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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ug 16. 2024

제주 시내 최고 전망터에서 하계 바라보니

계속되는 폭염에다 뇌성 동반한 소나기 오락가락하는 일기라 아무래도 산행은 무리다.

꿩 대신 닭 격이다.

한라산에 올라 푸른 바다를 품에 안는 대신 제주의 최고층 빌딩인 드림 타워에 올랐다.

서귀포에서는 구름층 바쁘게 이동하는 불안정한 대기였는데 제주 시내는 청명하게 맑은 날씨였다.

늘 자연만을 찾아다니다가 어쩌다 한번씩은 이처럼 일탈 아닌 일탈을 꾀해본다.

워낙 매력덩어리인 서귀포란 지역적 특성으로 이 동네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기만도 바쁜 나날.

허나 요샌 너무 무덥고 습하기도 해, 그 취미마저 잠정 보류시킨 상태다.

반들반들 럭셔리한 타워쯤에 기 꺾일 리 없으므로 38층 꿈의 탑은 무간한 친구처럼 허물없이 스며들었다.

로비 귀퉁이에 있는 갤러리에 끌리듯 다가가 김선영 초대전을 둘러봤다.

품격 갖춘 공간에 걸맞은 실크 자락 나부끼는 아티스트의 작품은 기품에 더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제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38층 라운지로 올라갔다.

한라산 전경을 볼 수 있나? 요리조리 집요하리만치 찾아봤으나 한라산은 반쪽만 보였고 그나마도 구름이 얹혀있었다.

이호 테우의 하얀 목마도 시선에 들어왔으며 공항 쪽은 이착륙하는 비행기들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바다 저 멀리엔 추자도의 부속 섬이지 싶은 작은 섬이 떠있었다.

도두봉 원당봉 사라봉도 바닷가에 울멍줄멍 솟아있었다.

도심의 아파트들과 곧게 난 차도를 내려다보니 정교한 미니어처를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벌통 집같이 작디작은 저 아파트라는 공간 하나를 마련하려고 안간힘 다해 온갖 애를 쓰는 누항사라니...

백여 층높이도 아닌 고작 38층에서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우주적 안목으로야
티끌만 한 존재들의 도토리 키재기일 따름.

당연히, 하늘 높은 데서 신이 하계를 내려다보자니 연민이 깊어질 법도 했다.

불현듯 목이 멨다.

오랜만에 느긋하게 마주한 마가리타에 자칫 사레가 들 뻔했다.

흰 연기 같은 구름이 스쳐갔다.

드림타워에서의 몇 시간, 좋았다면 추억이 되겠고 나빴다면 경험이 된다 했던가.

그저 그런 중간치 시간이었으니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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