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May 31. 2024

루르드를 지키는 샤토 성

Chateau fort de Lourdes는 피레네산맥이 감싸 안은 루르드 계곡 한가운데 높직한 언덕 위에 우뚝 서있었다.

마을 지키는 전략적 요새 다이 엄격한 위용으로 자못 압도하는 풍모를 지녔기에 경찰서 앞을 지날 때처럼 괜히 자세 옹송그려진다.

외양에서 풍기는 이미지대로, 한 번도 정복된 적이 없다는 난공불락의 천년 요새인데 지금은 역사 유적지이자 기념박물관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마을 중앙에 위풍당당 자리 잡고 있으면서 낮에는 대형 프랑스 국기 힘차게 펄럭대고 밤엔 야경이 근사해, 랜드마크처럼 루르드 어디서나 눈에 확 띈다.

샤토 요새의 기원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의 성터 주추가 그대로 남아있으며, 778년 샤를마뉴에 의해 점령되면서 프랑스 왕국의 소유지가 되었다.

17세기 무렵에 성의 용도는 왕실 교도소로 바뀌었다가 프랑스혁명 이후 주 형무소로 전환되었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피레네 박물관 (Musee Pyreneen)이 될 때까지 감옥과 군대 막사 역할을 한 성이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건너다봐도 분위기가 사뭇 고압적이고 딱딱하다.

박물관 방문시도 단지 엘리베이터만을 이용해 성으로 올라가게 돼있는 철벽 시스템.


영화에서 보듯 형무소 철문이 덜커덕 내려지면서 완전 외부와 차단되는 듯한 묘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성에 들어가려면 마치 해자에 둘러싸인 요새 진입하듯 혹은 높다란 성벽을 사다리 타고 올라가듯, 수직 엘리베이터 자체가 완강하고 냉랭히 세상과 격리시키는 것 같은 단절감을 안겨준다.

그날따라 굵은 소낙비 오락가락, 거무칙칙한 성도 성이지만 날씨 효과까지 제대로 으스스한 상황을 연출케 해 줬다.

로마시대 장식 주춧돌
나무도 아닌 돌바닥 가운데가 둥글게 팬 계단


바위 위에 쌓아 올린 견고한 성, 아주 두터운 돌벽에는 일정 간격으로 직사각형 작은 포문이 뚫려있고 녹슨 대포도 놓여있었다.

탁 트인 옥상은 사방에서 바람 거칠 것 없이 불어 젖혔으며 동서남북 어디나 전망이 하도 훌륭해서, 평소의 고소증에도 불구하고 어지러운 감도 잊은 채 곳곳을 훑어봤다.

루르드 성지 전체가 잡히는가 하면 저 멀리 피레네 눈산도 보이고 산기슭 주택가며 호텔이 둘러선 중심상가도 내려다보였다.

다시 빗발 성성해져 쫓기듯 내려와 회화실로 들어오니 자줏빛 우단 두터이 내려진 실내가 무척 안온했다.  

유럽의 중세 회화는 어디나 기독교 관련 성화들, 특이한 주제의 유화 두어 점 폰에 담고 나서 유물관으로 들어갔다.

피레네 산자락의 역사와 전통 및 생활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들.


이를테면 돌 포탄과 봉헌품 생활용품들이며 18세기의 도자기와 가구 등속이 전시돼 있었다.

원시시대의 석기와 토기들, 바윗돌 쪼던 각종 도구며 농기구와 실 잣는 물레, 올리브기름 짜는 압축기뿐인가.


목동들의 나무피리와 양 목에 걸어준 방울, 깊은 눈 속을 이동할 때 신는 덧신 설피와 목제 스키도 흥미를 끌었다.

감옥이었대서 그럴까,


미로처럼 나있는 방마다 무쇠로 만든 육중한 잠금장치도 겁나는 데다 특히 소라고동 속같이 뱅뱅 돌며 올라가게 만든 돌계단은 비좁은 데다 어둑신해서 더 으스스했다.

한데 얼마나 무수한 병정들 발길이 오르내렸는지 돌층계마다 그 가운데는 둥그스럼하게 패었다.

지하교회는 조명이 밝지 않아 안 그래도 어둡고 침침한 데다 음악까지 어찌나 묵직한지 얼른 되돌아 나왔다.  

언뜻언뜻 파란 하늘 내비치기에 밖으로 나와 아기자기하게 가꿔놓은 뜨락 거닐며 사진 몇 장 찍고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티고 밖으로 나왔다.   

루르드의 동서남북을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요새 위 옥상과 내부 전시관, 뜰의 정원 둘러보며 색다른 곳에서 반나절 알찬 시간  보냈다.

예배당에 있는 생 피에르 드 루르드  제단
눈길에 필요한 설피

유물전시관 일상용품과 회화 일부

작가의 이전글 온주밀감과 구상나무 그리고 에밀 타케신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