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한라산 중턱 외딴곳에 위치한 미술관을 찾았다가 인근 소문난 교회도 들렀다.
주소지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 길이다.
한라산 산록도로를 타고 한참 달려야만 닿을 수 있는 높은 산중에 있는 교회다.
인근에 마을은 물론 인가도 없고 대중교통망이 연결되지도 않는 외딴 산속 오지다.
느닷없이 솟아오른 이색진 건물은 외경스럽기보다 뜨악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많은 이들 생각이 그러하듯 일단 종교 시설물에 대한 관점이나 기준은 외형의 압도할듯할 규모나 화려한 조경에 있지가 않다.
카타콤베에 차려진 초대교회는 그 자체로 신성이 깃들었고 작고 소박한 다락방 교회는 그대로 성소였다.
건물의 용처 때문인가, 단순하게 절제된 모습이 오히려 그래서 더 파격적이라 미적 감흥보다 교회라기엔 왠지 뜬금없다는 일종의 거부감부터.
그래서인지 정면에서 본 건물은 흰 이빨 드러내고 돌진하는 백상아리와도 같았고 KKK 단의 가면 달린 두건 같기도 했다.
방주교회는 건축가 이타미 준이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설계한 아름다운 건축물로 사진 촬영 명소라고 알려져 있다.
재일교포 2세인 그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 터.
그 모든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변방인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 건축가 반열에 오른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붕은 3색의 금속조각을 조각보처럼 잇댔으며 외벽 기둥은 목재, 유리로 전면을 마감했다.
몽돌이 좍 깔린 인공 수조를 조성해 건물이 물 위에 떠있는 듯 환상적인 느낌을 줘 관광차 일부러 찾는 명소가 됐다는.
구약 창세기에서 읽은 노아의 방주.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의 후손들은 땅에서 그 수효를 늘려 갔다.
인간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악행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신은 고민이 깊어졌다.
결국 큰 비를 내려 인간 종자를 쓸어내기로 했다.
다만 신은 순종적 인간인 노아와 그의 세 아들들만은 구원하기로 했다.
동시에 땅과 하늘의 동물들 암수 한 쌍씩도 구원했다.
신은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 것을 명령했고 대홍수가 일어나자 그대로 따른 그들은 구원받을 수 있었다.
물이 빠지자 방주는 아라라트산에 걸린 채 멈춰 섰다.
그들은 방주에서 나와 땅 위에서 다시 번성했다.
방주교회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이 건물은 종교시설로 은혜로운 예배가 있는 교회라는데...
개방된 교회, 열린교회, 관광교회로 설정한 방주교회의 이념만큼이나 여러모로 묘한 예배당이다.
지금은 사태가 봉합됐는지 모르겠으나 한동안 교내 분규가 뉴스거리였던 적이 있다.
교회를 설립한 ‘재단법인 방주’측이 담임목사를 해임하면서 법적 다툼이 일어나 외부로 심각한 내홍이 노출돼 뉴스를 탔다.
지난 2009년 봄에 세워진 방주교회는 2010년 한국건축가협회 대상을 차지했다.
이후 물 위에 떠 있는 배 모양을 한 외형 독특한 교회로 입소문을 타면서 단체 관광객까지 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어쩐지.... 너른 주차장에 승용차 댈 공간이 없더라니.
교회만 신기 신기한 게 아니라 더 희한한 건 바로 옆에 어깨동무하듯 들어선 럭셔리 패션 하우스 버버리 제주 전시장이다.
이 기묘한 비대칭감이 주는 혼란스러움을 다른 이들은 전혀 느끼지 않는 걸까, 전시장 입구 카페에도 대기 줄이 기다랗다.
현실과 상상의 영역을 넘나드는, 물결 흐르듯 유연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건물 외관 때문인지 아무튼 울렁증이 일어 멀미 날 거만 같았다.
방주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 세워졌다'고 웹사이트에 쓰여있다.
허나 보암직하니 결코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는 아닐 터라 이웃 친구도 당연히 그와 비슷한 계층인 끼리끼리, 초록동색이련가.
황량한 산 중턱에 세련된 첨단 교회 건물도 기상천외이지만 그 이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을 상징하는 최대 브랜드 버버리 전시장이라?
계단식으로 쌓아 올린 이 건물 외관 역시 진기해 유리의 성이며 얼음궁전이며 거울의 방을 두서없이 떠올리게 한다.
여기는 의류 제품을 팔지 않는 체험형 전시장이라니 그 또한 낯설다.
이 버버리 전시장은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들어가 볼 수도 없었고 멋진 전망대에 올라가 볼 수도 없었다.
관람 가능하다 해도 촌할망, 도중에 어지러워 119 부르는 불상사 생길뻔했으니 외려 다행 아닌감.
통상 핫플레이스 상권을 활용,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오픈해 효율적으로 인지도를 확보하는 팝업 스토어다.
짧은 기간 동안 신상품이나 한정판 등을 전시하다 사라지는, 일종의 아파트 청약 시 떴다방 같은 그곳.
완정 얼음나라 신비 컨셉이거나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은빛 눈부신 신천지가 열렸으니.
하긴 제주 어떤 지역은 특별구처럼 재벌가 혹은 유명 연예인 거주처라니 전혀 맥락없진 않다만..
12월에 봤으니 매장은 물론 철수했을 테고 건물 역시 신기루처럼 사라졌을 터. 유리의 성 도같고 얼음궁전 같던 건물의 첨단 소재 확인할 길 없어 그게 도시 궁금하다.
크리스마스 정원 장식품 또는 외부 광고물처럼 바람을 빼면 접혀지는 고무나 알루미늄 포일 제품도 아닐진저. 허참!
.
통상 핫플레이스 상권을 활용하고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택하는데 대형교회 바로 옆 팝업 스토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