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 같은 빛줄기.
분사하듯 강렬하게 내쏜다.
휘어짐이나 꺾여짐이 없는 단호한 내지름.
종교영화에서 극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차용되는 틴들 효과다.
신비스러운 틴들현상은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밀레의 만종을 보듯 손 맞잡고 잠시 합장하고 싶어진다.
서귀포에 와서 자주 빛 내림 현상을 만난다.
수평선 바짝 띠무늬 구름장 길고 넓게 엎드려있는 맑은 날이면 거의.
구름층 사이 비집고 겨우겨우 빛줄기 힘차게 서기처럼 뿜어낸다.
마치 어둠 뚫고 혁명군 진입하며 한결같은 목청으로 함성이라도 치듯이.
더없이 강한 결기다.
주춤거리지 않는 돌진이다.
그 바람에 가슴 둥둥, 격랑일곤 한다.
틴들현상을 자주 보여주는 서귀포 앞바다.
법환포구에서, 송악산 올라서, 아침이면 더러 거처 동창에서도.
구름 낀 오후, 금능 해변을 무대로 펼쳐진 경이로운 빛의 조화와 이날 마주했다.
앞으로 계속 좋은 일이 생길 전조만 같다.
겨드랑이에 투명한 날개라도 돋아날 듯 간질거린다.
불새처럼 마침내 비상하고야 말 것 같은 예감, 자못 흐뭇하다.
태초의 불새가 되고 말 것 같음은, 딛고 선 대지가 유달라서인가.
여기는 화산암류 지질대다.
아득히 먼 먼 일월 저편, 천지 뒤흔들리며 마그마와 화산재 치솟아 올랐다.
분출되던 불덩이 용암은 흘러내리다 바닷물 만나 식어가며 굳어 기기묘묘한 검은 암반 되었다.
환상일까.
발바닥 뜨겁게 치받고 올라오는 기운, 여전히 지심 저 깊은 곳에서는 이글거리며 불길 타고 있는지도.
그러다가 치받쳐 오르는 불덩이 주체 못 해 한 번씩 뒤척대 온 지구다.
지진이 나고, 화산이 솟고, 그렇게 지구가 호흡해 온 분명한 증거의 잔해가 여기에도 펼쳐졌으니.
거침없이 낮은 데로 치달리던 용암이 바다를 만나 주춤 몸 사렸다가 들끓는 제 신열에 겨워서 용틀임한 자리.
강한 것 중의 가장 강한 것만 남겼다.
억센 것 중의 가장 억센 것만 남겼다.
힘 중의 힘, 옹골차게 응축된 에너지의 정수 같은 갯바위다.
다큐 프로에서 본 하와이 화산 폭발 영상의 장면들이 순간 이 풍경에 자연이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