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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27. 2024

선계(仙界)를 엿본 무릉계곡

속계를 벗어난 이상향이라니 이름만으로도 솔깃해지지 않소이까.

흘러가는 복숭아 꽃잎 따라 거슬러 오른 도원명의 무릉도원만이 도원경이리오.

산속에서 술 취해 잠든 Rip Van Winkle처럼 한바탕 꿈에 빠져들고 싶어 무릉계곡으로 향했소이다.

한반도의 뼈대 격인 백두대간이 지나는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 강원도 동해시.


계곡 들머리로 마중 나온 단아한 정자, 처마선 고운 금란정이 먼저 반겨주었소.

숲은 아득히 밀밀하고 투명한 계류는 반석을 타고 소리 없이 미끄러지더이다.   

신선이 노닐법한 무릉암반은 평상 수십 개를 이어 붙인 듯 널널한데다 아주 매끄러웠소.

예나 이제나 별유천지 절경에 취하면 풍류 즐기는 시인묵객들은 시 한 수 남기거나 글씨를 새기고 싶어지나 보오.

바위에 깊이 음각된 조선 명필 양사언을 비롯 김시습의 필체를 찾아보는 재미도 각별했소.

곧이어 숲길 저만치 두타산 삼화사 일주문이 보였소.

삼화사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하나 고풍스런 운치는 전혀 찾을 길 없는 신식 절.


울긋불긋 휘날리는 깃발 때문인지 오히려 티베트 불교 분위기가 강하게 풍기더이다.

절집 일별하고 2.3킬로 올라가면 있다는 용추폭포로 향했소.

폭포로 가는 옥류동 숲길에서는 툭툭, 떨어지는 굵은 도토리 알 정통으로 정수리 치기도 했다오.

그 어름쯤에서 문득 시선을 잡는 이정표를 만났소.

두타산과 청옥산을 잇는 박달재가 좌측 3.1킬로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얘기.


갈매빛 저 숲 어드멘가 은거해 있을 천등산 자락이 문득 궁금해지더이다.


에헤라디야! 이렇듯 미지의 땅 첩첩 기다리고 아직은 건각 믿을만하니 이 아니 복이리오.


지금 여기에서 누리는 행복감에 건들건들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더이다, 얼쑤~~

폭포 소리 우렁차게 들릴 즈음엔 참나무 이파리 사이로 내리는 볕살 뜨거워 땀이 흘러내렸소.


그러나 산행시마다 땀방울 식혀주는 푸른 솔 바람 기차게 살랑대지 않더이까.


땀 흘린 다음에 스치는 바람맛이라니.... 눈 지그시 감기게 하는 그 느낌, 아는 이는 알 거외다.

처럼 물빛에 더해 암반 정결한 학소대 선녀탕 지나서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쌍폭포 앞에 섰소이다.

짝을 이룬 굵은 물줄기 둘이 바위벼랑을 타고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곤두박질치고 있었소.

안전 난간으로 내려가 폭포 배경 삼아 제각기 폼을 잡고 인증샷 남기기 바빴기에
비좁은 장소에서 열을 지어 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사진 줄이 기다랗더이다.


가나  줄이 대수리까.

여행 뒤에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기어이 나도 긴 대열에 낑겨섰더라오.

쌍폭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용추폭포, 화강암 단애의 위용은 장수처럼 근엄하였소.

배경 그럴싸하나 짜리몽땅한 폭포에서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찾기에는 솔직히 무리였다오.

한번 더 쌍폭포에 들렀다가 하산하는 길.

줄창 따르는 서늘한 물소리, 청량한 새소리, 사근대는 바람소리

좌우 옆으로 호위하듯 따르는 기암절벽 자태에서 홀연 선계를 엿본 듯하였소.

그럼 그렇지, 여기가 곧 들의 놀이터 무릉도원 아니랴 싶더이다.

허명놀이가 아니라 무릉계곡이야말로 제대로 이름값하는 곳,

여태껏 보아온 그 어느 계곡에서보다 감탄사 수시로 연발했으니 당연히 후한 점수 여기 내려놓게 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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