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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동굴이 된 옛 터널

by 무량화

초추(初秋)의 하늘 가득 흰구름 흐르고 바람 결결이 맑은 구월.

낙동강 강바람을 쐬러 김해 생림으로 향했다.

나락 눗누러이 익어가는 들녘은 풍요로웠고 어지러운 시국 상관없이 곁을 따르는 자연은 유유자적.

둘러선 마을 풍경은 마냥 평온하고 한갓지기만 했다.

근자 들어 폐철로를 활용해서 레일바이크라는 이름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철길 달리는 놀이기구 운영하는 관광지가 곳곳에 들어섰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낙동강철교 타고 옛 기억 털어낼 만큼 힘차게 페달 밟으며
양켠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낙동강 즐기기.

강바람 시원하게 스치는 맛 또한 미상불 상큼하고 경쾌하기만 하다.

김해 낙동강 레일파크 유원지는 레일바이크 타고 강 위 철교를 따라 달리며 짜릿한 쾌감 느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소란다.

레일바이크의 총 구간은 왕복 3㎞, 발아래 시퍼런 낙동강이 흐르고 녹슨 철조 구조물들이 휙휙 빠르게 스치는 사이사이로 멀고 가까운 좌우 조망권도 일품인 곳이다.

김해 출발, 철길로 삼랑진 강변에 잇닿아 있으나 철로상에서 유턴을 해 김해로 되돌아오게 돼있다.

근대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할 계획인 이 낙동강철교는 일제 강점기인 1940년 준공됐으며, 해질 무렵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낙조(落照)는 '왕의 노을'이라 불릴 만큼 절경을 이룬다고 한다.

레일바이크와 연계된 또 한 곳 볼거리인 와인동굴이 숲 무성한 산기슭 터널에서 기다린다.

와인동굴은 이곳 외에도 영동포도 와인동굴, 무주의 머루와인 동굴, 청도의 감와인 동굴 등 지역 특산품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낙동강 레일바이크와 와인동굴 사이에는 새마을호 열차 2량을 리모델링한 열차카페가 운영 중이다.

오크통 게이트를 통해 터널로 들어서면 거친 벽면 그대로의 낡은 동굴이건만 조명발 덕인지 쾌적하고 아늑한 감마저 든다.

길이 오백 미터 정도인 폐터널 내부이나 이런 느낌은 아마도 산뜻한 인테리어와 화려한 조명에다 항상 14도 ~ 17도 사이의 실내온도를 유지해 주기 때문인 듯하다.

이곳에서는 김해시 상동의 특산품인 산딸기로 만든 와인과 발효식초를 전시 판매한다.

산딸기소녀 캐릭터인 베리의 산딸기마을과 각종 트릭아트, 포토존, 빛의 터널 등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만추, 강변 갈대 하얗게 나부낄 때
강바람에 베이지톤 긴 치맛자락 휘날리며 낙동강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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