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서 우주로

by 무량화

작은 호수로 가는 오솔길 걸으며 휘파람 호이 호이~~

조지훈 시인의 <호수>란 시 일부를 휘파람처럼 날려보며 아폴로 팍 가는 길.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어린 왕자가 그랬던가.

가끔 찾는 거기엔 세 개의 녹빛 호수가 수로로 연결된 채 이마 맞대고 오아시스처럼 기다리고 있다.

물끼리 모여서 소곤대는 호숫가엔 학 닮은 목이 긴 새, 오리 등이 떠있다.


남생이와 큼직한 잉어가 무리 지어 사는 호수라서다.


호수는 구름을 품어 안고 별빛을 띄우고 바람 무늬를 수놓는다.

호수는 하늘을 비추이는 맑은 거울이다.

운치있는 이름 산정호수나 레만호도 아닌, 하필이면 왜 달도 아닌 태양신 이름 아폴로 호수인지.

과학냄새가 마치 석유냄새처럼 솔솔 풍기는 미 우주선 이름 아폴로와 연관 짓게 되는 이 호수.

위치부터가 모하비 사막에 있는 미 공군기지 인근이다.

하긴 에드워드 공군기지에는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나 휴스턴 우주센터에 버금가는 NASA 소속의 다양한 연구 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17호까지인가 띄워진 우주왕복선 아폴로 중 하나가 달나라를 구경하다 지구로 귀환한 자리라서 그 기념으로 만들어진 인공호수인 아폴로 레익이다.

호수를 따라 걷는 산책로가 있고 소나무 그늘 아래 피크닉 에어리어가 따로 마련돼 있어 한번씩 소풍 가듯 샌드위치 사들고 바람 쐬러 가는 호숫가다.

낚시질도 하고 물새들 먹이도 나눠주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운동을 하거나 기구를 타기도 한다.

애견과 함께 달리기 하는 사람도 있고 자녀들과 자전거를 타는 기족도 보인다.

친구들 동료들과 둘러앉아 다과를 나누며 웃고 떠들기도 한다.

무미건조한 사막일랑 잠시 잊고 푸르른 솔향기 호수바람 즐기며 한나절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1960년대가 끝날 때까지는 인간을 달세계에 착륙시켰다가 무사히 지구까지 귀환시키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라고 공언한 이후.


최첨단 기술을 결집해 달을 정복하고 금성에 이어 화성을 넘어 명왕성까지 탐사 범위를 넓혀나갔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일반인의 우주여행도 가능하게 되었다고 장담들을 한다.


우주야말로 무궁무진한 미래의 벤처산업으로 부상한 현대인만치 지구별 여행을 벗어나 저 먼 행성으로 떠나보는 꿈을 가꿔볼 만도 하리라.

그렇게 봄호수는 나를 꿈꾸게 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휴대 전화에 컴퓨터의 고기능을 결합시켜 내 손안에서 세상의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아이폰에 이어서 AI가 등장했고 그보다 진일보한 AGI의 출현을 또 예고하고 있다.


그 와중에 스마트 안경도 발매됐다.


쓰기만 하면 AI 비서가 돼주고 통역과 길 안내를 척척 해준단다.


분초를 다투며 격변의 조류가 거세게 밀어닥쳐 정신 차릴 수 없을 지경이다.


그 사이.


정부의 영역이던 우주 비행에 민간 업체가 도전장을 던지고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스페이스 X와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그들이다.


재사용 가능한 로켓(팰컨 9)을 통해 우주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일론 머스크.


뉴 셰퍼드 로켓을 이용해 민간인들이 고도 100km 이상의 우주 경계선(카르만 라인)을 넘어 무중력을 체험하는 우주 관광 사업을 체계화한 제프 베이조스.


그 외 민간인 최초로 우주 유영(Polaris Dawn 프로젝트)에 성공하며, 일반인의 우주 탐사 영역을 확장한 제러드 아이작먼도 있다.


우주는 “과학”에서 “시장”으로 전환됐다.


지구 밖 삶이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왜 우주로 가려하는가?
인간의 욕망인가, 운명인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우주는 또 다른 ‘희망’인가?


불을 얻고,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던 그 마음의 연장이리라.


더 넓은 곳을 알고 싶고, 닿지 않은 곳에 발을 디뎌 보고 싶은 충동. 그 끝이 이제 하늘 밖으로 뻗었을 뿐이다.


어린 왕자가 말했듯, 보이지 않는 것에 끌리는 마음—그것이 인간을 움직여 왔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마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기 한계를 바깥으로 밀어내며 확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보면, 우주로 향하는 길은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귀결 아닐지.


이미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하나씩 현실로 실현시켜 왔다.


하늘을 나는 일, 바다 밑을 걷는 일, 먼 곳의 목소리를 듣는 일 그 모든 것이 처음에는 막연한 동경이었다.


하지만 결국 과학기술과 시간 위에서 가능한 일이 되었다.


우주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리라.


지금은 특별한 일부에 국한돼 있지만 언젠가 문호는 넓게 개방될 터이다.


비행기도 처음에는 극소수 모험가의 것이었기에, 지금처럼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듯이,


우주 역시 내 세대가 아닌 언젠가는 분명히 이루어질 일.


지금은 ‘결과물이라는 열매를 따먹는 시대’라기보다, 열매가 맺히도록 판을 짜는 시대에 더 가깝다.


아폴로 발사 순간과 달 착륙 후의 불꽃을 눈으로 보았고, 뉴 스페이스로 향하는 청사진이 구체화되는 멋진 시대를 산 내 인생에 축배!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은 시대의 바다를 건너며 별빛 같은 미지의 시간을 공유한 그대들에게도 건배!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호수는 나를 꿈꾸게 했다.


이제 그 꿈이 현실 되어 우주를 향해 비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