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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10. 2024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이 특별한 이유

이중섭 거리를 질러서 가려면 지나게 되는 올레시장이다.

집에서 이삼 분쯤 걸으면 이르게 된다.

시장통 지나면 곧장 이중섭 거리와 이어지니 아주 실한 안마당 격이다.

근처 빙 둘러 가며 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새섬 새연교 여러 미술관이 포진해 있다.

서귀포에 온 여행객이 즐겨 찾는 관광지 두루 품고 있어 항상 인파가 몰린다.

아무 셈법 없이 주변 지리 전혀 모르고 깃들게 된 집인데 뜻밖의 횡재였다.

그보다는 선물처럼 안겨졌다 할까.

중앙로터리 근방이니 시내 한복판, 교통편 사통팔달에 시청도 오분 남짓 거리다.




당연히 가까운 올레시장은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른 아침은 어떤지 몰라도 한낮이건 밤중이건 지날 때마다 흥청대는 상가 활기차고 떠들썩해서 사람 사는 세상 같다.

소문난 맛집 여럿이라 비좁은 시장통에 줄나래비 선 긴 줄 밤낮없이 이어진다.

검색하면 제까닥 뜨는 핫 플레이스가 늘어선 유명 시장인 까닭이다.

젊은 층 선호하는 그런 가게는 값만 오지게 비쌀 뿐 내용 그렇고 그래 먹잘 게 별로 없건만 그래도 매일 손님 미어터진다.

김밥 안에 뭔가가 들었다는 별식 집만 해도 한 줄에 9천 원이나 하는데 먹어봤자 속은 별 거 아니다.


실험 삼아 사 먹어본 현지인 왈, 한마디로 벨 거 아닌 걸 갖고 유명세에 함빡 속았수다!

대체 무슨 맛이길래 사람들이 저마다 환장지경으로 몰려드는가?

여행 중이라는 들뜬 심리가 작동돼 저마다 내건 인증샷과 파팍 찍어대는 별표가 함정이라면 함정이겠다.

반면 올레시장 일반 물가는 부산과 비교해도 외려 낮은 편이다.

처음엔 구경 삼아 열나게 제주 오일장도 찾아가 봤는데 사과 등속 과일에 귤 한 박스 사가지고 무거워서 땀깨나 뺐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올레시장 물가건만 거기 보다 착하면 착하다 싶어 더 이상 먼 오일장 갈 일도 없어졌다.

제주가 산지로 이모작 하는 감자 외에 특산품 마늘 고구마 더덕 양배추 당근 무는 현지라 비교적 저렴하다.

주산지인 감귤은 물론이고 홍시감도 싸다.

탐스러이 굵은 대봉감 홍시가 한 박스에 만 원임에 깜짝 놀랬다.

파래 뭉치 하나에 7백 원 이래서 물어본 내가 어이없어하기도 했다, 요새 백 원 단위 물건도 있다니.

하긴 빙 둘러 바다인 제주섬이므로 해물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채소류 값만 저렴한 게 아니라 현지인만 아는 3천 원 하는 골목 보리밥집도 심지어 숨어있는 올레 시장이다.


그러니 정식 상차림마다 두툼한 갈치구이나 고등어조림, 사이즈 적은 옥돔도 여기선 예사로이 오른다.

그 정도로 이 시장은 동네마다 있는 보통 재래시장 못잖게 건어물가게 옷집 떡집 오만가지 없는 게 없다.


아참, 올레시장만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

눈썰미 있는 분은 이미 눈치챘겠지만 시장통 내의 냇물이다.

굿 아이디어인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장 복판 길에서 방금 산 음식을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양 가로 나무의자가 길게 설치돼 있다.

그 중앙에 맑은 물길이 봇도랑처럼 졸졸 흐르고 있는데 게서 잉어가 지느러미 산들거리며 논다.

물가에 아열대성 관엽식물 푸르고 물허벅에서 물 는 돌아즈망 조각도 있다.

시끌벅적 혼잡한 시장 바닥이지만 정화된 공기이듯 왠지 모르게 산뜻 청쾌해지는 기분.

하여 죽 뻗어나간 대로 제쳐두고 올레시장을 거쳐서 생기와 활기 빵빵하게 충전하고 나온다.

고로 비 오는 날 빼고는 날마다 뻔질나게 지나다니는 올레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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