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위 떨치는 대한날 단상

by 무량화


올해는 다르단다.

이름값 한번 단단히 하겠다고 벼려온 모양이다.

서귀포 기온은 현재 7도, 그러나 강원 산간지역과 수도권은 영하 20도 전후로 체감온도가 떨어진다며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동파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고도했다.

1월 20일 오늘은 24 절기를 마무리하는 '큰 추위'라는 뜻의 대한(大寒)이다.

살을 에일 듯 대단히 매섭게 춥다는 뜻대로다.

통상 그간의 대한 추위는 이름값을 못했다.

외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고 했을 정도였으니.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생기 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번 대한 추위는 혹한을 예고했다.

빙하 떠도는 알래스카나 삭풍 시린 시베리아가 자꾸만 어른거렸다.



어제 아침 서귀포항에 다녀왔지만 날씨는 온화했다.

칼바람 몰아치는 해풍은커녕 바다 유순해 어선 군단은 먼바다로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눈만 내놓고 둥둥 싸매는 중국인 선원들 옷차림도 무겁지 않았다.

봄마중 나들이하듯 나 역시 유유자적 동네 풍경 사진에 담으며 오전 내내 돌아다녔다.

거처에 돌아와 햇살 가득 찬 실내에서 포스팅 하나 올리는 중이었다.

네다섯 시쯤이었다.

옆구리인지 등짝인지가 어딘지 모르게 시렸다.

실내 온도는 평소 설정해 놓은 대로인데 왠지 썰렁하게 느껴졌다.

괜히 기분이 그런가? 아니면 감기기운이라도 들려는 징조일까?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거긴 춥지 않아?

서울 지금 눈발도 날리고 엄청 추워.

여기도 꽤 썰렁하기에 내 컨디션에 문제가 있나 했어.

그러면서 빠져버린 수다 삼매경.



얼마 후 퇴근길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모하고 방금 통화했는데 부산은 안 춥니?

자꾸 으슬으슬 추워지기에 몸이 이상한가 싶어 전화했었다는 내 말에, 허! 예전 섬마을 동백아가씨 같네요.

내심 뜨끔해졌다.

이어서 지금이 오십 년대도 아닌데 당장 현지 기상도부터 체크해보시지 않구요.

전국적으로 기온이 급강하했다며 히터를 더 높이란다.

아랐어~더 이상 잔소리 폭포 쏟아지기 전에 얼른 수용하므로 마무리했다.

한겨울에 개스값 절약하려 들다간 병원 갈 일 밖에 없다면서. 자기가 쓰는 돈만이 자기 돈이라는 설교 이어질 판이므로.

아무리 카드가 있어도 쓰지 않으면 도대체 의미가 없는 플라스틱 쪼가리에 불과하다고 누누이 말해 왔다.

가치 있고 의미롭게 사용하는 돈만이 진정으로 나를 위해 기능하는 돈이라는 말은 맞다.

이 말은 돈에 대해 '소유'개념 보다 적절한 '활용'에 주안점을 두라는 것.

자신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나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 법을 어쩌면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나인지도.

우리 세대는 못 말리는 근검절약의 표본이다.

그 점이 답답해 짜증 나는 자녀들.

돈은 쓰는 사람이 바로 임자예요

그러니 팍팍 좀 쓰세요,

쓸 데는 다 써, 이제와 옷을 철철이 사 입겠니? 얼굴에 처바르겠니? 별로 쓸데도 없어.

그래도 내가 실제 소비하는 지출의 정도가 마음껏 풀어놓고 누리며 사는 수준이 아님을 아는지라 남들처럼 아끼지 말고 막 쓰세요. 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요, 지족지부(知足知富)이며,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면, 지족불욕(知足不辱)이렷다.

그렇다고 스스로가 불편하다거나 불행하게 느낀다면 곤란하겠지만 자족하며 살기에 이 축복이 감사하기만 하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으나 바람만 없으면 과히 춥지 않은 서귀포 날씨다.

현재 기온 7도이나 밤엔 2도로 떨어진단다.

주간 날씨를 살피니 수, 목요일은 종일 눈 그래서 영도로 떨어지는 기온, 금요일엔 눈 비 소식이며 주말에도 엇비슷하다.

이참에 기상청 날씨누리 앱을 챙겨두었다.

오늘도 안전문자가 날아왔는데 전열기구 사용이 급증하므로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을 자제하고 전기장판 사용 시 주의를 기울이라는 내용이다.

최강한파가 몰려온다니 깡추위 대비해 슬슬 일어나 보온재를 찾아보기로 한다.

시원하게 환기시켜 주는 창문의 틈새도 단도리해 놓고

꽁꽁 싸맬 방한복도 죄다 꺼내 늘어놓았다.

겨울옷이라 부피가 커 옷방이 가득찼다.

다음은 한파 속 건강 음식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먹거리 챙기기.

어제 어판장에서 데려온 열기로 매운탕을 끓일까, 잘 생긴 청둥호박이나 긁어 호박죽 만들어 볼까.

혈액순환 돕는 생강차는 따뜻한 성질의 식품으로, 몸의 면역력을 높여 감기 예방을 돕는다.

손녀 시댁에서 보낸 꿀과 생강청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면 몸도 마음도 훈훈해지겠다.

그때 실내에 스며드는 생강 내음은 계피 향만큼 좋을 테고.

겨우내 지천이다시피 쌓인 귤로 비타민C도 충분히 보충해 두는 게 바람직스럽겠고.

혹한의 날씨에는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자는 건강관리에 각별히 조심하고 특히 빙판길 낙상사고에 유의하라는 당부가 속속 뜬다.

그러하다면 나이 든 고은층이야말로 방콕이 상책이다.

대한 추위에 꼼짝없이 두문불출, 칩거한 채라 생각의 가지 벋는 대로 이리저리 녹피에 가로왈(鹿皮曰字) 타령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