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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31. 2024

홀로 계신 어르신께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십여 년 전 일이다.

막내 이모는 70년대 초 미국에  현재  메릴랜드에 사신다.

교민과 결혼해 세탁소를 하는 딸내미와 리커 스토어를 하는 작은 아들네 손주들을 거두기 위해 오셨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러 손주들 장성해 이젠 다들 결혼도 했다.

성당 봉사활동하며 활기차게 생활하던 팔십 넘은 이모.

어느 날 이모는 대궐같이 큰집 우두커니 지키며 살기 싫다면서 홀로 지내겠다고 선포했다.

애들 돌봐주신 덕에 부부가 같이 일해 워싱턴 디시에서 탄탄한 사업체 일군 아들은 물론
딸내미네도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렸으나 요지부동.

이모는 한인 성당 경내에 마련된 노인 아파트에서 혼자 사신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를 신혼집같이 예쁘게 꾸며 부엌 창가에는 바이올렛 화분 쪽 나란히 놓고 가곡 듣던 이모다.

그 집에서 삼 년째 되던 해 겨울밤, 이모는 뇌경색을 일으켰다.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도 응급 벨을 눌러, 곧장 헬기로 수도에 있는 큰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활이 걸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기에 이모는 아무 후유증 없이 건강 되찾아 96세인 지금도 음성 짱짱하시다.

당시 이종은 "이렇게 어머니를 구해준 미국 응급의료 시스템이 너무 고마워서 그간 많은 세금 낸 게 하나도 안 아깝다"라고 했다.

그 당시 이모 침실과 주방, 화장실의 알맞춤한 위치에 붙어있던 빨간색 비상벨이 내 눈엔 얼마나 경탄스럽던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위급환자의 목숨을 구해줄 구급 장치를, 오늘 나도 한국정부 보건복지부로부터의 수혜자가 되었다.

밤새 안녕, 이란 말도 있듯이 잠시 후의 일 아무도 모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 매사 불여튼튼이요 유비무환이다.

신통방통 생각사록 고마워서, 얏호~ 대한민국 만세! 속으로 외쳤다.



지난 시월, 신상 서류가 필요해 관내 행정센터에 갔다.

등본을 뗀 다음 나오려는데 한 여직원이 "이거 신청하셨나요?" 물었다.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었다.

듣다 보니 아하! 꼭 필요한 서비스였다.

그게 바로 응급안전 안심서비스였으며, 잘 됐다 싶어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작성했다.

65세 이상 혼자 생활하는 노인에게 해당되는 복지 서비스였다.

두어 달 지나서, 기본 장비 설치를 위해 두 젊은이가 거처를 방문했다.

기기를 콘센트에 연결하는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모니터는 방안에, 리모컨은 화장실에도 장치해 놨다.

즉 침실에 하나, 화장실에 하나, 이렇게 손 닿기 좋은 자리에서 응급호출 벨을 누를 수 있게 한 것.

가스 화재 감지기와 출입문 감지기, 활동량 감지기도 제각각 부착시켜 응급상황에 신속대처할 수 있게 됐다.

설비를 마친 뒤 응급상황 발생 시 사용하는 방법을 꼼꼼히 설명해 줬다.

전기요금이랬자 한 달에 500원 정도 나오니 전원 코드를 절대 뽑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센서가 민감해 장비가 오작동될 수 있으므로 담배 연기나 밥솥의 수증기를 유의하라고도 일렀다.

때마침 부산집에 다녀온 김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왔길래 그녀에게도 이 서비스를 받으라고 알려줬다.

옆에서 전화내용을 듣고는 젊은이가 직접 그녀에게 자세히 안내를 해줬다.

협재에 사는 친구라니까 한림읍사무소에 가서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신청하러 왔다고 하란다.

친구는 유익한 정보 너무도 고맙단 문자를 별도로 또 보내왔다.

몇 해 전 남편을 여읜 그녀는 교사출신으로 다방면으로 생활정보 훤히 꿰는 데도, 보건복지부의 이 맞춤형 서비스를 전혀 몰랐다니...

도대체 언제부터 이 서비스가 실시됐는지를 묻자 벌써 몇 년 됐다고 하였다.

금시초문이라고 하니 홍보 부족이라며 자신들의 잘못인 양 미안해했다.

아무리 유용하고 좋은 복지 서비스라도 모르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오지랖 넓어서가 아니라 설치하고 보니 혼자라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어 좋길래,

친인척이나 제주살이 하는 도반은 물론 언니 친구에게도 알려주자 무척 고마워들 했다.


요새 산골짝 촌동네에는 홀로 된 꼬부랑 할머니뿐이다.


혼자 있다가 갑작스레 어떤 위기에 봉착했을 때 전화보다 더 빠르게 직통으로 119로 연결되는 이 시스템.


나이 든 어르신 홀로 사신다면 한 분이라도 더 이 혜택을 신청하게 하고 싶어 이 글을 남긴다.

실내 화재감지기/현관 개폐 알림 센서/활동량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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