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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칼큼한 낙지볶음집 동카름

by 무량화

꾸므레한 주말 아침.

날씨가 어설퍼 계획했던 송악산을 갈까 말까 망설이던 중이었다.

도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올레길 18코스를 걷다가 바닷가 맛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매콤 얼얼한 낙지볶음집이 있다니 구미가 확 당겼다.

서귀포에서 좀 먼 거리이거나 코스길 휘휘한 경우, 헬레나씨 부군이 운전을 맡아 동행을 해줬던 터.

제주 시내에서 출발, 사라봉 산책길과 화북 옛길을 지나 삼양해수욕장-삼화포구- 닭모루-연북정-조천 만세동산까지가 18코스다.

걷는 도중 정자에 앉아 간식을 먹었기에 두시가 넘어 조천에 있는 낙지볶음집 동카름에 닿았다.

안개비라도 내릴 듯 우중충한 하늘, 마침 화끈하고 칼큼한 낙지볶음 먹기에 딱 알맞은 날씨다.

파도 심하게 치면 바닷물이 마을 집어삼킬 거 같다고 했더니 실제 태풍 지난 뒤 와봤는데 고샅길에 해초더미가 널브러졌더라고.

골목 끝 바로 바다와 접한 아주 조그마한 집, 밖에서 본 외관은 작디작은 삼 칸 함석집이었다.

바닷가 세련된 카페촌과는 분위기 동떨어진 허술한 동네에 걸맞은 허름한 옛집 개조했지만 주차장은 만차 상태.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마당에 대기자가 두어 팀 앉아있었다.

자리 나길 한참 기다렸다가 드디어 천장 낮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담 사이즈 실내이나 식탁 배치를 센스 있게 해서인지 열댓 명 정도의 손님이 모리모리 머리 맞댄 채 식사 중이었다.

미리 주문은 해둔 터라 곧바로 음식이 차려졌다.

깍두기와 미역무침 콩나물이 기본 반찬, 비빔용 대접 밥에 오이미역 냉채가 딸려 나왔다.

끝으로 맑은 된장국에 가까운 뚝배기와 동카름의 주인공, 큰 접시에 수북 담긴 낙지볶음이 등장했다.

이 식당을 자주 들린다는 도반 따라 밥 대접에 콩나물과 낙지볶음을 올린 다음 김가루 뿌려 쓱쓱 비볐다.

알고 보니 양념 안된 콩나물은 매운맛을 중화시켜 주는 용도요, 기호에 따라 미역무침을 얹어 비비면 비주얼 더 그럴싸했다.

낙지볶음 바닥에 숨은 소면은 면발 부드러웠으며 뚝배기 된장국은 딱새우 때문인지 큼직한 무가 덕인지 담백하고도 시원한 맛이었다.

비빔밥 한 대접에 한가득한 뚝배기 국물 남김없이 비우고 나니 점심 푸짐하게 잘 먹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원체 속도가 늦어 유달리 오래 먹는 밥, 가게 안이 싹 비었다 싶었는데 우리 팀을 끝으로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맛집 거개가 자가발전에 의해 포장된 집이 많다고 여겨 그간 검색창의 추천 맛집 맹신하지 않았고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편이었던 나.

그러나 입소문은 괜히 나는 게 아니며 한 끼 먹자고 기꺼이 줄 서서 대기할 만큼 손님이 많은 집은 다 이유가 있었다.

제주 말로 동쪽마을이란 동카름, 제주도엔 여러 집 있긴 하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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