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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17. 2024

동래 차밭골 나들이

주변에 야생차나무가 지천인 금강공원 차밭골에 갔다.


이 지역은 금정산 골짜기에 어리는 안개 더불어 앞바다의 해풍을 쐬는 데다 알맞은 토질이라 차나무 생장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대웅전 뒤편에 사시사철 일정량의 맑고 찬 샘물이 바위틈에서 솟는 석간수가 있는 절집.

  

그 사찰에는 문우인 양시인이 기거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살던 오래전, 그녀를 만나러 절에 간 적이 있었기에 맛본, 거북바위 틈새에서 솟는 차고 단 기억 속의 물맛 그대로일까.


절마당에 능소화가 피면 한국다도협회 동래지부와 함께 매년 개최하던 차밭골 백일장에서 심사를 본 생각도 났다.


절 뜨락에는 이미 영근 씨앗 더불어 하얀 차 꽃 서너 송이 피어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선 노송 휘감아 오른 능소화 굵은 줄기도 여전스러웠다.

반가움에 이끼 낀 소나무와 능소화 울퉁불퉁한 몸통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상대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아가며 공생공존의 가치를 무언으로 가르치는 서로 다른 두 식물의 아름다운 어우러짐.


그 의미 되새기며 풍경소리조차 쉼에 든 경내라 조용히 물러나 금강식물원 쪽으로 향했다.


수풀 새새로 보이는 야생녹차나무 순박한 흰꽃 다문다문 물고 있었다.

마침 큰 길가 금강사에서 무슨 행사가 열린 듯 한복 차림 고운 부인들이 부산스레 움직였다.   

무슨 구경거리인가 싶어 올라가 보니 긴 이름의 '아름다운 차인 대회'가 막 파한 자리였다.

각양각색의 고급스러운 한복을 기품 나게 차려입은 마나님들이 행사 뒷마무리를 하며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었다.

행장들로 미루어 여전히 전통 다도인들의 격 있는 차 문화 축제는 최상급 취향으로 점차 더 향상 발전해 온 모양이다.

금어사가 조촐한 암자라면 금강사는 대형 사찰, 다례행사도 큰절 수준에 맞게 대단히 럭셔리했던가 보다.

원래 동래 차밭골이라 하면 부산 북구 만덕사지에서부터 동래 금강공원과 금정구 범어사 인근에 있는 광범위한 차밭까지를 아우르기에 어디에서건 차밭골 문화제 이름을 달 수야 있다.

한국차인연합회라는 오래된 단체가 여전하고 산하에 한국 다도대학원이며 차생활지도자도 있는가 하면 이런 행사 자리에선 명다기 품평회는 물론 다례를 위한 꽃꽂이까지 으레 포함된다고.

진행과정이 꽤 볼만했을 텐데 간만의 차이로 아쉽게 놓쳤지만 이삭줍기만으로 충분하다.

차를 사랑하는 동호인끼리 차 정신 기리면서 차의 맥을 잇고자 하는 다인들 모임까지는 사양하니까.

문득, 해남 두륜산 초의 선사 거처인 일지암 초당에 걸터앉아 한나절 다선삼매에 잠겨보았으면 싶었다.

격식 차리지 않고 차를 밥 먹듯이 한다는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처럼 우리나라 차의 성지 대흥사 일지암에서 자연스러운 일상이듯 차를 마셔보고 싶었다.

하면 홀연 식물처럼 선하디 선한 하이얀 신선될 거만 같은데.....

입안 가득 번지는 차의 향그러움에 취해 순간 절로 감기는 눈.

행복감이나 아름다움 앞에 우린 왜 그만 눈이 스르르 감기고 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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