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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20. 2024

무궁무궁, 오조리 노란 무궁화

여름 볕 뜨거워지면 삼천리 강산에 무궁무궁 무궁화가 피어난다.

전에는 무궁화가 피면 찬바람이 난다고 했는데 요샌 기후변화로 꽃도 대중없이 핀다.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도 진작에 피었다.

서귀포 시내 공원에서 황근이 핀 걸 본 건 지난달.

황근 군락지 생각이 나 쏜살같이 오조리로 달려갔으나 허탕을 쳤다.

사방에서 해풍 몰아치는 곳이라 기온이 낮은지 황근 봉오리는 겨우 완두콩만 했다.

7월 중순쯤에 다시 와보기로 작정하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오조리 식산봉 주변 황근이 만개했으며 행운의 소철꽃도 피었다고 뉴스가 전했다.

때 놓칠세라 식산봉으로 향했다.

성산 일출봉행 버스를 타고 근 시간 반을 달린 후, 오조리에서 내렸다.

차도 건너 식산봉 입구로 부리나케  들어갔다.



 

보통 알고 있는 무궁화는 분홍색, 자주색, 다홍색, 보라색의 꽃을 떠올리게 되는데 노란색 꽃을 피우는 무궁화가 있다.

생물의 유전형질을 인위적으로 바꿔서 신품종을 만든 게 아니다.

이를테면 종자개량을 해서 새로이 만든 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유일의 자생종 노랑 무궁화 '황근'이 그것이다.

누를 ‘황(黃)’에 무궁화를 뜻하는 ‘근(槿)’을 합한 이름이 ‘황근’이다.

황근이 일반 무궁화와 흡사한 건 오직 꽃봉오리, 꽃은 동그스럼한 편이다.

잎사귀도 둥글둥글하며 잎 뒷면이 약간 희끄무레하다.

지난해 식산봉에 왔다가 군락 이룬 잎진 나목에 드라이플라워처럼 매달린 꽃봉오리를 보고 무궁화 같다고 여겼는데.

세계적으로도 그 개체 수가 많지 않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서 절멸 가능성이 있는 야생생물의 명단에 오른 황근이다.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인 황근은 우리나라의 무궁화 속 식물 중 유일한 자생종이다.

자생식물임에도 아는 이가 적은 것은 제주도와 전남 일부 해안가에서만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립생물자원관이 복원 사업을 통해 황근(Hibiscus hamabo Siebold & Zucc.)을 증식하는 데 성공하였다.

해서 올레길을 비롯 제주도의 대표 관광지에 대량 보급할 계획대로 이미 황근 2천여 본을 식재했다.

법률상 무궁화를 국화로 지정한 바가 없지만 무궁화는 우리 꽃, 더욱이 무궁화 역사는 고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그때부터 우리나라에 널리 심어져 오랜 시간 한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무궁화다.

황근도 여느 무궁화처럼 아침에 꽃을 피워 저녁에 지는데 이때는 필 때보다 약간 짙은 색으로 변해 주황에 가깝다.

줄기는 회백색이며 껍질이 질겨 밧줄을 만들기도 하므로 해마(海麻)라는 별칭도 지녔다.

해안가에 자라는 염생식물다이 바닷바람에는 잘 견디나 대기오염에 취약한 편이란다.

파도를 통해 종자를 퍼트리며 씨앗은 물에 뜬다.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음지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고.

난대성 식물로 한반도 남해안이 북방한계선이며 자생지 외의 노지 월동은 어렵다.




오조리란 지명의 오조(吾照)는 나를 비춘다는 사뭇 철학적인 뜻이나 옛 포구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박한 어촌마을이다.

성산 창천에 보름달 환하게 뜨면 내수면에 고이 내려앉은 달을 쌍으로 감상할 수 있기에 그 아취 누리며 吾照의 경계에 이를까.

오조 지질 트레일이 열려있는 곳이며 제주 기념물 제47호로 지정된 황근 자생 군락지다.   

황근 꽃 만발한 식산봉 인근 오조 포구 연안습지는 물새들의 서식처다.

내수면에 서식하는 장어 숭어 같은 먹잇감이 많아 겨울 한철 갈대숲에서 포시랍게 쉬다 가는 철새 도래지이기도 하다.

백로 저어새 왜가리 등 철새와 갈매기 청둥오리 쇠물닭 가마우지 등 물새들이 유유히 물고기 낚아채 든든하게 배를 불린다.

갈댓잎 서걱거리나 바람 잔잔해 수면에 고요히 물비늘 일렁이는 한낮.


백로 한 마리 바위에 올라서서 목하 물속을 탐색 중이다.

이날도 선물처럼, 아기오리 데리고 동동동 소풍 나온 오리 가족을 만날 수 있었으니 보너스 톡톡이 받았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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