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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10. 2024

돔베낭길에 수국 한창인 카페들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정원이라 정평이 난 프랑스 베르사유.

캐나다에 부차드 가든이 있다면 미국엔 롱우드 가든이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2천 년대 들어서기 전 한국의 정원문화는 경복궁 같은 궁궐 후원에서 찾을 수 있었고

여타 정원은 외도 보타니아 정원이 전부였다.


지금은 전국에 명소 정원이 수십수백 개에 이르지 싶다.

제주에 보니 곳곳의 카페마다 실내 인테리어 못잖게 바깥 정원까지 조경 멋지게  잘 가꿔놓았다.

오후 산책 삼아 나선 외돌개 주변에도 근사한 정원을 품은 카페들 해변가에 여기저기 널려있다.


대기 청명하나 구름장에 가려진 하늘이 고맙게도 점차 트여와 짙푸르러진다.


향단아, 그네를 밀어라~~


오늘은 마침 단오절이다.

휘날릴 치맛자락도 없으면서 짐짓 호기 부리고 싶어 진다.

듬직한 소나무에 매어놓은 그네에 앉으면 저만치 내려다보이는 바다.

범섬이 그 중심에 떠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생의 보너스로 안겨진 서귀포 생활 삼 년째.   

소중한 자유와 평화가 오늘 하루도 축복처럼 이어지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유월이다.


제주섬 어딜 가나 눈길 닿는 데마다 소담스레 만개한 수국꽃 천지다.


입장료가 따르는 한림공원이나 답다니 수국밭, 휴애리와 상효원, 카멜리아힐이며 마노르블랑 굳이 찾지 않아도 온 데가 수국 천국 이뤘다.


종달리 가로와 혼인지, 산방산 배경인 화순 덕수리며 예래생태공원 수국길, 절물휴양림과 사려니숲길도 질리도록 수국에 취할 수 있는 명소다.


돔베낭골 카페와 이어진 금잔디 언덕 저편  주택은 대부분 저택 수준이다.

나무와 꽃 싱그러이 어우러졌으니 새소리 영롱하게 여울지고, 푸른 숲에서 일렁이는 바람결은 청신하기 그지없을 터.

피안이듯 바라보는 선망 대신, 선 자리 바로 여기도 지심 깊은 데서 울리듯 정원 어디서나 낮게 깔리는 클래식 선율.

속진 아득하여 차륜 소음이며 누항사는 딴 우주 얘기 같음에도.

인간 세상 천층만층 구만 층이라는 건 진즉 들어 알지만 새삼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하루살이의 하루처럼 순식간인 한 생애, 백 년 세월 산다 해도 어차피 찰나이니 뭐 크게 다르랴.

도토리 키재기하는 속에서 뻐겨본들 너나없이 희로애락 속에서 부침하며 고해 허우적이는 인간사다.  

생명 지닌 모든 것에 그래서 드는 연민인 것을.


여우의 신포도 타령으로 마음에 당의정을 입힌다.




그럼에.....


수형 근사한 갖가지 조경수에 알맞게 배치된 연못과 주변의 조각품들이 잠깐 마음의 감옥을 만들기도 한다.


하여....

요즘 한창인 수국과 백합 풍성하게 벙그러져 숫제 향기로 샤워를 시키며 영혼 골고루 세례를 퍼붓는가.

쥐라기 공원 스치자 우아한 공작이 노닐고 이번엔 수련 빼곡한 연못이 열린다.

전지 잘 된 소나무 향나무는 저마다 아름찬 한그루 분재 같다.

죽죽 뻗은 야자수 아래 이름 모를 이국의 화초는 색색이 화려하다.

죽어야 갈 수 있는 천국이 지상에 펼쳐져 있으니 자연스레 천사로 화한 우리.

땅 소유주가 누구 건 이 풍광 차지하고 맘껏 누리며 만끽하는 순간만은 우리 것이니.


외돌개 솟은 푸른 바다 내려다보이는 최상의 전망터에서 문득 부와 행복의 기준이 모호해진다.

위로 올려다보면 층층다리 높디높아 얼마나 가져야 끝 모를 욕망 과연 채워질는지.

한편 아래로 내려다볼라치면 그 단계 역시 수도 없고.

옛말 하나도 그르지 않아, 분수를 알고 자족해야 맘 편하노라 누누이 가르쳐왔나 보다.

한편, 뉜가는 무엇을 통해서 이런 풍요로운 부를 지니게 됐는지 슬몃 궁금해진다.

새파랗게 젊은 쥔장을 보니 더더욱.


따라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이들 이해도 되는 바,

이에 굴지의 재벌가 정원은 어느 정도일까는 상상하기조차 버거웠고.


아무려나 제주섬 빙 둘러 바다, 서늘한 파도 출렁이면 또 하나의 바다 송이송이 떠오르는

물빛 수국꽃 여기저기서 산들거리니 그냥 즐기기로 .

올해도 이래저래 수국 구경 풍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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