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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08. 2024

서귀포 일곱 개 폭포 섭렵ㅡ마무리

천지연폭포에서 소정방폭포까지


천제연 삼 폭을 다 둘러보고 나니 이번엔 천지연이 걸린다. 그래, 이왕 나선 김에 서귀포 지역에 있는 폭포마다 전부 찾아보기로 하자.

곧장 우리는 중문에서 서귀포 시내로 이동했다. 물론 일부는 걸어서다. 같이 걷는 길동무인 좋은 도반의 조건은?

우선은 마음이 맞아야 하고 움직이는데 무리 없게 체력이 엇비슷해야 한다. 손발이 척척 맞아야 서로 신경 쓰이지 않고 무엇보다 척하면 이심전심 통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조금치라도 걷기 힘들어하거나 내키지 않아 한다면 동행되어 함께 다니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고맙게도 좋은 도반을 만난 덕에 이처럼 비 오는 날 흔쾌히 폭포 투어를 할 수도 있는 것. 더구나 우린 벽 하나 사이에 두고 바로 옆집에 산다.


칠십리 시공원을 지나고 작가의 산책길을 통해서 천지연폭포로 내려갔다. 울창한 아열대숲이 길게 이어진 이 길은 우리들이 수시로 찾기에 아주 익숙한 곳이다.

천지연폭포 인근은 비교적 안온한데다 방문객도 적은 편이라 조용했다. 절벽 양켠이 바람막이 병풍 역할을 해준 덕택이고 사람들이 거지반 엉또폭포로 몰린 덕분이다.

폭포수는 평소보다 확실히 수량 풍부했으므로 여울진 강물이 계곡 그들먹해져서 일부 길은 통제가 됐다. 습습한 공기가 신록의 숲을 더욱 웅숭깊게 만들어줬다.

폭포 순례도 얼추 마무리 단계라 마음 여유롭고도 푼푼해졌다. 망사 커틴처럼 드리운 폭포수도 이 줄기 저 줄기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묵직하게 흐르는 강물도 그윽이 내려다보고 밀밀한 푸른 숲도 찬찬히 둘러보면서 느긋하게.

천지연에서 제법 오래 머물다가 서귀포 어판장이 있는 포구를 지나 자구리 해변 쪽 정방폭포로 길을 잡았다. 정방폭포는 마감시간이 아닌데도 출입문이 닫겨 있었다.

강풍으로 바다가 험하게 포효하며 높은 파도 몸부림치듯 허옇게 밀어닥쳐 해벽에서 냅다 산화하는 때문이었다. 주상절리 벼랑 아래서 으깨지는 파도는 맹수의 이빨처럼 허옇고도 들쑥날쑥 험했다. 한참 떨어진 위치임에도 부서지는 파도 소리 거칠게 저 아래서 으르렁거렸다.

먼바다에서 밀려온 해풍은 그 무엇에도 거침없이 치달리는지라 한껏 자유분방했다. 바람 속에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망연히 서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세찬 바람에 떠밀리다시피 하며 빠르게 소정방폭포가 기다리는 쪽으로 걸었다.

길목에 있는 소라의 성이 안개비 속에 유령처럼 서있었다. 소정방폭포는 이름대로 정방폭포 아우다. 그런만치 규모는 작으나 여러 물줄기가 쏟아져 아기자기하다.

백중 때 시원스레 물맞이를 할 수 있는 특별 명소로 염천 삼복더위를 식혀주는 고마운 폭포다. 정수리로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수는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줘, 지난여름 벗들 청해 세 번이나 물맞이를 한 바 있다.

소정방폭포수는 강한 해풍에 이리저리 후드끼며 마구마구 흩날리고 있었다. 도저히 벼랑에 걸린 쇠 난간을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 체중 정도는 얼마든지 단번에 날려버릴 것 같은 강풍이 겁나서다.

젊기에 용기만땅, 현주씨는 조심스레 아래로 내려가 동영상을 찍었다. 하여 그로부터 전송받은 영상과 사진으로 이에 갈음할 수 있었다. 여름날 젖은 옷을 말리던 조붓한 해변에는 강풍이 숨 거친 격랑 거듭거듭 부려놓았다.

언덕 위에서 바다 바라보며 수련하듯 심호흡을 했다. 해풍 세례 받으며 있는 대로 코 평수를 넓혀 숨을 들이마셨다. 찹찹한 공기가 비강을 훑은 다음 후두를 통과해 허파꽈리마다 일일이 정하게 씻어줬다. 탄성 발하며 여기저기 종횡무진 치달린 폭포 투어의 멋진 마무리였다.

우중 산책 즐긴 어린이날인 이날은 오래 기억될 스페셜데이. 치밀하게 스케줄을 짠 것도 아닌데 우연히 선물처럼 주어진 축복된 하루,  진심 감사 충만한 시간들이었다. 발길 이끌어 주시고 놀라운 만남 허락해 주신 하늘에 정녕 감사!

백록담 남쪽 기슭에서 발원된 깊은 골짜기 돈내코가 품은 호젓한 폭포. 아담하니 귀여운 원앙폭포만은 출입통제로 도리없이 훗날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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