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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17. 2024

해조음 들으며 산책하기 좋은 섬, 우도

훈데르트바서 파크


서귀포 중앙로터리에서 일찌감치 우도로 출발하였다.

효돈이고 남원 표선 성산 어디나 밭자락마다 유채꽃 환했다.

까만 돌담 경계로 초록빛 보리밭과 샛노란 꽃이 멋진 대비 이뤘다.

몬드리안 화폭 보듯 선명한 색채 경쾌했

그러나 아침 내내 해무 같은 스모그가 낀 날씨다.

중국 고비사막에 더해 내몽골 지역의 사막화 속도가 빨라지며 모래구름이 한반도를 강타하는 중이다.

이날은 황사가 옅은 편이라 미세먼지 특보 발령까지는 나지 않아 그나마 양호한 날씨였던 셈.

양지쪽 고양이 눈빛처럼 나른한 바다였는데
열 시 반 우도로 건너가는 배에 올랐을 때부터  하늘빛 청명이 깨어났다.

동시에 바다도 청청해졌으며 갈매기떼 뱃전을 에워싼 채 부산을 떨었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잇감에 아예 중독된 모양이다.

그래봤자 새우깡 같은 과자 부스러기일 텐데.



15분 거리라 금세 천진항에 닿았다.

이번 우도 여정은 맘 잡고 올레길 1-1코스를 찬찬이 걸어볼 심산이었다.

총길이 11.3킬로 밖에 안 되므로 그야말로 놀멍쉬멍 한갓지게 걷는 코스일 터다.

선착장 앞 우도해녀 항일운동기념비 한컷 담은 후 곧장 훈데르트 힐즈로 올라갔다.


열기구가 날아다니는 듯한 여기가 대체 어디?


해양도립공원인 우도 내 우도해안길 톨칸이 해변에 있는 색다른 테마파크 훈데르트 힐즈다.


우도봉 아래 경사면에 들어선 대단지 파크인 훈데르트 힐즈는 여러모로 독특하다.


처음엔 이국적 정취가 담긴 건축물에 혹해서 해안가에 위치한 전망 근사한 카페부터 들어갔다.


카페는 맛보기였고 건축물 그 자체가 사람들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힘써온 작가의 진면목이 차츰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화가이자 환경 운동가, 건축 치료사인 훈데르트바서의 예술과 건축철학과 이상을 담아 놓은 복합예술공간이다.


훈데르트바서 파크엔 훈데르트바서 뮤지엄, 리조트 공간인 훈데르트 힐즈, 갤러리, 카페 등을 꾸며 우도의 새로운 풍경이 되었다.


제주 섬 동쪽에 누워있는 이 섬, 누구에게나 예술적 영감을 주는 우도에 서양예술다운 강렬한 색과 선을 접목시킨 동화나라를 가꿔놨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창해 온 그는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파크를 만들고자 했다.


우도에 이처럼 개성적인 갤러리와 뮤지엄이 들어서고 프리미엄 콘도와 카페가 자리를 잡았다는 걸 미처 아지 못했기에 뜻밖의 수확 같았다. 


지난해 연말에 와서 상세히 훑은 곳이라 이번엔 대충 돌아본 다음 우도봉으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올레 리본을 잘 따라다녔다.

하지만 교본이나 FM대로 고분고분 리본 찾아가며 올곧게 걷는 데는 그새 진력이 나고 말았다.

틀에 얽매이는 건 질색, 갈지자걸음으로 내 발길 가는 대로 맘 내키는 대로 걷기로 했다.

변화무쌍한 기상도, 우울증에 걸린 듯 우중충하게 변해버린 날씨 때문이기도 했다.


헌데 우도봉에 닿자 신기하게도 마법에서 풀려나듯 스르르 하늘이 새파래졌다.

정상의 하얀 등대 일별하고 검멀레해변으로 넘어갔다.

가까이 오가는 히잡을 쓴 이슬람 여인네 구경도 하다가, 소문난 아이스크림 맛보며 슬슬 비양도 쪽으로 걸어갔다.




제주섬 안의 섬 속에 뜬 또 섬, 손바닥만한 비양도는 종횡으로 걸어봤자 잠깐이면 전체 섭렵.


바닷물 투명한 비양도라 바윗전에서 보말과 , 까사리를 한 줌씩 채취한 다음, 바삐 걸어 나와 하고수동해수욕장에 이르렀다.

서빈백사해변과 쌍벽을 이룬 하고수동해변은 너른 모래톱과 연옥색 바다빛 아름다운 천혜의 해수욕장이다.

방사탑 사이로 드러난 해안선은 힘껏 당긴 활대처럼 둥그스름하고 물빛으로 미루어 경사도 완만해 보였다.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피서객이 여름 한철 해수욕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바다다.

일명 `사이판 해변`으로 불린다는 게 직접 거닐어보니 수긍이 다.

오른쪽으로 봉수대 우뚝한 비양도가 보이고 왼쪽 끝 해안은 방파제처럼 바닷속으로 길게 용암이 흘러내렸다.

해변을 따라 민박집과 식당을 비롯 편의점이 알맞게 자리 잡았으며 순환버스 정거장도 바로 가까운 데 있었다.

여름밤엔 멸치잡이배들이 앞바다를 휘황한 불빛들로 수놓아 장관이라는데.


새하얀 모래톱에서 겹겹밀려드는 해조음 들으며 거니는 산책객 모습이 한유로웠다.


이 무렵부터는 한번도 나타나지 않던  올레길 표식이 보였다 사라지곤 했다.


지도를 펴보니 내가 걷는 삼양동 쪽은 올레길에서 많이 벗어난 도로라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그 와중 창공에 새카맣게 몰린 까마귀 떼가 어지러이 선회했다.


이유인즉 마침 밭을 갈아엎는 트랙터가 흙을 파헤치자 아마도 지렁이나 유충 같은 먹거리가 무진장 널브러졌던가 보다.


까마귀 음산한 소리에 쫓기듯 밭담을 종횡으로 마구 질러서 어찌어찌 우도성당에 닿았다.


먼젓번에 와 본 곳이기도 하고 제대로 차도가 형성된 마을이라 다시 느긋해졌다.


우도면사무소에서 하우목동 항으로 길을 잡아 내려갔다.


아무 길이나 접어들어 걸었는데 우연히도 눈에 익은 밭자락이 보였다.


지난가을 고구마 캐던 할망하고 얘기 나누며 고구마줄기 땄던 밭둑엔 저절로 자란듯한 유채꽃 하영 나붓거렸다.


그러구러 닿은 도착점은 상우목동, 아무튼 저만치 떠있는 여객선도 보이고 항구도 머잖았다.


여유 넉넉하니 가까이 있는 홍조단괴해빈인 산호해변에도 들렸다.


전과 달리 만조 때라 서빈백사로 불리는 명소 모습은 자그마하니 초라했다.


우도의 자랑거리인 우도팔경 중 야항어범(夜航漁帆)만 못 보았을 뿐 그 하루 대충은 둘러본 셈.


네댓 시간 걸멍놀멍 느긋하게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다섯 시 무렵이다.


그제사 서둘러 성산포행 배를 타러 하우목동항으로 내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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