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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4. 2024

용천수 샘솟는 소박한 물놀이터

정모시 뜻은 정방폭포의 못을 가리킨단다.

폭포가 흰 비단 필 좌르륵 바다로 풀어헤치기 전 숨 고르는 상류지역이 되겠다.

정방폭포수는 사철 비슷한 수량을 유지하는데 이는 항상 용천수 풍부한 양이 샘솟는 덕이라고 한다.

명소가 쌔고 쌘 서귀포라 정모시쯤이야 여행객은 거들떠도 안 보는 장소.

대신 우거진 숲과 맑은 물길이 있어 예전부터 마을 사람들의 여름철 피서지 역할은 톡톡히 해왔다.

깨끗하고 안전한 담수욕장에서 아이들 신나게 함성 지르며 물놀이하고 어른들은 징검다리에 앉아 족욕 즐긴다.

물가 주변을 공원으로 가꿔 놔 물레방아도 있고 철철이 꽃 피는가 하면 뭇 새소리 청량히 여울지는 곳.

아낙들은 이른 봄 여기서 쑥을 뜯거나 야생 미나리를 뜯는다.

물길 양옆으로 벤치와 정자, 운동시설도 갖춰져 있는 알뜰한 마을 쉼터다.

동문 로터리에서 출발해도 가깝고 서복전시관 약초원에서부터 물길 거슬러 올라와도 만나게 되는 정모시다.

초입에 유년의 추억이 깃든 자귀나무꽃 만개해 있어서 반가웠다.

이처럼 해거름 녘 슬슬 집에서 나와 설렁설렁 걷다 보면 이십여 분 만에 닿는 정모시다.

보통 이땐 슬리퍼 신고 폰만 들고 나온다.

마악 다이빙하려는 중인데 공중부양 폼이 코믹하다.

입은 헤벌쭉 마냥 신바람 났다.

세 녀석이 수영장 독차지하고 천방지축 씨름도 하는 등 온갖 묘기를 보여준다.

자세히 보니 체육복을 수영복 삼은 중학생들이다.

하굣길인 듯 도로 옆 층계에 제각각 책가방 내던지고 물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에메랄드빛 물 색깔로 미루어 허리쯤 오는 깊이는 되겠다.

담수욕장 아래는 종아리 정도 차는 물 깊이라 동네 아낙 둘이서 족욕을 한다.

슬리퍼 신은 채 슬쩍 물에 들어가 봤더니 선뜩할 정도로 차디찬 수온이다.

찰랑거리며 둔덕을 넘어 흘러내리는 물은 오분 정도 뒤엔 정방폭포수 되어 바다로 내리 꽂히리라.



다시 걸어서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면 여섯 시경.

진수성찬이 아니라도 소찬으로 이렇게 먹는 저녁밥은 달다.

네댓 가지 찬이지만 하나같이 정성껏 기른 올개닉 식재료들로 차린 안심 밥상이다.

이웃이 전해준 상추에 풋고추 한 접시, 부추로는 칼칼한 부추김치 담았고 한옆엔 배추김치 약간.

자주색 깻잎으로 만든 밑반찬 깻잎지는 슴슴한 간이 알맞고 견과류 넣은 멸치볶음 고습다.

빠뜨려선 안될 영양소 단백질 섭취를 위해 흑돼지 삼겹살 두루치기 약간이 저녁 메뉴다.  

현미와 찹쌀 찰수수를 넣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한 공기에 국은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지만 괜찮다.

상추에 삼겹살 올려서도 먹고 밥 수저에 깻잎 얹어 먹어도 맛지다, 흐음!

소박한 상차림에 곁들인 민트 꽃과 로즈메리 푸른 잎 살짝 건드리자 청신한 향 싱그러이 퍼진다.

식후기도는 절로 감사기도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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