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익으면 고사리철

볼레낭

by 무량화


새섬공원에서 시작하는 아침은 매일이 새롭다.

올해 허락된 뜻밖의 축복이 황감스럽다.

봄의 새섬은, 누리의 모든 봄이 그러하긴 하나 유독 바닷빛도 숲도 생기가 넘친다.

하얀 물굽이 굼실대는 청남빛 바다 건너 범섬 문섬 떠있고 숲에선 비비쫑 소리에 이어 호오익~ 해맑은 섬휘파람새 노래가 섞인다.

신들이 사는 섬 제주에는 별 게 다 있다.

진짜 신기하게도 경칩 즈음부터는 개구리인지 맹꽁이 소리도 들린다.

뭍에 살 땐 일부러 지리산 화개 민박집에 들어, 밤새 와글거리는 악머구리 소리 청해 들었는데.

제주 방언으로는 맹마구리이고 육지에선 속담에도 '악머구리 끓듯 한다'라는 말이 있듯 시끄러이 울어대는 찰개구리가 악머구리다.

이 또한 가만히 앉아서 무상으로 누리는 청복이다.

또 있다.

숲에는 볼레낭에 조랑조랑 달린 보리수 열매가 볼그레 익어가는 중이다.

팔만 뻗으면 얼마든지 따먹을 수 있는 떫떠름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보리수가 지천이다.

이 섬에 사는 새들 몫이긴 하나 워낙 흔하다 보니 좀 나눠먹은들 어떠리.

어머나! 보리수 열매가 다 있네, 신기해하며 새섬을 찾은 관광객들도 입맛 다실 수 있다.

더러 가지를 꺾어가려 하면 "자연은 상처주지 마시고 열매만 몇 개 따서 맛만 보고 가세요, " 그러면 대개는 알아듣는다.

제주 토박이들이 지나가면서 한마디 한다.

'볼레낭 익으면 고사리 꺾을 철'이란 말을 들은 것도 나름 수확이었다.

맹마구리란 소리도 원주민 통해 들었다.

폭삭 속았수다란 말은 드라마를 통해 알았지만 그 외 한디 모영(함께 모여)이라든지 잘도 곱닥허다이(정말 곱다)등은 물질하는 할망에게 배웠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러너들의 건각처럼, 나의 아침 시간은 심신 건강을 위해서도 소중하다.

달리기야 좀 버겁지만 걷기에는 단련된 터라 성큼성큼 걸으며 새로운 온갖 것 구경하고 사진에 담고 가끔은 생각이란 걸 하고 기도도 바치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식이다.

사람은 원래 할 일이 있을 때 살아있는 존재다.

해야 할 역할이 있고 목적이 있을 때 몸은 알아서 우뚝 일어서 있게 된다.

시간에 매인다는 것, 그 정도 약간의 긴장은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렇게 시작되는 하루하루가 보람차고도 즐겁다.

요즘 자주 콧노래를 흥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