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도시 부산에 살면서도 회를 입에도 못 대던 위인이다.
여류문인 모임이 광안리에서 열릴 적마다 회를 못 먹는 나만 별도로 소라나 오징어 숙회를 주문해야 했다.
요셉 취미가 바다낚시라 전라도 섬까지 낚시하러 다녔기에 오래전부터 심해에서 낚은 좋은 어종을 자주 접했어도 내 비위에 회는 맞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그즈음 불자인 나로선 방생도 다니는 데 살아있는 것의 생명을 해하는 짓이 마뜩잖았다.
회뿐 아니라 젓갈류도 도통 극복이 안 되는 식품류로 씹는 맛이 물컹한 음식은 무조건 피했다.
그러다 가로 늦게 이민을 가서 일더미에 파묻혀 살다 보니 자꾸 몸이 축났다.
아픈 데도 없는데 점점 더 살이 빠지며 얼굴에 주름만 늘어갔다.
약해빠진 저질 체력에 비실대며 일하는 내가 안쓰러운 교우들이 회를 먹어보라 강권하다시피 했다.
대서양과 가까운 바닷가 뉴저지라 연어나 전어 낚시를 다녀오면 온 교우들이 모여 회 파티를 즐기던 당시다.
처음엔 선뜻 젓가락이 가질 않았다.
깻잎에 작은 횟점과 양념장을 넣고 생짜배기로 입에 욱여넣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맛들이기 시작한 회란 음식이다.
회 한 점에 살 한 점 내게 붙지 않겠나 자기 최면도 걸어가면서 먹던 회가 이젠 먹을 자리가 없어 아쉬울 판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마따나.
하지만 지금도 흰 살 생선을 즐기는 편으로 살이 붉거나 무르거나 한 어종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방어회를 좋아하게 되다니 너무도 뜻밖이다.
처음으로 방어에 맛들이기는 제주에 온 이듬해 겨울, 눈 사락사락 내리는 교래리 어느 집 저녁식탁으로부터다.
도반 헬레나 씨의 친척인 그 집에 갔던 때는 마침 결혼피로연이 열리는 잔칫날.
현지인이 아닌 육지사람이 일찌감치부터 제주에 터 잡고 살았는데 그 댁 잔치에서는 돼지를 잡는 대신 대방어를 통째로 잡았다.
방어 한 마리를 사서 회를 뜨고 딱 반을 나눠 머리와 몸통 꼬리까지 알뜰히 그릴에 넣고 구웠는데 그 맛이 아주 각별했다.
마치 원시부족처럼 어두컴컴한 식당에서 방어 대가리를 씹으며 고소한 즙을 빨고 등뼈에 붙은 살을 뜯어먹노라니 쫀득하면서 깊은 맛이 어찌나 구수하던지.
나머지 반쪽은 방어지리탕을 끓였는데 미나리와 청둥호박만 넣었음에도 그 맛이 기차게 시원했다.
그 자리에서는 불그죽죽한 회는 한 점도 못 먹었으나 이후 쥔장집에서 방어회를 준비해 놓고 부르면 사양하지 않았다.
올 겨울에도 이미 두 차례나 방어회 포식을 했는데 현지 모슬포에서 먹는 회맛은?
토요일 점심 약속을 모슬포 횟집에서 하게 됐다.
송악산을 걷기 앞서 근테크를 위한 체내 에너지 보충은 물론 신진대사활동 원활히 돕기 위해서다.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 철분, 칼슘 등 다양한 미네랄이 고르게 함유돼 있으며 불포화지방산 , 비타민D, 지방 함량이 높은 어종이 방어다.
한방에서도 체온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환절기와 겨울철에 기력을 채워주고 면역 기능을 돕는 방어라 이른다.
한라산에 눈 쌓인 겨울, 모슬포라면 방어가 제철이다.
당연히 식당에서 방어회덮밥을 주문했다.
밑반찬 차림에서부터 바다향이 넘쳐났다
생미역 무침, 갈치조림, 파래무침에서는 바다 내음이 물씬 풍겼다.
곧이어 밥과 국, 따끈한 국은 방어 지리탕이다.
연달아 방어회와 갖은 야채를 담은 대접이 따로 나왔다.
흔히 밥에 회무침을 곁들이는데 완전 별도다.
방어회부터 버무려 먹기로 한다.
야채 위에다 횟거리를 얹은 다음 적당량의 와사비와 초고추장 그 위에다 식초를 듬뿍 치고 젓가락으로 훌훌 회를 무쳤다.
깻잎과 얇게 저민 마늘을 더 첨가해 회무침을 마무리 한 다음 한 입 가득 넣고 맛을 음미해 봤다.
으음, 탱글탱글 쫄깃거리는 방어 육질이 씹는 맛을 돋워준다.
상추잎에 밥과 회무침을 얹어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지리탕도 떠먹고 갈치조림도 발라먹고 고구마튀김도 아삭 씹어본다.
반쯤 먹었는데 벌써 배가 부르며 포만감이 든다.
우리는 천천히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싶었으나 계속 밀려드는 손님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므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후다닥 회대접을 비우고 계산대에 가 음식값을 치르니 두 사람 식사대가 고작 이 만원정.
분명 메뉴판에는 15,000원인데 뭐에서 착오가 생겼나?
계산이 이상해요, 카운터 아줌마가 웃으며 방어철 동안 고객들에게 가격봉사를 하기로 했단다.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나와서 간판을 찍는데 그 아래쪽에 대물림 맛집 1호 인증판이 붙어있다.
'승찬호' 배를 모는 아버지가 물살 거센 모슬포 해역에서 방어를 직접 잡아오면 어머니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육십 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온 부부는 아들네에게 업을 물려줬단다.
1964년에 문을 연 모슬포 부두식당, 어쩐지 뭔가 다르더라니.
바로 앞에서 방파제 안쪽 모슬포 바다가 은파 더불어 출렁거렸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항구로 62 부두식당
010ㅡ3698ㅡ3512 / 064ㅡ794ㅡ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