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Mar 10. 2024

입양, 그 양지와 음지

때때로 어떤 사물이나 외형에 대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경향이 농후하다 보니 인식의 오류를 자주 범한다.

혼잣 속으로 넘겨짚고는 분명 그럴 거라고 단정해버리는 지레짐작이란 바로 마음속에 장벽을 높다라니 쌓아두는 일.

그릇된 평가의 틀에 갇혀, 가령 젊어 사회주의 운동을 했다면 왠지 빨갛게 보일 테고 청담동에 산다면 부유층일 거라 섣부른 짐작을 하게 된다.

선입관이라는 게 때로는 아주 고약한 장애물일 수도 있다.

고정관념 또는 편견으로 굳어진 의식, 한번 프레임이 잘못 씌워지면 그로부터 벗어나기 쉽잖으니까.

그리하여 양지도 곧장 음지가 되어버릴 수 있으니까.

매사 나름의 필터 통해 이해하고 판단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바라보게 되는 예가 적지 않다.  

물론 당연하거나 옳은 판단을 할 적도 있긴 하지만.

지난주 조카의 전화를 받았다.

배냇이라는 소모임을 주관하는 그녀는 해외 입양인의 부모 찾기를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샌프란에서 몇 년 파견근무를 하는 동안 익힌 영어로 페이스북 통해 세계 각처 입양인들과 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제법 알차게 활동 중이다.

이모, 감천마을 잘 알아?

으음, 대충은 알지. 얼마 전에도 들러 봤고.

부산에 살고 있으니 부산의 전형적인 달동네에서 문화마을로 거듭나 관광명소가 된 감천동을 모를 리 없다.

아주 오래전, 외진 서구 해안가라 남구와는 멀리 떨어진 그 동네에 외가 쪽 친척이 살고 있어서 가본 적이 있는 터.

어찌어찌 흘러들었는지 외가 아줌마 홀로 올망졸망 애들 데리고 어렵게 살고 있었기에 한번 가봤지만 동네 분위기 충분히 파악되고도 남았다.

미국에 사는 입양인이 엄마를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현재 엄마 혼자 바로 그 감천동에서 살고 있다는 것.

정확히는 엄마가 오래전부터 딸을 찾기 시작했으며 DNA 검사를 통해 모녀임이 확인되어 명년 봄 딸이 한국을 찾는다는 것.

입양인은 1984년 태어나자마자 버려졌고 보육 시설을 거쳐 미국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반듯하게 자라 결혼해 미 중부 시골마을에서 가정 이루어

잘 살고 있다는 것.

84년도라면 우리가 대구에서 부산으로 이주한 해, 육이오 사변 난리통도 아니고 멀쩡한 그 시절에 영아를 유기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 입장이라면?  

사연을 들으며 동시에 입양인들이 부모 찾기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례가 두서없이 그러면서 떨떠름하게 떠올랐다.

성장하면서 정체감 혼란을 겪는 입양인들은 어느 정도 자라 성인이 되면 자기 뿌리 찾기에 나서며 애오라지 이에 몰두한다.

피부색 다른 자신은 누구이며 나를 태어나게 한 부모는 누구인가?

당사자 외에는 어느 누구가 안갯속에 갇힌듯한 그 심정 헤아릴 것이며 그들의 절실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온라인 세상이 되면서 향일성 식물의 속성처럼 거의 막무가내로 부모 찾는 일에 매달리는 입양인들이 숱한 현실이다.

어렵사리 엄마의 흔적을 찾았으나 행려병자로 이미 엄마가 세상 떠난 J의 경우, 그녀가 아주 이성적인 의사였기 망정이지 제 엄마가 정신병자였다는 사실을 어찌 감당하랴.

엄마를 찾긴 찾았으나 완강히 만나고 싶지 않다는 엄마와 경찰관의 주선으로 겨우 대면은 했지만 손조차 한번 잡아주지 않아 눈물 뿌리며 한국을 뒤로한 수잔의 경우.

몇십 년 만에 처음 만난 아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철면피 아빠에, 과거를 묻고 사는데 지금 가정도 있으니 형편상 만날 수 없다며 끝내 매몰차게 만나길 거절하는 엄마도 있었다.

시장통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사십 년 만에 만나 동네잔치를 열었던 가족, 기차역에서 잃은 자신을 찾으려 부모가 무진 애쓴 걸 알고는 버려진 줄 알았는데 고맙다며 동생을 얼싸안고 울던 여인...  

입양인 부모 찾기에서 이 같은 미담 사례도 무수하긴 하지만 의외로 부정적 측면도 수없이 노정, 만남이 주선된 현장에서 씁쓸히 목도되기도 한다고.

경찰서나 임시보호소에서 넘겨진 미아를 입양 보내는 사회복지시설의 문제도 적지 않아 어느 미국 입양인은 홀트복지회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이기도 하는 중, 이처럼 우리가 잘 모르는 응달진 구석이 얼마일까.

심지어 3천 불에 고아 수출을 해왔다는 부끄러운 이면사 숨겨야 하는 나라다.

한편 미혼모 문제 역시 무분별한 십 대의 일탈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 언제까지 수수방관하려는지?

하긴 고딩 부모라는 프로를 내보내는 방송사도 엄연히 존재하는 얄궂은 세태를 탓해야 하나.

감천동 엄마를 찾는 사연은 글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이다.

모쪼록 선의의 결과가 나오기만을, 미국에서 그간 순박하게 살아온 그녀가 두 번 상처받지 않는 행복한 상봉의 자리가 되기만 바랄 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베이비 박스와 배넷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