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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식 장터에서 국밥을
by
무량화
Sep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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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 노포동 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옛날 시골장터를 연상시키는 장이 선다. 오시게시장이다.
부산 외곽인 노포동 공터에 매월 2, 7일에 열리는 전통 오일장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 사이에 정이 오고 가는 장터, 덤이 있고 흥정을 잘하면 값도 깎아주는 완전 시골장 분위기다.
오시게는 조선 후기부터 지금의 동래시장 자리에 들어섰던 장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 동래에 상설시장이 열리자 장날마다 떠돌아다니던 장돌뱅이들이 장터 잃자 고갯마루 노변에 난전을 이룬 것이 효시다.
'오(烏)시게'란 명칭은 당시 '까막 고개'에서 유래했는데, 인근 마을에 원래 까마귀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우리가 처음 부산에 살던 때만 해도 구서동 복개천에서 열리던 오시게시장은 도심의 확대로 시장이 폐쇄되며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다.
점포를 구할 형편이 안 되는 구서동 시장 상인들이 노포동 난전으로 자리를 옮겨와 현재의 오시게 시장이 형성됐다.
당시는 한 번도 찾은 적 없던 난전으로 부산 근교 농촌지역의 농산물이 모여드는데 싱싱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말은 들었다.
한번 구경 가야지, 했으나 유야무야 된 채로 잊혔던 오시게 시장.
부산종합버스터미널이나 노포동 전철역에서 내리면 바로 길 건너, 밀려다니는 인파가 보이면 게서부터 장터다.
전통 재래시장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장이랄까, 보통사람들의 살아가는 냄새가 날 것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다.
구획이 네모 반듯하게 정해진 것도 아니며 시장 건물이 들어선 것도 아니다.
대로변부터 시작해 산 쪽으로 쑥 들어간 빈터에 장꾼들이 모여들어 진을 쳤는데 어쩌다 들리는 뜨내기가 아닌 오일마다 찾아드는 텃새들이다.
장날 맞춰 찾아온 손님들도 다, 아주 오래전 세월을 산 사람들처럼 순박한 얼굴들이다.
장꾼이라 해서 영악해 빠지지도 않을 거 같고 손님 역시 한 푼 더 깎으려 야박스레 굴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이름부터가 얼마나 정감 넘치는가. 어서 오시게~ 구수한 음성으로 반갑게 손잡아 이끌 것 같은 오시게 시장엔 별의별 게 다 있었다.
하얀 차일 대신 색색의 파라솔 아래 흙바닥 장마당에 펼쳐진 야채전, 과일전, 곡물전, 생선전, 밑반찬집, 칼국수집, 의류점.
미꾸라지 장어에 생닭을 파는 고깃집도 있고 호미며 낫을 파는 철물상도 너르게 터 잡았다.
시장 입구에서는 국화빵을 구워내고 떡판 위의 인절미를 썰어 팔며 그 옆에선 도넛을 튀긴다.
막걸리에 파전을 지져내고 돼지 껍데기 수북하게 한 접시 놓고 소주잔도 오간다.
노포동으로 옮겨간 후 본격적으로 축산물 한약재 수산물 등 다양한 상품들이 모여들며 유명 장터가 되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겨우 명맥을 유지해 온 전통재래시장 오시게 장날.
장터라면 자동으로 따르는 건 장터국밥이다.
솥단지 가득 설설 끓는 곰국 냄새에 이끌렸다기보다 왠지 그래얄거 같아 소머리국밥을 시켰다.
벌건 국물의 소머리국이 뚝배기 그들먹하게 푸짐하다. 공깃밥도 여느 식당과는 다르게 수북하다.
처음 먹어보는데 저렴한 가격치고는 얼큰한 맛이 괜찮다. 풋고추는 독하게 매웠다.
올려다본 하늘은 가이 없이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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