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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12. 2024

호빵이 된 나비

스트레스


사람만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니더군요.

냥이도 스트레스에 아주 취약하더라구요.

지난주 볼일이 있어 몇달만에 딸네집에 들렸다가 깜짝 놀랐답니다.

허리가 늘씬하니 날렵하고 귀엽던 냥이가 완전 호빵, 아니 곰단지가 된거예요.

얼마전 딸내미가 그러더라구요.

조카가 입양한 새끼 고양이를 집에 들인 다음부터 큰 고양이들이 의기소침해진 데다 왕스트레스에 빠졌노라고.

동물들이 무슨 스트레스까지나? 했지요.

고양이는 동물중에 침팬지 다음으로 지능이 높으니, 따라서 다른 어느 동물보다 더 스트레스에 민감하긴 하겠지요.

살구(야옹이 이름)녀석 머리에 원형탈모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더랬는데 직접 보니 탈모에다 스트레스성 비만까지 보통 심각한 지경이 아니더라구요.

아니 이럴 수가....마치 부은 것처럼 두리뭉실 살이 쪄가지고 행동도 둔해져 거의 정물처럼 움직임이 없어졌더군요.

보기 딱해서 계속 등을 쓰다듬어 줘도 전처럼 고롱거리지도 않고 무덤덤히 올려다보는 눈매마저 슬퍼보이더라구요.

어린아이들은 보통 동생이 생기면 그간 독차지했던 엄마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겼다 싶어 아기를 미워라하고 심술쟁이 떼쟁이 샘쟁이가 되기도 하지요.

녀석들 역시 그간 집사의 관심과 애정을 독점하다가 새로 온 새끼고양이에게 사랑을 빼앗겨 뒷전이 되자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봐요.


아무래도 관심이 아기 냥이에게 이동되며 애정표현도 자주 해주고 눈길을 더 많이 보내는 걸 보면서 시샘이 나다못해 말 못하는 속으로 부아가 단단히 났던 모양이예요.

단순한 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급기야 고도비만이라는 건강이상으로 진전했으니요.

스트레스 반응이란, 스트레스 자극을 경험할 때 나타나는 신체적 정서적 행동을 비롯한 사고의 변화를 뜻하잖아요.

지나치게 높은 스트레스 수준은 긴장과 불안을 야기시켜 결국 이와같은 질병을 일으키게도 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방을 축적시키기 때문에 비만의 원인이 된다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조절능력시스템의 고장도 살이 찌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네요.

‘신체적 혹은 심리적 평형상태에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자극’이 스트레스라지요.

사람의 경우, 모든 병의 70%가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된다는 보고가 있을만큼 스트레스가 건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요.


특히 심장질환, 비만, 우울증, 수면장애, 신경성피부염, 암 등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대표적 질병으로 꼽힌다지요.

신경성 식욕과항진증, 냥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리됐을까 무척 안타깝더라구요.

해서 조용한 울집으로 데려와 당분간 격리시켜주자 했더니 딸 의견은 달랐어요.


환경 바뀌는 게 또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는데다 결국은 스스로가 이겨내고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냉정히 선을 긋데요.

그러면서 나름 처방약을 준비했다니 어련히 알아서 조치하겠나 싶어 그냥 돌아왔네요.


지만 측은하니 자꾸 맘에 걸리는건, 불편한 심사를 무엇으로도 표현 못하는 짐승이라서 안쓰러움이 더해지는 건가 봐요.

꿩대신 닭, 녀석을 본 이후 울집 파숫꾼을 부지런히 운동시키러 날마다 개 공원에 데리고 다녀요. 냥이 덕분이지요.

천방지축 뛰어다니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고 허구헌 날 집안에 갇혀 지내자니 그도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았겠어요.

스트레스 무서운 줄 재삼 알았네요, 동물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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