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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ug 04. 2024

성산일출봉 상공 수놓은 드론쇼

지난 구정 때 아들이 보내준 동영상은 정녕  대단했다.

부산 광안대교에서 선보인 경이로운 드론라이트쇼 영상이었다. 

처음 접해봐서일까.  

드론으로 그려낸 정교하고도 화려하며 변화무쌍한 군무는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부산에 있었다면 분명 현장을 찾았을 텐데...


오! 예~~ 드디어 빛의 판타지를 직접 기회가 왔다.

제주 성산일출봉 상공을 배경으로 드론쇼가 펼쳐진다기에 오후 다섯 시 집을 나섰다.

1천 대의 드론 군단이 동시에 비행하며 15분 간 비행쇼가 이어진다 하므로 기대 빵빵했다. 

다양한 색채와 패턴을 활용해 '성산포 조개바당 축제'를 주제로 한 특색 있는 연출이 펼쳐질 거란다.


드론쇼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최초로 출현했다고 한다.

수많은 드론이 상공에 날아올라 가지 메시지와 그림을 드론 불빛으로 나타내 갈채를 받았다고.

이미 광안대교 드론쇼에서  그 진가를 확인한 바 있으므로 내심 걸기대.

광치기해변에 도착하니 일곱 시경, 기명색 노을이 오조리 내수면에 곱게 스며들고 있었다.

오전부터  조개바당에서 조개잡이 축제가 진행됐으므로 이미 가족 단위 인파로 주변은 북적거렸다.

성산포 지역축제인데 제주민 반수가 참여한 듯 대성황을 이뤘으니 주최 측 입은 헤벌어지고도 남았다.

특히 날씨까지 크게 선심을 써 온종일 쾌청한 하늘이라 이래저래  복이 터졌다.

한여름 무작스러운 폭염에도 불구하고 이리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려든 것은 아마도 드론쇼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듯.


고깔 모양  부스가 길게 진을 으며 초대가수들의 무대로 행사 분위기는 농익어가고 있었다.

오늘 성산포 일몰시각은 7시 32분, 드론쇼 개막은 8시 20분, 밤하늘이 청남빛으로 어질 때 열린단다.

무대에서는 서귀포 시장과 관내 기관장들의 인사말에 이어 가수들 흥겨운 공연이 계속되며 왁자하더니 순간 조용해졌다.

마침내 성산 일출봉 하늘에서 점점의 빛무리가 몰려오면서 드론쇼가 시작됐다.

일출봉 실루엣과 해돋이 전경이 창천에 떠오르고 서핑하는 젊은이며  진주조개, 갈치잡이 어선도 나타났다.


아이들이 가끔씩 와아~소리쳤다.

그뿐, 불꽃놀이 폭죽이 터질 때마다 매번 환호와 탄성이 발해지는데 반해 이번 관중들 반응은 의외로 조용했다.

역시 저마다 느끼는 감흥은 엇비슷, 나만 시들한가 싶었는데 전반적으로 대에 못 미친 게 맞나 보다,

이미 다들 고급진 영상에 길들여진 데다 드론쇼 수준보다는 관객 눈이 높아서일까.

말하자면 기대에 부응하기엔 미진한 규모에 기술력이며 기획 등도 허술한 편이었.

깔끔하게 이어지는 연결성이나 스토리 구성면에서 겨우 아마추어 실력을 벗어난 초보 솜씨가 제작한 작품 같았으니까.

이 더위에도 불구하고 밤시간에 먼 거리 찾아왔는데 맥이 좀 풀렸다.

그래도 성산포의 멋스런 선셋과 이름이 '비전 60'인 로봇 개 척척 걸어가는 구경을 한 게 나름 소득이라면 소득.

바야흐로 놀라운 세기가 열리고 있다.

세상은 날로 진화해 새로운 첨단 과학기술의 진수를 맛보기라도 할 수 있다는 게 고맙지 뭔가.

광석 라디오와 청색전화 시대를 산 사람이 편리한 휴대폰에 인터넷에 드론에 로봇에, 이러다간 일런 머스크따라 화성으로 이주할 수도.

하하~ 그전에 이승살이 소풍 마칠 테지만.

드론쇼가 끝나자 한꺼번에 차량들이 몰리며  귀갓길이 꽤나 어수선했다.

차량만이 아니라 인파도 밀물처럼 를 꽉 메운 채 흘러가며 귀가를 서둘렀다.

열 시 반넘어서야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

부산 광안대교 앞 드론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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