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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20. 2024

성산 십경의 하나인 식산봉 주변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 자리한 식산봉(食山峰).

성산 10경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귀여울 정도로 작은 오름이지만 주변 경관이 아름다우며 이 오름에는 의외로 커다란 바위가 많아 바우오름이라 불렸다.

오래전 오조리 해안에 왜구 침략이 빈번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오름에다 이엉을 덮어 군량미를 쌓아 놓은 것처럼 위장시켰다.

멀리서 이를 본 왜구들은 양식이 충분하다 지레짐작하고 달아났다는 데서 유래해 식산(食山)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고.

성산항 갑문으로 갇힌 바닷물이 호수처럼 보이는데 이 오조만 위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일출봉 전망터로도 매우 훌륭하다.

여기는 새해 첫 일출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로 성산 일출봉 자태가 가장 멋지게 나오는 장소로 꼽히기도 한다.

식산봉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목재 계단이 설치돼 있어 어렵지 않게 단숨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청솔 사이로 마주 바라보이는 성산 일출봉의 장관은 의연하기도 할뿐더러 단순 명쾌하기 이를 데 없다.

청남 빛 바다 위에 길게 떠서 옆으로 누워있는 우도 또한 아주 가까이 또렷하게 다가든다.

게다가 성산항과 광치기해변, 멀리 섭지코지까지 한눈에 드는 절경지이다.

나지막한 봉우리치고는 조망권 일품이라, 걷기 즐기지 않는 분도 쉬엄쉬엄 오를만한 곳이다.


새 아침 첫 햇살이 닿는 마을이라는 오조리 식산봉 인근에는 의외로 볼거리도 넉넉하다.

일단 식산봉에 진입하려면 입구에 설치된 통제소에서 방제소독 받을 적도 있다.

조류독감이 돌면 확산을 차단키 위한 예방 차원에서다.

왜냐하면 주변을 둘러싼 내수에는 수많은 조류들이 몰려와 사철 노닐고 있기 때문이다.

새들이 깃 치기 알맞은 갈대숲 여기저기 무성하게 펼쳐져 있기도 하지만 계절별로 메뉴 다른 잔칫상 푸짐스레 차려져 있는 이곳.

그만큼 오조만에는 새들 먹잇감이 풍부하다는 얘기로, 고동​·조개·게·물고기 등이 지천이다시피 깔려 있다.

해서 탐방객을 위한 조개잡이 쉼터도 마련돼 있으며 양지쪽엔 쑥·냉이·번행초가 흔해서 이른 봄, 햇나물 뜯는 이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볼거리는 단연 노랑 무궁화, 황근이다.

흔히 보아온 자주보랏빛이 아니라 독특하게도 꽃 빛깔이 노란 무궁화, 아직  꽃은 만나본 바 없다.

하지만 이름에서 충분히 유추 가능한 무궁화의 자태, 여태껏 남아있는 메마른 꽃봉오리 만으로도 넉히 그 모습 짐작된다.

미처 피지 못한 채 누렇게 마른 봉오리가 마치 국기 깃봉처럼 보이기에 고유의 무궁화를 자동 연상할 수가 있었다.

처음엔 무슨 나무인지를 몰랐기에 대수롭지 않게 스쳐버렸는데, 같은 나무가 곳곳에 무리 져 느낌 어딘가 예사롭지 않았다.

언뜻 보긴 했음에도 심상히 지나친 안내판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이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청맹과니에게 아무리 설명 자세히 해본들 냄새로 구분시키지 않고는 달래와 무릇 구별이 쉽지 않음과 같은 이치다.

해안가 염습지에서 처음 본, 몸체 하얀 나무가 군락 이룬 거기 서있는 안내판을 읽어보았더니 와우~ 대박!

희귀 식물인 황근이 군락 이뤄 자생하는 특별한 곳이라 한다.

‘황근 자생지 및 상록활엽수림’이라서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47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는 이곳.

올여름 필히 황근 노란 무궁화 꽃을 보러 식산봉을 몇 번은 찾게 될 거 같다.

답사를 하기 전에 사전조사부터  해봤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일체 선입견 없이 보이는 대로 느끼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처럼 뒷북치기 일쑤이며 시행착오도 곧잘 한다.

하긴 그 덕에 잡다한 야그거리가 생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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