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Mar 08. 2024

서귀포 일곱 개 폭포 섭렵ㅡ시작

엉또폭포에서 천제연폭포로

서귀포에는 폭포가 몇 개나 있을까? 위용 멋진 폭포가 무려 일곱 개나 된다. 그렇지만 평상시엔 폭포가 다섯 개뿐이다. 한라산에 엄청나게 비가 쏟아져 내려야만 나타나는 폭포가 둘인 셈이다. 하루 만에 그 폭포들을 다 섭렵했다.

처음 목적지는 평소 절벽에 물기 흔적조차 없는 엉또폭포였다. 어제부터 엉또폭포가 터졌다는 소문은 들었다. 강풍이 부는 데다 호우주의보가 연신 발효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비가 줄기차게 퍼붓는지라 꼼짝하지 않았다.

실제 서귀포에 내린 비는 오월 하루에 내린 강우량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제주공항은 무더기로 항공기가 결항되며 난리 북새통, 특히 학생들 수학여행 팀이 곤욕을 치른다는데.

간밤에도 비바람 밤새 심했다. 오늘 아침 날씨가 번 해지자 우리는 엉또폭포나 가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외출하기 알맞을 만큼 빗줄기도 성글어지고 바람도 잦아들었다.

그러나 신시가지에 들어서니 지척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무진기행 배경이 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월산동 지경에 이르자 농무는 더 심해졌다.

엉또폭포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도로변은 주차장으로 변해있었다. 간선도로는 교통통제로 일체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상태였다. 폭포로 향하는 사람들이 길을 메우다시피 하며 안갯속으로 속속 빨려 들어갔다.


우리도 처음엔 잰 걸음으로 내달았다. 발길 멈추게 하는 귤꽃 향기 아니라면 이십분 남짓에 닿을 거리이지만, 그새 폭포가 사라지랴 싶어 귤꽃 향 음미하며 걸었다. 저기압에다 농무까지 짙다 보니 골짜기 가득 달큰하면서도 청신한 꽃내음이 가라앉아 있어 우린 귤꽃향에 함뿍 취해 들 수 있었다.

꽃 향 더불어 도착한 엉또폭포는 숫제 엄청난 물폭탄이었다. 낙하하는 물줄기가 아니라 연달아 폭발하는 수소폭탄 다발 같았다. 오리무중, 폭포는 형체마저 어렴풋하니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웅장하다거나 대단하다는 시각적 찬사 헌정하기도 전, 폭포수 마구 내리꽂히는 소리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귀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얼떨떨, 넋을 놓고 있다가 겨우 정신줄 챙겨 후딱 그 자릴 떠났다. 연달아 밀려드는 인파로 전망대가 매우 붐볐기 때문이다.

*엉또 뜻: 제주어로 '엉'은 작은 굴, '또'는 들어가는 입구. 실제로 절벽 어딘가에 동굴이 숨어 있다고.

엉또에서 내려오는 중에 동행이 한마디 했다. 지나가는 말처럼 "천제연 제1폭포도 강수량이 많으면 물이 쏟아진대요" 그랬다.

오, 그렇다면 이번엔 천제연으로 갑시다. 0.1초도 지체하지 않고 내가 말을 받았다. 상류가 맨송맨송한 건천이라 늘 물이 마른 폭포려니 했는데 처음 듣게 된 정보였다.

우리는 의기투합 천제연으로 달렸다. 곧장 천제연 제1폭포부터 내려갔다. 세상에나, 와우! 엉또가 보여주지 않은 웅장한 폭포의 진면목을 천제연은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실낱같은 물줄기 하나도 내려오지 않던 평소의 천제연 제1폭포였다. 헌데 소리도 요란스러이 마구 함성 지르면서 곤두박질치듯 물줄기 뭉텅뭉텅 쏟아져 내렸다. 엄청났다. 대단한 위세였다. 압도해 오는 위용, 장관이었다. 계곡을 뒤흔들며 치달리는 물소리에 심장이 덩달아 북소리를 냈다.

그간 서너 번이나 들릴 적마다 수량 대단치 않았는데 이번엔 대형 댐 수문을 열어젖힌 듯 콸콸 내닫는 계류. 주변은 흩날리는 물보라로 온통 희뿌옇고 연둣빛 연연한 나뭇잎들은 미친 듯 몸을 떨어댔다.

