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시청 쪽에서 제주 시청 쪽으로 가려면 한라산을 넘어야 한다.
동과 서 해변 따라 우회 도로도 나있지만 두 시간 넘어 걸린다.
해서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5·16 도로, 평화로를 타거나 천백 도로 또는 중산간 지역의 산록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최단거리인 5·16 도로를 택하는 편이다.
커브길이 많지만 봄가을 숲 터널 풍광이 근사한 데다 왕복 시간이 단축돼서다.
제주시에 볼일이 있어 다녀온 엊그제.
간 김에 신산공원으로 해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 들렀다.
웬만한 박물관은 거의 다 찾아봤는데 여긴 초행이다.
민속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하나로 뭉뚱그려졌다는 게 어쩐지 선명성이 떨어지며 좀 두루뭉실해보여 괄호밖이었던 그 박물관 가는 길.
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LA자연사 박물관은 규모도 엄청난 데다 전시 내용 또한 알찼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존재/집단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다.
자연사를 통해 우리는 1억 6천만년 동안 육상을 지배했던 공룡이 멸종한 원인을 찾아내서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인류가 멸종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함도 이유다.
그 기대에 이 박물관은 어느 정도나 부응해줄까.
올해의 유례없는 폭염, 실제로 인간이 단 한번도 경험한 바 없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었다.
과학계 발표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올 1월 사이에 지구 평균 기온이 1.52도 급상승했다니 진짜 우려를 금치 못하겠다.
극지방의 빙하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영상을 보며 예전부터 있었던 지구종말론이 상기되는 요즘 아닌가.
청량한 새소리가 녹음 깊은 숲길 따르는데 그보다 귓청 쨍한 매미소리 가까운 벚나무 줄기에서 아침부터 자지러진다.
도심임에도 숲 그윽하고 여타 조경과 운동 시설이 골고루 갖춰져 있는 신산공원 근처라면 살만 할 듯.
여러 조형물과 기념물, 무장애 통합 놀이터에는 아이들 미끄럼틀을 비롯 건강을 돕는 운동기구들이 어른들 위해 고루 구비돼 있는 공원이므로.
손질 잘 된 뗏장 푸른 잔디밭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시민들이 살랑대는 바람맛 즐기며 거닐고 있었다.
박물관 후문을 통과해 정문에 가서 민증을 제시했다.
도민에다 칠십 넘다 보니 거의 모든 관광지 출입은 물론 교통복지카드까지 발급받아 어디든 프리다.
그날따라 티 없이 깨끗한 시계, 투명한 대기에다 하늘 푸르렀다.
정원에는 배롱나무 꽃잎 시나브로 피어나고 있었으며 어디선지 꽃치자 내음이 미풍에 실려왔다.
야외에 진열된 진귀한 화산석 기기묘묘, 헤이기조차 버거운 오래전 어느 날 마그마 치솟던 순간이 홀연 그려졌다.
하많은 일월의 역사가 응축된 돌덩어리들이 침묵 중에 들려주는 우주의 비밀.
그 소리에 마음 기울이며 박물관 뜰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충분히 태닝을 한 다음 전시실로 향했다.
난생 처음 올여름엔 양산을 다 쓰고 다녔는데 입추 지나자 염제의 횡포 한풀 꺾인듯 하나 추석때까지 지속된다는 폭염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 인증서 / 태초에 제주도를 만든, 새연교 앞에 있는 서귀포층이 품은 패류화석 일부
제주만의 고유한 민속 유물과 자연사적인 자료를 수집 전시하고 있는 이곳의 특징은 화산석 외에는 제주 민속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 높았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민들이 오랜 세월 지켜온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1984년에 개관한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시 일도2동 996-1 [삼성로 40]에 위치하고 있다.
초가를 본뜬 1층 건물로 네 개의 전시실과 시청각실이 따로 마련돼, 슬라이드와 비디오 등의 시설을 갖췄다.
제주상징관과 자연사 전시실, 민속전시실, 바다전시관 등으로 코너가 나누어져 있다.
전시품은 민속유물을 비롯해 동 ·식물 생태 및 지질에 관한 자연사 자료 등.
제주의 생성과정, 토양과 암석, 동 ·식물의 박제품과 제주의 무속 ·풍물 등과 제주인의 일생, 생업 기구 등을 갖춰 놓았다.
실물 크기의 테우가 전시돼 있으며 육지와는 다른 전통문화와 가옥 구조 및 옛사람들의 생활상들을 들여다볼 수가 있다.
제주도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실감 나게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해를 돕는 코너도 친절하게 기다린다.
로비에는 거대 상어가 전시돼 있으며 편안히 쉴 수 있는 쉼터도 마련돼 있다.
탐라 신화의 근원인 삼성혈이 근접해 있는 데다 한자리에서 제주의 역사와 민속, 생태와 자연환경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이곳.
즉,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테마관광지로서의 호조건과 면모를 두루 갖춘 민속자연사박물관이다.
신산공원과 산지천을 연계한 생태공간을 잘 가꿔서 계속 시민들의 쾌적한 쉼터이자 교육의 장, 나아가 답사 현장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매주 월요일 그리고 신정과 설, 추석 연휴 및 개관 기념일은 휴관.
홈페이지 / http://museum.je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