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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26. 2024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카미노 스토리

스페인 서북부 갈리시아 지방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산티아고)의 유해가 안치된 대성당이 기다리는 곳이다.

제대베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바닷가에서 그물을 수선하다가 예수님을 만난다.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는 말씀에 주저치 않고 그들은 모든 걸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다.

예수님 수난 이후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대로 배를 타고 이베리아반도에 상륙해 전교를 한다.

선교활동을 하던 중 AD 44년 체포되어 12 사도 가운데서 가장 먼저 순교했다.

헤로데 왕에게 참수당한 야고보 시신을 수습한 제자들이 돌배에 싣고 예루살렘을 떠난다.

배는 일주일 만에 이베리아반도에서 첫 설교를 했던 바닷가에 닿았는데 시신은 고이 가리비에 싸인 채였다.  

우여곡절 끝에 제자들은 야고보의 영묘를 만들고는 흔적 가뭇없어지는데 그로부터 근 8백 년 후,

전승에 따르면 814년 은수자 성 펠라지오가 한밤에 빛나는 특별한 빛을 보고서 그의 무덤을 찾았다고 한다.

10세기에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된 장소에 에스파냐의 왕 알폰소 2세가 성당을 건설하였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스페인어로 ‘별들이 빛나는 들판의 야고보 성인’이라는 뜻이란다.


 중세 유럽의 수도사나 기독교 신자들은 성지순례 차 예루살렘을 방문하는 게 일생일대의 소원이었다.

오스만 트루크족이 중동지역을 장악하면서 성지순례가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찾기 시작한 이곳.

 순례자들의 수가 점점 불어나자 이를 감당하기 위해 알폰소 3세가 성당을 증축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변했다.

다시 한 세기가 지난 후 전면 장식이 바로크 양식으로 화려하게 바뀌었다.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는데 여러 번 기적을 드러내 큰 힘이 된 야고보 성인은 그렇게 에스파냐 수호신이 된다.

스페인 도처에 십자가와 성당과 가리비로 나퉈 21세기 지금도 여전히 현존하는 산티아고 성인.


산티아고의 대성당 앞에 위치하고 있는 오브라도이로 광장(Plaza do Obradoiro)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광장으로 회자된다.

이는 광장이 너르기 때문도 아니고 웅장한 건축물이 둘러서 있어서도 아니다.

바로 여기에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머나먼 길을 걸어온 순례자들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걷는 내내 함께한 배낭을 내려놓고 팔 흔들며 환호하는 사람,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치 못해 무릎 꿇고 기도드리는 사람,

큰 대자(大)로 돌바닥에 털썩 드러눕는 사람,  

동행했던 도반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는 사람,

힘든 여정 잘 견뎌낸 스스로에 감격해 합장하는 사람,

순례길을 끝냈다는 후련함과 아쉬움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러하리라.

순례길 걸으며 정화시켜 저마다 빛나는 정령이 된 맑은 별들 한자리에 모였기에 아름다운 광장이라 부르는가 보다.

 그 넓고 큰 광장 어디에서도 대성당 전모를 사진에 담기는 아무래도 역부족.

어마무지 대단한 성당 규모는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에 비교해도 그보다 더 웅장하다면 유추가 될는지.  


문득, 진공상태 같은 공간에 홀로 빛무리에 싸 안겨 있는 듯한 극적 도취감으로 잠시 다리가 휘청.


대리석 벽 한 모퉁이에 기대서서 벅차오르는 가슴에 손 얹고 오래 하늘을 바라보았다.


석양 번지면서 대성당은 금빛으로 장엄하게 변모해 더더욱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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