모범생처럼 단정하게 내리던 제2폭포는 수량이 늘어난 만치 풍만한 나신 소담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부끄러움은 알아 한 겹 레이스 휘감아 전신 숨긴 채 세찬 물소리로 펄펄 끓는 열정 식혔다. 애꿎은 신록의 숲만 온 데로 퍼져나가는 물안개로 자취 흐려지곤 했다.

제3폭포는 경사가 급해 오르내리기가 여간 상그러운 게 아니다. 청년들도 기나긴 계단 올라오면서 애고~ 휴우! 힘들다며 숨을 몰아쉰다. 그래도 예까지 왔는데 막내를 모른 척 외면하고 그냥 갈 순 없잖은가.

조심스러운 빗길 미끄러질세라, 난간을 잡으면서 살살 내려갔다. 여기도 요란한 물소리에 하얀 물보라 시폰 자락처럼 주변에 드리워 놨다. 귀엽기조차 하던 제3폭포는 그만 과체중 비만아가 되었다.

짧은 폭의 낙하, 그럼에도 서로 밀치면서 급하게 뛰어내려 폭포소리 굉장히 우렁차다. 찰떡 방아라도 찧어대는 듯 연거푸 방아질 차지게 해대며 쏟아내는 굉음에 귀청 먹먹해졌다. 이제 폭포수는 힘찬 계류되어 별내린 전망대를 거쳐 얼마후 푸르른 바다에 이르리라.




 

 

 

 

 

 

 

 


내려오는 길에 현주씨가 한마디 했다.

지나가는 말처럼 "천제연 제1폭포도 강수량이 많으면 물이 쏟아진대요" 그랬다.

오, 그렇다면 이번엔 천제연으로 갑시다.

0.1초도 지체하지 않고 내가 말을 받았다.

상류가 맨송맨송한 건천이라 늘 물이 마른 폭포려니 했는데 처음 듣게 된 정보였다.

우리는 의기투합 천제연으로 달렸다.

제1폭포로 내려갔다.

세상에나, 와우!

엉또가 보여주지 않은 웅장한 폭포의 진면목을 천제연은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실낱같은 물줄기 하나도 내려오지 않던 평소의 천제연 제1폭포였다.

헌데 소리도 요란스러이 마구 함성 지르면서 곤두박질치듯 물줄기 뭉텅뭉텅 쏟아져 내렸다.

엄청났다.

대단한 위세였다.

압도해 오는 위용, 장관이었다.

계곡을 뒤흔들며 치달리는 물소리에 심장이 덩달아 북소리를 냈다.

그간 서너 번이나 들릴 적마다 수량 대단치 않았는데 이번엔 대형 댐 수문을 열어젖힌 듯 콸콸 내닫는 계류.

주변은 흩날리는 물보라로 온통 희뿌옇고 연둣빛 연연한 나뭇잎들은 미친 듯 몸을 떨어댔다.

모범생처럼 단정하게 내리던 제2폭포는 수량이 늘어난 만치 풍만한 나신 소담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부끄러움은 알아 한 겹 레이스 휘감아 전신 숨긴 채 세찬 물소리로 펄펄 끓는 열정 식혔다.

애꿎은 신록의 숲만 온 데로 퍼져나가는 물안개로 자취 흐려지곤 했다.

제3폭포는 경사가 급해 오르내리기가 여간 상그러운 게 아니다.

청년들도 기나긴 계단 올라오면서 애고~ 휴우! 힘들다며 숨을 몰아쉰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막내를 모른 척 외면하고 그냥 갈 순 없잖은가.

조심스러운 빗길 미끄러질세라, 난간을 잡으면서 살살 내려갔다.

여기도 요란한 물소리에 하얀 물보라 시폰 자락처럼 주변에 드리워 놨다.

귀엽기조차 하던 제3폭포는 그만 과체중 비만아가 되었다.

짧은 폭의 낙하, 그럼에도 서로 밀치면서 급하게 뛰어내려 폭포소리 굉장히 우렁차다.

찰떡 방아라도 찧어대는 듯 연거푸 방아질 차지게 해대며 쏟아내는 굉음에 귀청 먹먹해졌다.

이제 폭포수는 힘찬 계류되어 별내린 전망대를 거쳐 얼마후 바다에 이르리라.

작가의 이전글 왈종미술관, 창작력의 마중물 되어 준 서귀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