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동백 소식

by 무량화

아직 감감하다.

동백 봉오리마다 단단히 입 오므리고 새침떤다.

어쩌다 돌연변이처럼 피어난 꽃은 동백원 통틀어 몇 송이뿐.

붉은 애기동백 그 위로 새파란 하늘에 아침달 하얀 점으로 찍히고


SNS에 더러 서귀포 동백 소식이 떴다.

지난해 일지를 보나따나 아직은 시기상조인 데.

그럼에도 궁금했다.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 직성이 풀리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채비를 하고 위미동백원으로 향했다.

하마 얼마쯤이나 폈으려나?

마음이 급했다.

버스로 30분 거리라 벚나무 잎새 낙엽 져 내리는 걸 지켜보다 보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개화기를 맞았다면 도로상에서도 동백나무 숲 전체가 불그레 할 텐데 깊은 녹색 숲인 채로 묵묵부답.

애기동백 환히 펴 절정을 맞으면 나무가 숫제 화려한 꽃송이처럼 변한다.

게다가 애기동백 꽃잎 하르르하르르 내려 쌓일 즈음이면 동백숲은 숨 막히게 아름다웁고.

예년의 경험으로 미루어 절정기는 보통 1월 중순 경이었다.

그러니 아직은 동백 꽃소식 너무 일러 침묵 모드 견지한 채 새초름하다.

동백원은 방문객을 받고 있었으나 바로 옆 '볼고롱 동백'은 장삿속 밝지 않아 점잖게 꽃 흐드러진 동백철에 만나잖다.

지난해부터 쥔장과 인사를 튼 터라 사진 몇 장 찍으러 안으로 들어갔다.

윤나는 동백 이파리, 무수히 달린 동백 봉오리는 딴딴한 채 도통 아무런 기척이 없다.

어쩌다 한 두 송이 핀 꽃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 사진에 담는다.

서귀포 위미동산 동백은 볼고롱동백이나 옆집이나 이달 후반기나 되어야 최상의 꽃축제를 열겠다.

여타 동백원은 온실 시설이 돼있거나 해바른 양지쪽이라면 드문드문 개화했을 듯.

하지만 서귀포 중에서도 가장 기후 온화하고 햇볕 따스한 지역이 위미, 하례, 효돈이다.

그럼에도 여전 동백은 뜸 들이며 뜨거운 숨결 짐짓 고르고만 있었다.

암튼 동백원에 들러 일단 개화상태 확인했으니 이번엔 바다 쪽으로 걸어 동백군락지로 갔다.

거긴 키 훤칠하고 우람한 토종 동백나무가 둥글게 군락 이뤘다.

그 군락지야말로 홑겹의 단아한 진짜 동백꽃이 피는데 개화시기는 애기동백보다 좀 늦다

토종동백나무가 군락 이룬 그곳에 가면 청량한 동박새 소리도 여울지려니...



도중에 촘촘 이어진 농장에서 가지 휘도록 풍작 이룬 귤농사로 입이 벙근 주인에게 덕담도 전하고 귤 수확 중인 일꾼과도 얘기 나누느라 한참.

구불구불 돌담 따라 걷다보면 막다른 골목이라 되돌아 나오기도 여러 번, 게다가 풍요로운 귤밭 정경 사진에 담느라 시간이 꽤 지체돼 버렸다.

더 결정적인 사태는 충전이 바닥나 버리며 아예 먹통이 된 폰.

큰길로 나와 카페나 식당을 들여다봐도 매번 안이 컴컴하다.

11시 오픈이니 하릴없이 두 시간을 죽치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동백군락지는 내일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미련으로 미적거리는 발길 야멸차게 획 돌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