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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퀸즈 그리고 미시즈 올리브

by 무량화

무대는 미 동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그래 그런지 식당 입구부터 고전영화 속 미국 분위기 물씬, 매장이 심플하면서도 클래식한 편이다.

뷔페 형식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가격 저렴한 만치 호텔식과 비교하면 퀄리티 떨어지나 부담이 적다.

집밥이나 한정식 식당에 물린다 싶으면 골라 먹는 재미로 어쩌다 한번씩 들릴만하다.

괜찮았던 음식은 셀러드와 초밥, 와일드 머시룸 수프와 콘 수프.

망고와 키위, 용과, 타피오카 펄을 망고잼에 버무린 하와이안 버블 샐러드는 볼품이 있다.

진한 해산물의 맛과 향에 부드러운 크림수프의 식감도 그럴싸하다.

파스타를 비롯 직접 만들어 먹는 쌀국수도 괜찮았고 7,000원을 추가로 내면 무제한 리필 가능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커피를 마시지 않기에 잘 모르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내린 커피가 맛 근사하다 하며 치즈케이크가 일품이라는데 맛본 건 아니다.

​손수 와플 반죽을 짜서 팬에 부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이 또한 애슐리의 묘미 중 하나라는데 원래 와플을 안 먹으니 패스했다.

스테이크는 별도로 기본 제공되나 육질이 별로라 평소에도 좋아하지 않기에 거들떠도 안 봤다.

젊은 층은 이런 뷔페식당보다, 그래서 아는 이만 찾아간다는 화덕피자와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에 가는 모양.


그 점에서 미시즈 올리브는 인테리어 깔끔하고 핑크빛 단무지를 내놓아 인상적이던 곳이다.

강정 이웃 법환에 있는 미시즈 올리브.

아암~금강산도 식후경이거늘, 서포터 현장활동의 하나로 예술의 전당에 오페라 보러 가기 전 저녁을 먹기로 했다.

서포터즈들은 거의 삼사 십 대가 대부분인 젊은이들이라 구닥다리 한정식이 아닌 버터 사르르 녹는 피자 & 파스타 동네를 선호한다.

회칠한 벽에 보기좋게 모자이크 된 군데군데 타일은 스페인 풍이지만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위에 달린 조명등까지 암튼 이국정서를 불러일으켰다.

이른 저녁시간인데 벌써부터 손님이 많았으며 실내 가득 음식 내음이 기분좋게 감돌았다.

갑자기 시장기가 들었다.

식욕이 마구마구 동하며 빨리 파스타도 먹고 싶고 피자도 먹고 싶었다.

여태껏 별로 즐기지 않았기에, 그런 음식에 구미가 당기리라곤 생각지 않았더랬는데 의외였다.

더구나 바로 전날 애슐리에서 저녁을 먹고는 느끼한 기분이 오전까지 들어 따끈한 매실차를 거푸 마셨던 터.

뉴저지에서 옆집이 이탈리안 피자집이라 오후 내내 맡은 피자 냄새에 질려 미국에선 거의 안 먹던 피자다.

오랜만에 화덕에 구워낸 피자를 접해서일까, 한쪽을 집어 넝큼 먹어치웠다.

그뿐 아니라 리코타 치즈 샐러드부터 해물 스파게티며 스테이크 라이스도 주섬주섬 입에 넣었다.

통밀빵인지 마늘빵인지 알아볼 새도 없이 스파게티 국물에 적셔 빵조각 부지런히 입으로 들어갔다.

하긴 우아떨며 요조숙녀 흉내 낼 연배 역시 지난지 오래다.

굳이 체면치레할 계제도 아닌지라 어쨌든 나온 음식읗 차례대로 맛있게 엔조이했다.

그러나 나이 들어 가장 꼴불견인 게 식탐인데 우짤끼고, 이미 부린 추태 거두어들일 수도 없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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