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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24. 2024

숨차게 올라간 부산측후소

대청동 대로변에 기상청으로 올라가는 길 표시는 되어 있으나 막상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가 않았다.

몇 번씩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재차 확인을 하면서 편도 일 차선 골목길을 올라갔다.

고도 49m에 불과한 언덕 정도의 복병산에 위치해 있는데 비탈진 층계길 하도 가팔라 숨 헉헉거리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도중 언덕에 엘리베이터가 다 설치돼 있을까.

올라가며 나름 길 안내 자료 삼아 포인트마다 사진을 계속 찍어두었다.


고려장하러 가는 아들 돌아갈 길 표해두려고  지게 위에서 노모는 솔잎 따서 뿌려두었다듯 내려갈 때 헷갈리면 참고하려고.




용두산 부산타워 맞은편 대청동 골목에 접어들어, 설명대로 약간 걸어가다 보면 어리둥절해지는 지점과 맞닥뜨린다.

양 갈래로 난 길에서 갈피 못 잡고 주춤대자 지나가던 청년이 정면 층계로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일러준다.

저만치 위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는 옆에 들어선 아파트 전용인 줄 알았는데 시민 누구나를 위한 공용 엘리베이터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무지개처럼 산뜻하게 페인팅된 남성초등학교가 보이고 맞은편엔 부산타워가 고개 내민다.

여기서도 예외 없이 계단은 또다시 나타난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꾸역꾸역 올라간다.


후유! 숨차게 올라간 부산측후소, 지금은 부산지방기상청이다.

눈이 큰 소녀 벽그림이 보이면 비로소 기상청 정문이 드러난다.

굳게 잠겨있는 문 옆의 인터폰을 누른다.

코로나로 폐쇄? 힘겹게 올라왔는데 허탕인가 싶어 허탈감에 빠질 찰나 예약을 했느냐는 질문이 들린다.

예약문화에 취약한 세대답게 용감하고 당당하게 아니요, 답한다.

고맙게도 째깍하고 순순히 문이 열렸다.

개나리색 밝은 기상대 건물이 바로 눈앞이라 자못 신이 나서 경사진 높은 층계도 단숨에 올라갔다.

관리자가 내민 노트에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른 정보를 기입하고 체온 체크를 받았다.

에구머니나! 체온이 36. 9도라니?

ㅎㅎ~~ 숨차게 고바우길 올라오느라 열이 나서인지 대부분 다 체온이 올라갑니다, 하면서 패스.




부산 시내는 물론 용두산공원이 빤히 보이는 데다 먼바다까지, 정말이지 전망 한번 끝내준다.

기상청 건물이야 역사적 위상 익히 알려진 바이고 경내 조경 역시 훌륭한 데다 뒤편엔 소나무 숲 울창하다.

전지 잘 된 뜨락 정원수에 기상청답게 식물 관측 표준목도 여러 그루 서있다.

청신하게 푸르고도 맑디 맑은 대기, 당연히 공기 또한 투명하다.

여기 근무하시는 분들은 날마다 보약 자시는 복 받은 분들이렷다.

게다가 깊은 산사 이상으로 적요로운 환경이라 참선 삼매에 들지 않더라도 심신수양은 절로 될 듯.

그리 말해서인지 어찌나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시며 포토존마다 서보라면서 인증샷까지 찍어주었.

다만 그누메 코로나 땜시 내부 관람은 불가, 허나 앞마당에 차려진 기상 박물관만으로도 충분히 대신할 수 있었다.

그 멋지다는 꼭대기 층 선장실 구경을 못해 유감이긴 하지만 예약 없이 입장한 것만도 감지덕지 아닌가.

벌써부터 찜해둔 곳이라 부산에 머무는 동안 필히 둘러보기로 한 터라 쾌청한 날 골라서 온 이날.


각종 관측 시설의 보안과 좁은 진입도로 탓에 일반인 출입 뜸하던 기상청인데 외려 코로나 시국에 탐방객들이 늘고 있다며 반색했다.

짙푸른 창천 아래 단정한 자태 드러낸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4층 건축물인 르네상스 양식인 부산기상청을 그렇게 방문했다.

항구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선박 형태에 꼭대기 층은 선장실까지 재현해 놓았다더니 건물 외관도 그럴싸했다.

일반 시민은 물론 해운업자와 어업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폭풍경보 등 날씨정보를 전해주는 기상청이다.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51호인 대청동 기상관측소는 국내 최초의 관측소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

특히 건축물이 전반적으로 1934년 건립 당시 모습 그대로, 건물의 내부와 외부가 거의 온전히 유지 보존되었다 한다.

내부 내리닫이식 창과 천장 문양 및 계단과 난간 등 근대 건축물의 주요 기술적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고.




