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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2. 2024

아라연꽃 가람연꽃 한자리에

휴일 이른 아침, 부지런히 함안으로 향했다.  

막 해가 뜰 무렵인데 도착해 보니 벌써 사진 찍는 이들이 다수 몰려있었다.

주위 번잡 관계없이 연향은 아주 고요히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함안 성산산성 터에서 발견되었다는 고려 시대 연 씨.

 칠백 년 침묵을 깨고 홍련으로 피어나 이름이 아라 연꽃이란다.

아라가야의 터인 함안 산성터에서 출토됐다니 문화재급 연실이다.

이집트 시대의 연 씨가 싹을 틔웠다는 뉴스도 진작에 들은 바 있으니 과히 놀랄 일 아니지만.

함안 연지 연꽃이 개화했다는 소식을 접한 아들은 미리 주변 볼거리 먹거리도 검색해 놓아 스케줄대로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하늘 푸르게 개여 모처럼 날씨 청명했던 어제.

즐기는 산행도 반납하고 효도관광시키듯 라이드를 해준 아들 덕에 최고의 연꽃을 아주 가까이서 만나봤으니 나야 충분히 눈 호강을 했다.

북경에서 드넓던 연꽃밭을 거룻배 타고 구경한 이후 삼십 년 만이다.

현송과 동행했던 경주 서출지 연당, 그도 벌써 삼십 수년 전 일이다.

천수경 외우며 입에 밴 옴마니 반메훔은 '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란 뜻이듯 불교의 상징이자 군자의 꽃으로 불리는 연꽃.

시조시인 가람 선생이 길렀다는 백련화는 향이 더 짙다더니 그래서인가, 상기도 감흥 우련하게 남아 향기롭다.

나야 폰으로 찍는 기록용 사진이지만 저마다 묵직한 장비 갖춰 본격 출사에 나선 숱한 작가들.


그들은 연꽃을 찍고 나는 그들의 모습을 찍고.


아라 연꽃에 흠씬 취해 서로서로 찍고 찍히는 줄도 모른 채 저마다 삼매경에 빠졌던 그 아침.


심청이 환생한 연꽃.


극락세계에 있다는 연화대에 든 듯 온유한 평화를 누린 몇 시간.


연꽃밭은 그 여름 아침 우리들의 샹그릴라였다. 2022

언어와 사진은 그 둘 중 한 가지로만 소통할 때보다 함께 소통할 때 훨씬 파워풀해질 수 있다.

- Wilam Albert Allard -


카메라가 시인의 머리와 눈이 되게 하지 않는 한, 좋은 사진은 나오지 않는다.

- Orson Welles -


애매한 컨셉에 화려한 사진만큼 형편없는 것은 없다

- Ansel Adams -



모든 사진 속에는 항상 두 사람이 존재한다. 사진사, 그리고 감상자.

- Ansel Adams -


 좋은 사진은 카메라의 심도 조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심도에 의해 좌우된다.

- William Albert Allard -



... 유념하긴 하지만 실지론 어렵다.

미진한 글의 보완재로 사진을 도배하는 변명.


위치: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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