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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12. 2024

컬러풀 원더풀 달동네

부산 구석구석

컬러풀 원더풀 감성마을 달동네 감천문화마을.

누추한 남루도 알록달록 색채 입히니 낭만이 되네.

고샅길 하염없이 돌고 돌아 하늘 아래 첫 동네.

가난이 죄가 아닌 무지개가 된 마을.

산과 산 사이 조붓한 품섶으로 모여든 한 두 집 이웃들.

다닥다닥 비좁게 어깨 비비며 들어선 따개비 같은 집.

꼬불탕 계단길 층층이 바닷새 둥지 틀듯 안쓰러이 깃들었다네.

피난민 삶의 터 국제시장에서 멀리 밀려날수록 더 짙어지는 삶의 그늘.

원도심이야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수정동 보수동 부민동 천마산 아미산 산자락 타 넘었네.

응달진 송도에서도 또 밀려 오죽하면 지명마저 까치고개며 비석마을도 지난 막다른 터.

그러나 해맑고 물맛 달아 볕바라기하듯 언덕배기에 기댄 채 옹기종기 모여 산 감천마을 사람들.

지금사 사통팔달 지하철 터널 뚫려 부산역 금방이나 그 당시 종일을 걸음품 팔아야 당도했을 시내.

나무새며 땔감 이고 지고 장터 찾아 가파른 길 헉헉대며 넘나들었을 고달픈 여로 훤히 밟힌다네.

그렇게 산동네 사람들은 운명에 순응하며 바보같이 순하게, 운명을 개척하며 억척같이 모질게 살아냈다네.

세간사야 낄 자리 없어 소외받았다지만 축복처럼 안겨진 밤하늘 초롱한 별 잔치야 수시로 초대받았네.

올챙이 미꾸리도 용 될 수 있으며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했던가, 비로소 산동네 천지개벽 맞았다네.

퇴락한 달동네가 도시재생 사례로 꼽혀 드디어 교과서에도 실리고 대학 수능시험문제로 출제되기에 이른 감천마을.

남향이라서인지 오후 늦게까지 햇살 환한 어느 집 뜰에 홍시 볼 붉었네.

지금은 별로 그렇지도 않지만 자고로 한민족은 유독 방위 개념이 신앙처럼 굳어있었다네.

따라서 한결같이 남향을 선호해 당연히 발복지라는 남향 터의 남향집을 원했네.

럭셔리한 주상복합아파트의 가격대조차 같은 평수라도 방향에 따라 값 차이가 나는데 가장 비싼 데가 남향집이데.

방위에 둔감할지라도 정남향으로 앉은 최상급 품새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감천마을.

그래서인가, 어느새 전국적으로 명성 높은 문화마을로 자리 굳혔다네.

하지만 여전 유달리 높다랗네.

그런만치 전망 한번 끝내준다네.

감천마을에서도 명당자리에 앉은 어린 왕자와 여우 잔등 너머로 감천 바다 짙푸르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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