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동백꽃 마중 갔다가 봉오리만 보고 왔다.
그것도 딴딴한 꽃봉오리만.
양지쪽엔 더러 볼그레 부푼 봉오리도 있었으나 거의가 새끼손톱보다 작았다.
애기동백꽃은 열흘도 더 지나야 볼만할 거 같았다.
물론 기온이 확 오르면 화들짝 피어날 수도 있으나 백록담에 쌓인 눈이 냉기 몰고 오므로 크리스마스쯤에나?
아무튼 지금은 윤나는 초록 잎새만 보고 와야 한다.
기왕 왔으니 인근 동백군락지로 자리를 옮겨 보자.
토종 동백꽃은 애기동백보다 개화기가 늦다.
고로 꽃 소식보다 천국같이 여울지는 새소리 듣고자 해서다.
농장길 걸어가며 한눈팔다 보니 막상 동백군락지에 닿았을 때는 충전이 바닥나 폰 작동이 멈춰버렸다.
생생한 라이브로 귀만 호강하고는 그만 귀가했다.
어제보다 더 청쾌한 날씨, 콧노래 흥얼거리며 다시 동백군락지로 직행했다.
마을 중심을 반쯤 차지하고 돌담 둥글게 감싼 새새로 거목 동백이 미칠미칠하다.
맞은편 길가에 귤농장 이어지고 도로변 따라 털머위꽃 샛노랗게 피어있다.
여긴 제주 기념물인 토종동백만이 아니라 돌담 안에 애기동백도 실하게 가꿔놨다.
다만 여전히 관리단계라 정식 오픈은 미룬 채다.
이곳은 쥔장이 동백수목원과 동일인, 아직 수목 관리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나 더 멋들어지게 꽃단장시킬 참인지 애기동백숲에는 새소리만 드높다.
바람길인가, 숨길 틔워놓듯 돌담 사잇길이 열려있다.
허술하니 낮게 가로막은 형식적인 선을 넘어선다.
처음 왔을 때부터 그런 상태라 스스럼없이 동백숲으로 진입해 영상 몇 담는다.
맑은 새소리에 한가로운 닭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도 들린다.
천상의 평화가 이러하리, 나른한 평온감 잠시 즐긴다.
그러다 도로로 나와 돌담길 따라 걷는다.
도중에 스틱에 배낭 무거이 짊어진 젊은 올레객을 만났다.
그녀는 어딜 가야 동백꽃을 볼 수 있냐고 물었다.
SNS에 떠도는 소문만 듣고 온 그녀는 폭삭 속은 기분을 가감없이 표출한다.
무책임하게 전년도 동백 사진을 올 사진처럼 헷갈리게 내거는 바람에 서울서 헛걸음했다며...
5년차 서귀포 사람 이때 진가를 발휘해 상세히 안내를 해준다.
군락지 중허리에 나있는 비밀의 문까지 알려줬더니 연신 고맙다며 머리 조아려가며 인사.
그쯤에서 다시 동쪽으로 이어진 돌담길 끼고 도는 내길로 걸어간다.
어느 한 그루에만 단아한 토종동백꽃 총총 피어있다.
그 언저리에서 유독 새소리 경쾌하다
청량하게 지저귀는 새소리 중에는 분명 동박새 소리도 섞였은 터.
고개 젖히고 나무를 올려다 보나 워낙 잎새 밀밀한지라 동박새 자취는 찾지 못했다.
귓속 흥건히 스며든 새소리만으로도 이게 어딘가.
돌담 한 바퀴 도는 동안 귤밭 사이로 자태 드러난 한라산 한 컷 찍은 다음 차도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