1904년 4월 중앙기상청 제1임시 측후소로 보수동에서 출발한 관측소다.

총독부에 의해 1934년 복병산 자락으로 이전하며 현재의 건물을 신축했다.

복병산은 조선 시대 때 이곳에 잠복 초소인 복병막(伏兵幕)이 설치됐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옮겨진 시기가 바로 러일전쟁을 앞둔 때였기에,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일제가 군사작전 시 정밀 기상자료를 용하려는 의도로 필요에 의해 지어진 기상관측소다.

관측소는 해상 날씨를 관찰하는 한편 지금의 용두산에 있던 신사 주변과 한인들의 동태를 한눈에 포착할 수 있는 감시장소 역할을 했다.

1948년 국립 중앙기상대 부산측후소로 개칭됐다가 피란 수도 시절에 국립 중앙관상대로 격상 운영됐다.

현재는 관측 인력만 근무하면서 관측소 역할을 계속하고, 제반 기상에 관한 업무는 강서구에 있는 부산지방기상청에서 다룬다.

이곳은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지정한 기후관측소이자 '100년 관측소'로도 선정되었다.




기상관측은 24시간 내내 지속되어야 하는 중한 업무다.

특히 폭우가 내리거나 태풍이 접근해 오면 더더욱 긴박하게 돌아가며 바빠진다.

잠시도 시선 돌릴 수 없이 실시간 기상요소를 정밀 관측하고 자료를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천둥, 번개, 홍수 같은 기상재해에 대한 상세한 기록들이 후대로 전해지고 있다.

백제 기루왕 40년 6월에 “큰비가 내려 한강의 물이 넘쳐 인가가 물에 떠서 허물어졌다"라고 쓰여있다고.   

신라 때는 흉조로 여기는 개기일식이나 월식이 자주 나타나 그때마다 왕이 제를 지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조 세종 23년,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발명하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강우량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일제 강점기 때 비로소 체계적인 기상업무가 이루어져 근대식 기상예보와 정오보(正午報)를 알리게 되었다.

애앵~하는 소리 길게 울리면서 정오와 자정을 알리던 사이렌 소리는 70년대까지도 들었던 친근한 음향이다.

종교시설의 타종 소리도 시끄럽다 하고 층간 소음도 못 참는 요즘 세태 같으면 소음공해라고 야단이 났으리라.

과학문명이 하루 다르게 발전돼 가는 지금은 몇 달 후 날씨까지 검색 가능한 시대다.

가령 결혼식 날짜를 정하려면 일기 쾌청한 날을 고르려 미리 날씨부터 살펴본다.


내 경우, 산티아고 길을 떠나기 앞서 일정 잡는 첫 번째 일이, 스페인의 오월 날씨를 먼저 다 체크해 보는 일이었듯이.

이제는 기상관측소마다 최첨단 관측설비가 도입돼 정확한 기상예보를 전해 주지만 2천 년대 이전엔 오보가 다반사였다.  

그땐 기상위성을 띄운 미국에서 들려주는 광역 일기예보를 더 믿었을 정도였으니, 과학기술 차이와 수준이 비교가 안 됐다.

오죽하면 당시엔 노인장들이 말하는 구름 모양이나 바람 방향이며 개미 이동 등을 보면서 하루 기상 상태를 점쳤을까.

하늘만 쳐다보며 농사짓고 산 예전 어른들은 날씨점을 잘 봤고 잘 맞았다.

이를테면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두꺼비가 나오면 장마 진다, 동남풍이 불면 비 내리고 서북풍이 불면 날이 맑다, 서쪽에
무지개가 뜨면 장마가 진다, 굴뚝 연기가 낮게 깔리면 비가 온다 등등.

이를 허튼 미신이라 치부하지만 선인들의 오랜 일상 경험에서 얻은 생활과학이요 생활지식이 아닐까 싶다.

천천히 고루 잘 둘러보고 후문으로 나오니 곧바로 솔숲 우거진 복병산 산책로였다.


하얀 나무집인 백엽상: 안에 디지털 온도계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직사광선을 받아도 내부에 열기가 차지 않게 조성된 환경이라고

강수량을 재는 전도형 우량계/대리석에 새긴 십자 표식은 측량기준점

풍향과 풍속을 측정하는 풍향계와 낙뢰관측 장비는 너무 높아 부분별로 나눠서

운전운량계 : 레이저를 발사해 공중에 뜬 구름의 고도와 양을 측정

햇빛을 측정하는 기기와 우량계 및 온도계

강수량 측정기

적설량 측정기 등 처음 보는 신기한 기기 천지라 구경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됐다.
                            ***
위치:부산광역시 중구 복병산길 32번길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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