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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덧없음
by
무량화
Aug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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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대부분 비슷한 여정을 걸어왔을 겁니다.
학교를 마친 다음 직장을 다니다 결혼해 자녀들을 낳아 키웠고 그럭저럭 나이 들어 마침내 노년에 이르렀네요.
무심한 세월은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같이 참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지난 생의 한때, 저마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인 화양연화의 날들도 있었고 절망의 심연에 빠져 허우적대던 힘겨운 시련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생의 굽이굽이 넘나들다 보니 반듯하던 이마는 평수 넓게 벗겨지고 듬성듬성 허술해진 머리숱 은발로 변해가는 남정네.
아낙은 서서히 흰머리칼 내비치며 굴곡 깊은 주름살 안면 가득 거느리게 되었더군요.
71년 시월상달 기려 결혼식을 올릴 당시만 해도 동안의 풋풋하던 젊음이 지금은 영락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네요.
해마다 아니, 날이 갈수록 다르다는 예전 어른들 말씀이 절로 수긍되는 요즈음입니다.
한때 자신만만했던 동갑내기, 내 속 무던히도 끓게 했던 짝지 슬그머니 기개 꺾이고 나보다 더 추레하니 늙어가는 게 확연해질수록 은근 짠해집니다.
모든 것을 가진 솔로몬 왕이 이런 말을 했다지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러나 자녀들이 있어 그 헛됨을 보람으로 채울 수가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우여곡절도 겪고 아등바등거리며 살아온 세월,
이제는 일에서 벗어나 유유자적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을 선물 받았습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애증으로 인한 갈등의 고비 숱하게 넘겨야 했습니다.
인연으로 엮인 긴 세월 동안에 곰삭은 혹은 앙금 진 사연인들 오죽할 것이며 그 이면에는 한쪽의 희생과 인내가 따랐을 것이기에 뒤돌아 애연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참고 견뎌야 할 인토(忍土)라는 사바세계의 고행살이.
객체는 조금씩 쇠해가다 마침내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래도 자손에 의해 이어질 생명의 핵만은 영원으로 이어지겠지요.
그렇게 우리는 삶의 유한성을 극복합니다.
하지만 끝내 미완성인 채 살다가 떠나는 인생이라지요.
앞으로 남은 시간 모쪼록 행복하기 위해서는 여하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택하여 건강 관리를 여하히 옳게 할 것인가, 그야말로 중요한 과제이고요.
여가활동을 통해 자기 세계를 확충 개발해 갈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또한 필수이겠지요.
무엇보다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며 노년기 삶에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
다음은 파블로 카잘스의 말입니다.
"일에 열중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들의 나이가 반드시
늙어 가는 것만을 뜻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비록 93세지만 사물에 대하여
전보다 더욱 흥미를 느끼기에
나에게 인생은 더욱 매력적인 것이 되었다.
"
역시 카잘스 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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