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음에 취해 해풍에 취해 흔들 건들

by 무량화



-바다를 보며 오징어, 그네를 탄다



오징어 그네를 탄다, 무심하게.

호섭다, 흔들흔들~.

해조음 잔잔한 해변에서 해풍 따라 건들건들~.

수평선 바라보며 간기 묻은 아픔일랑 잊기로 했다.

동쪽 바다 시퍼런 물결 타고 노닐다 야심한 밤,

불빛 유혹에 아차 순간 생명의 끈 놓쳐버렸다.

냉동창고에 속절없이 쟁여져 남해로 실려와서는

영혼까지 하이얗게 바래간다.

우주의 한낱 모래 알갱이처럼 작디작은 존재,

허심히 흐르는 시간에다 심신 온전스레 맡겨버렸다.

마침표 찍고 나니 비로소 가슴, 바다처럼 넓어진다.

태어난 본향으로 두둥실 실려가는 중이다.

지금 천천히.


부끄럼도 잊은 채 뽀얀 속살 볕바라기 중



-넝마처럼 누더기 진 욕망 내려놓으니 한없이 가뿐하다.



애집 말갛게 비우고 나니 더없이 편안하다.

흐르는 바람처럼 떠도는 구름처럼 자유로운 영혼 되어

속진 훌훌 털고 영원으로 향하고자 한다.

부끄러울 게 뭬이랴.

뽀얀 속살 볕바라기 하며 더욱 투명해지려 한다.

살도 뼈도 녹아들어 본디 자리로 돌아갈 때는

한 오리 깃털마냥 가벼워지기를.

그렇게 꾸들꾸들 건조돼가고 있다.



-꼽꼽하게 마른 오징어, 노을 지면 고마 석쇠에 누우련다



오현명이 부른 가곡처럼,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 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허허~

슬그머니 바꿔 쳐서, 오징어 허허~

한 세상 풍미하다가

소풍 마치는 날,

흔적 남김없이 치우고

고이 사라지기를.

맥반석 구이도 좋겠고 석쇠판에 누워 오그라든 들 어떠하리.

다비장은, 파도 소리 철썩대는 바닷가 호프집도 괜찮겠고

바닥 질척한 포장마차인들 마다하리오.


꼽꼽하게 마른 오징어, 노을 지면 고마 석쇠에 누울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