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자욱한 신산공원

제주시

by 무량화


제주시내도 은세계다.

서귀포에서도 오락가락 흩날리던 눈발인데 여기선 아예 눈보라 치며 펄펄 쏟아붓는다.

종잡을 수 없이 변화무쌍한 섬의 기상도.

오나가나 진종일 눈이 올 모양이다.

아무튼 약속이 잡혀있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라산을 넘어왔다.

오면서 한 시간 넘게 차창 가로 한라산 자락 눈 구경은 실컷 했다.

0도 날씨에도 춥다고 옹송그리고들 있으니 창문을 열 수 없어 창에 물기 서린대로 사진 몇 장 찍었다.

제주시에선 계속 눈보라를 헤치고 다녔다.

허나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치리.

제주예총에 간 김이다.

볼일 마치자마자 바로 옆 신산공원에 들렀다.

계속 대설주의보 발효 중, 눈보라가 거칠게 몰아치고 있다.

폭설이 문제랴.

억수장마 진다면 고려 대상이겠으나 옷에 쌓인 눈이야 툭툭 털면 그만이다.

손수건으로 어깨며 등판 닦아내면 꿉꿉해지지도 않는다.

눈바람 상쾌하고 기분은 마냥 흔쾌!

송이송이 눈꽃송이 노래를 불러보자.

눈이 내리네... 허밍도 멋들어지겠네.

소담스럽고도 푸덕지게 쏟아지는 눈, 시야 뿌예진다.

공원으로 이어진 길은 미답의 처녀지.

눈길 뽀드득뽀드득 첫 발자국 찍는다.

빗금 그으며 달겨들다가 유성처럼 사라지는 눈발 눈발.

겹겹의 적요가 새삼스럽다.

저만치 민속자연사 박물관을 품고 있는 공원이다.

제주 도심에 위치한 녹지 공원인데 인적 뚝 끊기고 나목 흔드는 눈바람만 웅웅거린다.

공원엔 아무도 없다.


제주 시내인데도 인적 하나없이 너무도 한적하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시민들의 산책공간이자 맨발걷기와 러닝코스가 있는 체력단련장이다.

88 서울 올림픽 즈음에 만들어졌다니 한참전, 긴 세월 덕에 제법 숲 어우러져 웅숭깊다.

성화가 그리스에서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걸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라 한다.

그런 공원이 통째로 오롯이 내 차지가 된 날.

눈발이 나의 정원을 점점 더 운치롭게 가꿔준다.



건너편 숲으로 접어들자 키 큰 감나무에 때롱때롱한 주황색 홍시가 출렁거린다.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감을 매단 가지들이 마구 나부댄다.

곧장 홍시가 눈밭으로 풀썩 떨어져 내릴 거 같다.

감나무 아래서 고개 뒤로 젖히고 입을 아~~~ 크게 벌려본다.

홍시 대신 눈송이 사뿐, 미세한 감각으로 입 안에서 녹는다.

그 맛은..... 그렇네, 눈 맛일세.ㅎ

문득 시장기가 돈다.

여기까지 왔으니 한 군데 더 들릴 데가 있다.

서귀포에서도 교동 짬뽕 먹겠다고 일부러 찾아온다.

근처 온 김에 불맛 나는 짬뽕 한 그릇 저녁 삼아 먹는다.

걸쭉하면서도 깔끔한 맛 여전하다.

안전을 위해 평화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 사위는 어느새 짙은 어둠에 싸였다.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일도이동 885/신산로 9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