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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3. 2024

별사탕꽃

작디작은 벼꽃보다는 눈에 띄지만 과일나무 꽃치고는 하도 미미해 눈에 까말까다.

그 꽃은 개인적으로, 몇백 광년 떨어진 먼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같이 작디작고도  희미해 별사탕꽃이라고 부른다.

그 나무는, 과수 중에 가장 늦게까지 잎을 피우지 않는 데다 꽃도 제일 더디 피기에 게으름뱅이라고 부른다.

하지는 한 달 전에 벌써 흘러갔고 소서도 지난 한여름 절기에사 이제야 겨우 꽃을 피우는 과수가 있다.

대추나무다.

비 오락가락하는 꿉꿉한 장마철이라 따끈한 대추차 생각이 나던 참이었다.

제주 성곽 아랫집 정원의 대추나무에 희미하게 핀 연미색 대추꽃이 시선을 붙잡았다.

자손이 잘 되라고 심는다는 대추나무,


어릴 적 대고모집 뒤란에 있던 그 나무는 복숭아꽃 만발한 때인데 아무 기척이 없기에 죽은 나무인가 싶어 줄기 끝을 꺾어 본 적이 있다.

마른 삭정이 같은 가지는 의외로 연둣빛 물기를 속대에 품고 있어서 살아있구나, 안도하는 한편 미안스러워 분지른 가지를 슬쩍 놓아버렸던 기억.

그때 비로소 대추나무는 가장 늦게 동면에서 깨어나는 데다 꽃조차 전혀 서두름 없이 느릿느릿 피우는 과수임을 알았다.

칠월, 앵두나 살구는 초봄부터 부지런히 꽃피고 열매 맺더니 어느새 농익어서 이미 다 따먹은 다음이다.

지금은 복숭아 자두가 과일가게마다 그득 쌓여 단내 풍기며 침샘을 자극하고 있는 중이다.

포도알 탱탱히 야물어지고 사과도 어느새 발그레 볼 붉히는 칠월도 중반으로 치달리는 이즈음.

꼴찌 자리 서로 마다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던 감꽃 밤꽃 진 자리에 감 도톰히 자랐고 밤송이도 제법 굵어졌다.

부스스 잎새 내밀고는 한껏 유유자적 늑장 부리던 대추나무도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연 긴장한 듯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가.

꽃 피어난 바로 곁에 때롱한 대추알 제법 대추 티를 내고 있는 건 처음 보는 터라 신기해서 우중임에도 한참을 서있었다.


아이들도 그렇지 싶다.

올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늦되는 아이도 있다.

매사 각각 끝까지 가봐야 안다.


요즘은 시기적으로 수능시험 준비 막바지 기간, 고 3 학생을 둔 가정마다 스트레스가  여간 아니다. 


성적 상위그룹일수록 문제 하나 헷갈리면 원하는 학과 당락에 영향을 미쳐 자칫 진로 결정에 차질이 생긴다.


뿐인가, 시험점수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수험 준비생들 선망해 마지않던 관문까지 활짝 열려 헷갈리게 한다.


올해는 그렇게 의대 광풍까지 몰아치고 있는 판이다.


글쎄? 갑툭튀란 말처럼 난데없이 발표된 2천 명 의대증원  정책은 말 그대로 미친 짓이라 과연 끝까지 밀고 나갈 수나 있을까?


의료개혁이 의료붕괴로 이어질 전망 뿐, 불감당 상황이 되자 보건복지부는 교육부로 슬그머니 공을 던지나 퇴로는 사방천지 어디에도 없다.


솔직히 오십 대 이상 현역 의사들이야 아무런  영향받을 일이 없고 타격 심히 받는 건 젊은 NZ 세대들,


이공계 재학생들에서까지 감지되는 이상기류, 정부는 후폭풍 장난 아닐 그 혼란을 어찌 감당할는지.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의학계의 백년 앞은커녕 귀신에라도 홀린듯 느닷없이 떨군 폭탄 격이다.


그럼에도 잘못된 정책에 덩달아 널을 뛰어댄 학부모들 역시 마찬가지로 책임의 일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집집마다 최고 교육받은 부모의 우수한 유전자 받아 지닌 데다 총명탕까지 달여먹고 천재급 된 아이 차이게 널려있는 세상이다.


문제는 2025학년도다.


웬만하면 다들 강남권에 줄 대고 학원 보내며

현재 난리들도 아니다.


고만고만한 실력일 텐데도 결과적으로 당락자는 생긴다.


운이든 실력이든 아니면 그 무슨 이유나 핑계를 달든 탈락자는 필히 생기게 마련.


수재 뒀다고 은근 뻐겼지만 운이 나빠서인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흔하지 않던가.

따라서 템포 좀 뒤처졌다손 쳐도 실망하거나 조급증을 낼 필요가 없다.


모두들 이제 심호흡부터 하고 차분히 현실을 직시하자.


대추나무가 넌지시 그  까닭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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