엉켜 붙어 쇠처럼 강고하게 굳어진 곶자왈 바닥이다.

바윗덩어리 돌되어 잘게 부서질 만큼의 일월은 지나지 않은, 비교적 젊은 현무암 지대인 이곳.

하여 주변 이리저리 두리번거려야 돌 하나 겨우 취할 수가 있다.

발길에 차이는 돌도 아닌, 일부러 구한 돌이라면 의미 부여에도 무게가 실린다.

어렵사리 찾은 돌, 그 하나를 얹으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돌멩이 하나 무심코 얹지는 않았을 터이다.


기원 하나씩, 소망 하나씩 층층이 얹었으리라.

밑돌 의지삼아 공구는 윗돌은 매양 겸손하다.

언뜻 보아도 알 수 있게 점점 작아진다.

그래야 거친 바람 불어도 끄떡없이 서있을 수 있다.

마음 같아선 큼직한 돌덩이 턱 얹고 싶겠으나 균형 잃은 탑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탑 위에 소원 하나 공들여 쌓아 올릴 때는 욕심 비우고 가비얍게 가비얍게.

해서 우리는 탑을 보며 세상 이치 배운다.

아래층과 위층은 무심한 듯 은연중에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너와 나는 그렇게 의지하고 살더라는 세상 이치 슬몃 깨우치게 마련이다.

이윽고 사람도 탑이 된다는데 과연 나는 어떤 기단석으로 남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