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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26. 2024

매미성 아래 물결 따라 몽돌 소리 차르르~

거가대교 건너, 섬 점점이 뜬 다도해를 품은 거제에 닿았다.

해풍에 무더위 날려 보내고자 장목 해변으로 향했다.

장목면 대금리 복항마을 매미성이 새로이 뜬 볼거리라길래 따라나선 길.

바나나 잎처럼 커다란 강황 잎새 너울거리고 무성한 호박덩굴 축 처진 어촌마을에 이르렀다.

카페거리 일별하고 마을 수호신이듯 우뚝 선 노거수 앞을 지나자 언덕길 아래 바다가 푸르게 펼쳐졌다.

우선 매미성에 오르기 전 몽돌 구르는 소리 차르르 차르르 해조음과 섞이는 해변에서 한참, 파도소리에 귀 기울였다.

저 멀리 건너다 보이는 거가대교 그리고 연잎처럼 동동 뜬 크고 작은 섬들이 역시 다도해다웠다.

매미성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언뜻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을 연상케 하는 바위로 쌓아 올린 언덕 위의 성채가 퍽도 이색졌다.

보통은 지자체에서 지역 특성화에 따른 관광자원을 개발해 농어촌 마을경제를 활성화시켜왔다.

반면 여긴 한 개인의 노력에 의해 일궈진 지역 관광자원이다.

대우조선 연구원이었다는 백순삼 씨, 건축학을 배운 적은 물론 설계도조차 없이 손수 바윗돌 하나씩 쌓아 올려 이룬 노력의 결과물인 매미성.

아니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완성된 성취물이 언제 모습을 보일지 모른다 하니 더 이채롭다.

이 동네에 텃밭을 일구던 그분은 태풍 매미가 할퀴고 지나가 폐허가 된 땅의 복구를 위해 바위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

필경 바르셀로나를 다녀온 분인 듯, 그분은 남다른 안목과 독특한 심미안으로 2004년부터 멋진 매미성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첫 삽을 들었을 때 나이는 49세. 고희를 향해 가고 있는 지금도 초심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네모진 화강암으로 이뤄진 성이나 유연한 곡선을 이용한 터라 첫눈에도 매우 색다르게 비친다.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남해안의 또 하나 명소가 된 아름찬 매미성.


남해 바다와 거가대교, 이수도 등 아름다운 남해 경치를 성에서 감상할 수 있다 보니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다.


더불어 한국관광공사에서도 매미성을 관광지로 홍보 안내하기 시작했다.


하여 지금은 거제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됐다.


나아가 매미성과 김영삼 대통령 생가를 묶어서 관광단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매년 수십만 명이 매미성을 방문하기에 마을 주변에는 상가가 들어섰으며 거제시에서는 도로를 정비하고 공영 주차장까지 만들어 지역 관광명소로 관리해오고 있다.




태풍 매미가 휩쓴 뒤 본인 텃밭에 쌓아 올리기 시작한 성벽이나 행정적으로는 불법건축물.


이에 백순삼 씨가 매미성을 거제시에 무상 기증하고 공유수면 침범에 대한 변상금도 지불함으로 철거 논란을 차단했다고 한다.


따라서 명목상 성주(城主)는 거제시장이다.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자기 자식이라 우기는 두 여인에 내린 솔로몬 판결처럼 명쾌하게 문제를 해결한 그분의 내공과 지혜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인간 본성인 욕심을 접는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도 그분은 스스로를 기꺼이 희생해야만 얻을 수 있는 영원한 복덕의 주인공이 됐다.

매미성 덕에 마을사람들 여러 일자리 창출케 됐으니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측면에서 이보다 더 귀한 보시가 또 있을까 싶다.

예전에 우물공덕이며 다리공덕이 있었듯 혼자서 묵묵히 열정 바친, 이 또한 칭송받아 마땅한 크나큰 공덕을 지은 셈.

은퇴 후인 지금도 그분은 날씨만 괜찮으면 작업복 차림으로 나와서 조용히 시멘트 이개서 돌을 쌓고 있다고.

베푼다는 마음조차 여읜 청정한 나눔, 무주상보시를 행한 그분은 대대로 복 받아 마땅하리라.

낮 기온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무더위, 매미성에 올라 몸도 마음도 미상불 정결해질 수 있었다.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29(대금리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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