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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스테드 전망대에서 잠시

by 무량화

백두산보다 더 고도 높은 티오가 패스 120번 산정 도로를 달린다.

요세미티를 동서로 가로질러 횡단하는 길이다.

가파른 낭떠러지와 황량한 산록과 평화로운 초장도 지난다.

짙푸른 침엽수 숲과 미끈한 화강암 봉우리와 청보석같이 서늘한 호수 번갈아 스친다.

수시로 자태 바꾸며 나타났다 밀려나는 하얀 이마 수려한 암봉들.

남치마 살풋 펼쳐 놓은 호수들.

이처럼 다양한 비경을 품에 안았으니 티오가 패스 명성 드높을 만도 하다.



머나먼 시공 저 너머처럼 셈하기도 어려운 태곳적, 화산 분출로 굳어진 거대한 암반지대다.

다시 일월 아득히 흘러 빙하가 쓸고 가다 남겨놓은 자연 조각들 도처에 널려있다.

장엄한 산세 자랑하는 요세미티는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곳.

빙하가 현재의 요세미티 지형을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셈이다.

그렇게 침엽수림 이루어 놓았고, 보석 같은 호수 꾸며 두었으며, 폭포 만들어 무지개와 짝 지워서 암벽에 걸었다.

옴스테드 포인트에 서서 산세 주욱 조망하면, 빙하기를 거쳐 오늘에 이른 요세미티 내력이 한눈에 읽힌다.

많은 사람들이 전망대 건너편 바라보며 움직일 줄 모른다.

인파에 슬몃 끼어들어 그들 시선 향방에다 초점을 맞춘다.

멀리 맞겹쳐진 하프돔과 서브돔 뒷모습이 보인다.

화강암으로 뒤덮인 골짜기 저 아래 길게 터 잡은 세쿼이아 숲 청청하다.



바로 코앞 유장한 황하처럼 흘러내리는 거대 암반 거죽은 거북 등 같이 갈라져 있다.

재작년, 락크라이머들의 성지라는 하프돔 수직벽에서 낙석사고가 발생한 적 있는데

며칠 전 엘 캐피탄에서도 집채만 한 화강암 덩어리가 떨어져 인명사고까지 났다.

멀리서 보면 조밀 견고한 한 덩어리 바위 같지만 바짝 보면 이처럼 미세 균열이 나있는 모양이다.

암석 쪽 부스러져 하나 떨어져 내려도 워낙 어마무지 큰 엘 캐피탄이라 대형사고로 이어졌던 것.

누군가는, 지으신 이 거두어가는 일이니 유구무언이라 하였지만.

젊은이들이 우측 암반에 올라가 사진 찍기에 경사 완만한 너럭바위로 건너뛰었다.

까마득한 옛적, 빙하가 쓸고 지나간 바위 표면은 미끄럼 타도 될 듯 반반했다.

빙하에 떠밀려 다듬어지며 여기까지 온 둥근 바위 듬성듬성 얹혀있고 소나무도 용케 바위에 뿌리내렸다.

옴스테드 포인트는 1860년대 요세미티 국립공원 보호에 기여한 옴스테드 씨를 기리는 뜻으로 헌정된 이름.

그는 1858년 공모전에 당선되며 뉴욕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건축 조경가로 알려져 있다.


지구가 태어난 것은 45억 년 전.

마지막 빙하기는 지금으로부터 11만 년 전 시작되어 1만 2천 년 전에 끝났다.

약 10만 년 정도 빙하기가 지속되었다는 얘기다.

지구의 기온이 대폭 낮아져 온대지역까지 육상 대부분이 얼음으로 뒤덮인 시기가 빙하기다.

그 기간이 잠시 얼마 동안인 게 아니라 십만 년이나 이어졌다니 온 세상 대부분이 얼음장이었겠다.

그때 지구상에 남아있는 거라곤 무생물인 흙과 바위뿐이었으리란 짐작은 간다.

빙하기가 도래한 데에는 여러 학설이 분분하다.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쳐 폭발함으로써 먼지가 대기권에 막을 형성하여 빙하기가 왔다는 설.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태양열을 차단시켜 지구 전체가 빙하기로 접어들었다고도 한다.

또 하나는 태양에서 거리가 멀어지며 지구의 빙하기가 시작되었다는 설에 개인적으로는 동의한다.

즉 지구의 일 년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변화가 있듯 우주에도 사계가 순환되고 있다는 학설이다.

빙하기는 우주의 겨울에 해당하는 시간대로 <황극 경세>에 밝힌 바에 따르면 우주 일 년이 12만 9600년이라 하였다.

가늠조차 짚이지 않는 억겁의 시간도 시간이지만 대체 광대무변한 저 우주의 신비는 어찌 다 설명될까.

옴스테드 포인트에서 잠깐 머물며 우주 공간의 티끌 한점인 지구.

그 안의 먼지보다 더 작은 유한한 존재인 자신을 곰곰 들여다보았다.

결국 아웅다웅거리며 한 백 년 살아봤자 이 땅에 머무는 것도 잠시 한순간 찰나다.

도토리 키 재기 하듯 잘나고 못남 따져봤자 다 부질없는 한줄기 바람인 것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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