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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26. 2024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저만치

카미노 스토리


날마다 낮 12시에 열리는 대성당 미사가 장엄하기 그지없다는데 대성당은 내부 공사 중이라 했다.

부속 성당에서 미사가 있다니 구태여 정오시간 맞춰 걸음을 재촉할 이유도 없었다.

눈부신 하늘엔 뭉게구름, 뙤약볕 뜨거워도 시원한 산들바람 결결이 향기 품어 기분은 물론 컨디션 최상이었다.

몇몇 작은 마을 거쳐 페드로우스에 이르러 산 마르코스 언덕에 오르자 가리비, 지팡이, 표주박이 새겨진 석비가 기다렸고 저 멀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원경과 대성당이 보얗게 보였다.

이제 거진 다 왔다는 게 꿈만 같았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발길 무진 빨라졌으나 산티아고는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렸다.

유칼립투스 무성한 숲을 지나고 라바꼬야 국제공항 이착륙 소음을 들으며 포장도로를 내처 걸었다.

은빛 비행기는 청남빛 창공에 모습 드러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가 여태껏 걸어온 거리 정도라면 단 두어 시간으로 압축해 줄 속도가 대비돼 슬몃 웃음이 나왔다.  

콩코르티야 까미노 공원의 철제 조각 앞에서 산티아고 자취 찾아 두리번거리자 멀찍이 도시 윤곽이 잡혔다.

야트막한 언덕을 구르듯 내려와 계속 직진하니 콤포스텔라 구시가지에 닿았다.

그래도 대성당까지는 한참, 알에서 깨어난 바다거북이 바다 냄새나는 쪽으로 무작정 내닫듯 대성당 탑 꼭대기가 보이던 방향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산 페드로 거리, 아니마스 거리, 세르반테스 광장, 사크라 길을 고속촬영하듯 바삐 스쳐 지났다.

사방 어디나 고풍스러운 중세 건물들 즐비하고 반들반들 닳은 포도의 돌마저 운치로운 도시.

마침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웅자가 드러났고 오브라도이오 광장에 북적대는 인파가 한눈에 들어왔다.

감격스러운 순간을 드디어 맞았고 이틀간 머문 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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